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화)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관심사에 기부한다

2024 기부 트렌드 전망 <2>

정기 후원보다는 일시 기부
기부처보다는 사안에 따라 기부 결정

20대의 정기 후원은 점차 줄어들었다.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가 기부 방법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관 정기 후원은 최근 3년간 30%대를 유지했으나 20대는 20% 수준이었으며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 나눔문화연구소는 이러한 트렌드의 원인을 ‘주도하는 기부자’의 등장으로 분석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관심사에 기부하는 ‘주도하는 기부자’가 나타났다는 것. 이들은 사안·시기·기관 규모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기부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특정 조직에 기부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사안에 따라 부담 없이 기부하는 것을 선호했다. 

기부참여율과 기관 정기후원 비율.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기부트렌드 2024’

정체성 담아 기부하는 청년들, 기부하는 이유도 달라

기부 경험이 있는 2030세대 15명에게 기부 동인에 관해 물었다. “뿌듯해서”, “기부로 응원하고 싶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는 다양한 답이 돌아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기부하는 청년들은 기부하는 이유도 각자 달랐다. 관련 소식을 기사를 비롯한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나서 기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A씨는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며 생계를 걱정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조명한 기사를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관심을 두게 됐다. 그 뒤로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거주 공간을 지원하는 단체에 매달 정기후원을 하게 됐다. 길고양이 구조 경험이 있는 B씨는 동물권을 주요 사회문제로 여기게 돼 관련 단체에 기부한 경험이 있었다. 이 밖에도 아동교육부터 노인복지, 소외이웃까지 다양한 관심사가 있었다. 기부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대상에게 주체적으로 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관심사에 기부하는 ‘주도하는 기부자’가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어도비 AI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기부처가 아닌 사안을 보고 기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모금 조직은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지속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놓였다. 지향성에 따라 기부하는 기부자에 맞추어, 비영리 모금 조직도 뾰족한 지향점이 필요해진 것이다. 정치 에이전시를 표방하는 비영리 스타트업 뉴웨이즈는 만 39세 이하의 젊은 정치인을 뜻하는 ‘젊치인’이라는 단어를 통해 조직의 정체성과 지향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전통적인 조직이지만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없어져야 할 결혼식’이라는 뚜렷한 슬로건을 내건 웹페이지를 개설해 기부자 및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정체성 담은 새로운 이름으로 ‘기부 효능감’ 주는 모금 조직

기부자의 지향점과 함께 주목받는 것은 ‘주체성’이었다. 기부자의 자기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에 맞춰, 모금 조직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왼쪽) ‘유니세프 팀’ 캠페인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오른쪽) 해피빈 ‘기부특콩대’ /네이버 톡톡 캡처

모금 조직은 기부자에게 정체성이 담긴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기부자를 단순히 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로 명명해 ‘기부 효능감’을 북돋아 줬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2018년부터 ‘유니세프 팀’ 캠페인을 전개했다. ‘전 세계 위험에 처한 어린이를 위해 모두 하나의 팀이 되어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정기후원자에게 ‘팀 반지’와 ‘팀 팔찌’ 등을 지급해 소속감을 부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병헌, 한지민, 한효주 등 BH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17인이 함께 재능기부로 참여하기도 했다. 해피빈은 ‘해피빈 기부특콩대’라는 컨셉을 통해 기부처를 안내하는 해피빈 캐릭터를 ‘콩대장’으로, 기부자를 ‘콩대원’으로 명명했다.

모금 조직은 기부자에게 정체성이 담긴 이름을 부여하며 ‘느슨한 관계 맺음 전략’으로 반응했다. 이러한 기저에는 ‘기부 효능감’이 중요해졌다는 배경이 있다. 기부자들은 양적인 수치보다는 기부를 통해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는 효능감을 원한다. 이에 따라 반려견의 유기 및 학대를 알리며 기부도 하는 ‘댕댕런’과 아프리카 식수위생사업에 기부되는 ‘6K 기부런’ 등 모금과 활동이 결합한 모금 이벤트도 등장했다.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박미희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이벤트 자체보다는 시민들이 왜 호응하느냐를 분석하는 것”이라며 “이벤트만으로 조직에 대한 호감과 기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공감대와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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