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수)

소셜 임팩트로 하나된 아시아 [AVPN 2024 탐방기]

2010년 조선일보의 국내 최초 프리미엄 공익섹션으로 탄생한 ‘더나은미래’가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공익 이슈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해 콘텐츠 파트너와의 협력을 시작합니다. 첫번째 파트너 ‘무신사 어스’에 이어 두번째 파트너는 임팩트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 입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AVPN 2024에 참석한 루트임팩트의 탐방기를 전합니다.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아시아 최대의 사회 투자자 네트워크인 AVPN 연례 컨퍼런스가 열렸다. 2013년 첫 개최 이래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보통 동남 아시아 일대에서 열린 데 반해 올해 컨퍼런스는 사뭇 이국적인 장소에서 열린 셈이다. 

개최지가 갖는 의미는 이번 컨퍼런스 주제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나의 아시아, 하나의 미래 (One Asia, One Future)’.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가교로서 ‘서아시아(West Asia)’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 시점인 2030년을 목전에 와 있지만, 사회 환경 문제 해결은 요원하기에 이를 위해 하나의 아시아로서 빠르게 협력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AVPN의 나이나 슈바왈 바트라(Naina Subberwal Batra) CEO는 개회 연설에서 “아시아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충족하지 않으면 누구도 SDG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아시아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AVPN의 나이나 슈바왈 바트라(Naina Subberwal Batra) CEO. /AVPN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듯 올해 AVPN에서는 대규모의 임팩트 투자 및  정부 기관, 글로벌 기구, 비영리 조직 간 협력 성과가 두드러졌다. 세계 보건, 빈곤 퇴치, 생물종 다양성 보존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조직들이 출연하는 1억 2500만 달러의 기금이 조성됐고, AVPN과  유엔난민기구(UNHCR) 간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 조달 방식을 활용하여 강제 이주민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의 자선 재단에서는 최빈개발도상국의 젊은 기업가를 돕고자 중소기업(MSMEs)에 27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굵직한 성과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셜 임팩트’를 목표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참석자들이었다. 44개의 시장에서 활약하는 1500여명의 참석자들은 협력, 리더십, 혁신을 주제로 열리는 100여개의 세션과 네트워킹 행사에 활발히 참여하며 2박 3일간 열기를 달궜다. 

AVPN 2024 행사장 전경./ AVPN

이번 AVPN에서는 임팩트 생태계 내의 여성들의 활동과 성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세션이 매일 열렸다. ‘여성 기업가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 ‘여성 리더십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등 주요 질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해법으로는 자기 확신과 믿음, 지원 시스템과 네트워킹, 남성들의 문제 의식 등 다양한 것들이 거론됐지만 “정교하게 잘 설계된 장기적이고 가시적인 계획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주장에 모두 깊은 공감을 보였다.

필란트로피 자본의 흐름에 대한 세션도 개최됐다. 개발협력 분야 내 자본 흐름의 변화를 짚고, 영국국제투자공사(British International Investment, BII),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벤처스(Save the Children Global Ventures) 등 대형 NGO, 글로벌 투자회사, 국부펀드(투자공사) 등 여러 운용 주체의 대응이 공유됐다. 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를 넘어 대출, 지분 투자, 보증 등 민간 재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PSI(Private Sector Instruments, 민간금융수단)가 활성화되며 점차 혼합 금융(Blended Finance)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혼합 금융의 잠재력 활용하기 세션 사진. /AVPN

루트임팩트도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Diversity, Equity, Inclusion) 이니셔티브’ 및 ‘임팩트 필란트로피’ 사업 담당자들과 함께 아부다비를 찾았다. 루트임팩트는 그 동안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커리어 재 시작을 돕는 프로그램과 소셜벤처 공동 직장 어린이집 운영을 통해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 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올해는 루트임팩트도 DEI를 임팩트 테마 중 하나로 선정, ‘젠더 형평성(Gender Equity)’ 를 중심으로 조직 내 다양성을 고려하고 포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비영리 생태계를 돕는 IP1 기금을 조성, 근본적인 조직의 성장을 돕는 필란트로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AVPN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참가자들 간 네트워킹과 미팅을 통해 이러한 사업을 설명하고 협력과 조언을 모색해 볼 기회가 있었다. 루트임팩트와 비슷하게 커뮤니티를 육성하며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영리 조직을 만나기도 하고, 공동직장어린이집 사업에 공감하며 자신의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려는 패밀리 오피스의 일본 담당자도 만났다. 또한 여성을 돕는다는 점은 같지만 당장의 생존의 위기에 놓인 여성 문제에 집중한다는 인도 담당자 또한 함께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만큼 해결하려는 문제와 접근 방식도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다름 속에서도 서로의 사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과 지지, 현실적인 조언을 거리낌없이 나눠주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가장 낯선 곳에서 마주한, 가장 익숙한 동료와도 같았다. 모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하나의 영역’ 에서 같은 목표로 일하고 있다는 점.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좀더 힘을 내 볼 수 있다는 점. 이것이 하나된 아시아가 보여주는 하나의 미래가 아닐까. 

※ AVPN 2024 출장단 콘텐츠 전문(rootimpact.org/journal/375)은 루트임팩트 홈페이지 저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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