다음세대재단 ‘체인지온 컨퍼런스’ 30일 개최올해로 16년째, 비영리 관계자 400명 참석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조명이 켜지고, 음악 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지만, 무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올해도 ‘관계자 없는 개막식’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비영리단체 활동가 모두가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취지다. 잠시 후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이날 참석한 수 백명의 이름이 나타났다. 박수와 환호 속에서 하나 둘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을 즐겼다. 활동 경력이 1년이 채 되지 않은 주니어 활동가부터 한국 시민사회 역사를 함께 걸어온 베테랑까지 모두가 하나 되는 자리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과 카카오임팩트재단이 주최·주관하는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사회변화의 원동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다. 2008년부터 다음세대재단 주도로 매년 개최돼 올해로 16회를 맞았다. 현재까지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서울, 부산, 제주 등 6개 도시에서 개최됐고, 누적 참가자 수는 4800명에 달한다. 이번 현장에는 비영리활동가 4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컨퍼런스 주제는 ‘분투(奮鬪)-온 힘을 다해 나아가다’다. 전 세계가 마주한 복잡 다변해진 사회문제 속에서 비영리 단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3개 세션으로 마련됐다.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은 환영사에서 “전쟁과 차별, 기후위기 등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비영리 단체들의 ‘분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오늘 행사에서 여러 언어로 자신의 영역에서 묵묵히 분투해 나가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투에 필요한 지속적인 힘을 찾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 속에서 찾는 ‘분투의 원동력’ 1부는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분투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당신의 길, 비영리의 길’이라 주제 강연으로 시작됐다. 최 교수는 한국의 비영리단체, 시민사회의 역사를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1기는 한국전쟁부터 민주화까지, 2기는 민주화 이후부터 2010년대까지, 3기는 현재까지의 비영리단체의 이야기”라며 “1기에는 국가와 개인이 모두 가난하다 보니 빈곤, 교육 등의 공백을 해외 원조로 해결했지만, 점차 경제가 발전하면서 비영리단체들이 공백을 메우기 시작해 국가 복지의 대리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1기가 비영리 토양을 비옥하게 했다면, 2기는 국내 비영리 영역이 본격적으로 꽃 피우던 시기다. 최 교수는 “2기에서는 여성, 젠더, 환경, 복지, 노동 등에 걸쳐 세분화된 비영리단체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오늘날 비영리단체 생태계, 시민사회를 다지는 기반이 모두 이 시기에 태동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으로 한국사회를 이끌었던 비영리, 시민사회가 3기에서는 조금씩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디지털의 등장으로 연결은 쉬워졌지만, 역설적으로 고립 문제가 강하게 등장하기도 했죠. 또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 행위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시민분투가(Civic entrepreneur)’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민분투가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라는 가치를 잃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지속적으로 고립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연결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비용은 부담하지만 혜택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비합리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분투가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사회시스템이 마련되고 작동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연사로는 김영민 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