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마트팜 설치하고, 농산품 판로 개척해 중소농가 돕는다

[인터뷰] 권기표 그린 대표

“최근 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팜’(Smart farm)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토양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 농산물 생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도입해 척박한 외부 환경에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중소농가에는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griin) 본사에서 권기표(36) 대표를 만났다. 2016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그린은 수직재배시설과 양액재배시설을 개발해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하고 수확한 농산물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6월 그린은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액은 35억원을 달성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코맥스벤처러스·하이트진로·더인벤셥랩 등이 그린에 투자했다.

권 대표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영농 정착에 실패해 1~2년 만에 이탈하는 경우가 아직도 매우 많다”며 “복잡한 영농 정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중소농가들에 최첨단 시설을 공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 본사에서 만난 권기표 대표는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해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 고촌읍 그린 본사에서 만난 권기표 대표는 “중소규모 농가에 스마트팜을 제공해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호철 청년기자

-왜 중소규모 농가에 초점을 맞췄나?

“그린을 처음 창업했을 때는 청년 농민으로서 의욕이 크게 앞섰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의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중소규모 농가와 청년 농민들이 인력과 자본 확보 등에서 제도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그린을 통해 농가들의 자본·토지 규모에 맞춰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생육 기술과 정부 영농정착 제도 등에 관련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의 스마트팜은 무엇이 특별한가? 

“7건의 국내 특허를 받은 ‘타워형 수직재배시설’이 그린의 대표적인 스마트팜 시설이다. 기존 가로 형태의 농작물 재배 방식은 양액 침전물이 발생해 관리가 힘들었다. 반면 그린의 수직재배시설은 양액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침전물이 쌓이는 문제가 없다. 또 작업자가 주저앉아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게 아니라 편하게 서서 일할 수 있어 허리와 다리가 덜 아프다는 장점도 있다. 그린은 무전력 양액재배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무전력 양액재배시설은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과채류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재배할 수 있어 농가들에 인기가 좋다. 설치 비용도 저렴하다.”

-스마트팜에서 어떤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지?

“중소농가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그린은 허브·스테비아·바질·고추냉이·토마틸로 등 특수 작물 18가지를 재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선한 두릅이나 미나리를 재배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특수 작물은 요식업체들과 고정 공급 계약을 체결해 유통하고 있다.”

그린의 대표적인 스마트팜 시설인 타워형 수직재배시설. /그린
그린의 대표적인 스마트팜 시설인 타워형 수직재배시설. /그린

-중소농가의 농산물을 직접 수매해 유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소농가들의 작물 생산량은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유통 판로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고객들의 농산물을 직접 매입하고 판매하는 전량 수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린은 자체 개발한 AI,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농가들의 작물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다. 수매 가격은 농가들이 시장가와 고정가 중 하나를 택해 결정한다. 농가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린이 사들인 농산품은 군부대, 김치·나물 가공 공장, 레스토랑 등 80여곳에 납품하고 있다.”

-농가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린은 현재 30개 농가와 협업하고 있다. 지원을 받은 농민들은 가용 예산에 맞춰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처음 농업을 시작할 때 정부 보조금을 받지만, 농업 시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고정된 수입을 확보하게 된 농가들은 “안정적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앞으로 그린은 신규 농가 8곳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청년 농민들과 함께 소규모 마켓도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다.

“청년 농민들끼리 만든 커뮤니티 내에서 얘기하다 보니 중소농가와 청년 농민들의 유통 판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로컬 스토어에 상품을 납품하고 싶어도 이미 대규모 농가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에 중소농가나 청년 농민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 김포 내 약 40개 청년 농가들과 온오프라인으로 ‘소소한농 소소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 마켓은 김포시의 지원을 받아 김포 아트빌리지 한옥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다. 소소한농 소소마켓이 청년 농가들의 판로 개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김포=신호철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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