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0년 전, 2014년 EBS의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보도 이후였다. 보도된 같은 해, 조정식 의원이 EBS교육방송·교육부·경기도교육청과 함께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고, 2015년에는 경기도교육청이 ‘경계선지능 학생 스크리닝’을 실시했다.
2016년 ‘느린학습자 지원법’이라 불리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 공포돼 “지적기능의 저하로 인하여 학습에 제약을 받는 학생 중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아니한 학생을 위한 교육상 시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했으나 학령기에만 초점을 뒀다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느린학습자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 2020년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 관련 조례를 제정한 이후,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제외한 15군데에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 경계선 지능인 전문 센터는 전국에서 단 한 곳, 서울시뿐이다. 현장에서는 지자체 조례별로 지원 대상에 대한 정의도, 지원 범위도 제각각이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1대 국회에서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안’(국민의힘 최영희 의원), ‘경계선 지능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경계선 지능 학생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등 네 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상태다.
허영 의원은 2023년 4월 경계선 지능인의 지원에 대한 첫 법제화를 시도하며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 의원은 ‘더나은미래’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법안이 없었던 이유에 관해 묻는 말에 “발달장애와의 모호한 경계 때문에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이라고 답했다. 허 의원은 법안에 대해 “기존 법안은 교육적 측면에서만 접근해 제한적인 사례 관리를 하고 있다면, 해당 법안은 전 생애에 걸쳐 사회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계선 지능인에 맞춰 생애주기별 지원을 연구하고, 광역단체가 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실상을 파악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허 의원은 “영유아 단계에서 조기 발굴되어야 적절한 시기에 진단과 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실태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 의원은 “국가가 이런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남은 5월 국회 기간 꼭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고, 안 되더라도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재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