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토)

지구의 물이 막힘없이 흐르도록… ‘복원 경제’가 주목받는다

최근 미국에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치된 낡은 댐을 철거하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1900여 댐이 해체됐고, 향후 3만개 댐을 없앨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댐 해체 이유로는 생태 복원이 가장 크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댐 해체의 가장 우선된 목적은 하천 생태 복원이며 그 다음으로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 과도한 유지 관리 비용 등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 정부가 3억2470만달러(약 4200억원)를 들여 높이 33m의 엘와댐과 64m의 글라인즈캐니언댐을 철거한 이유도 물고기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생태 복원과 안전성 문제였다.

이른바 ‘복원 경제’로 주목받고 있는 철거 사업의 밑바탕에는 지난 십수년간 기업과 환경단체들의 꾸준한 사회활동이 깔려있다. 특히 미국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는 2014년부터 ‘댐네이션(DamNation)’이라는 이름의 댐 철거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낡은 댐의 위험성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세계 각국의 여러 환경단체와 함께 댐 해체 서명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였다.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서 진행된 캠페인 양상은 달랐다. 댐 건설 예정 사업을 무산시키는데 집중됐다. 유럽의 발칸반도는 유럽 대륙에 유일하게 자연하천이 남은 지역이다. 이 자연하천을 두고 현지에서는 ‘푸른심장(Blueheart)’이라고 부른다. 발칸반도 댐 건설 계획은 2018년부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등 서발칸 3국에 의해 추진됐다.

알바니아의 비요사 자연하천 국립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 라이언 겔러트 파타고니아 CEO, 미렐라 쿰바로 푸르시 알바니아 관광환경부 장관. /파타고니아
알바니아의 비요사 자연하천 국립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 라이언 겔러트 파타고니아 CEO, 미렐라 쿰바로 푸르시 알바니아 관광환경부 장관. /파타고니아

발칸반도에서 건설 추진 중인 댐은 3000개에 이른다. 이 중 91%가 수력발전소로 전환하는 건설 프로젝트다. 파타고니아는 지역의 환경단체와 함께 유럽 남동부의 발칸강, 알바니아의 비요사강 등을 보존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댐 건설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에 12만명의 동의를 얻어, 댐 건설에 투자한 금융회사에 전달했다. 발칸반도 강줄기를 근거로 삼아 살아가는 지역 주민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푸른 심장(Blue heart)’을 제작하고, EU 의회에서 상영했다. 지금까지 파타고니아가 제작한 환경 관련 영상은 83편에 이른다.

지난 3월에는 알바니아 비요사강은 유럽 최초로 자연하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리스의 핀두스(Pindus) 산맥에서 알바니아의 아드리아해로 흐르는 300km의 비요사강은 인공 장벽이 전혀 없는 강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평가한 13종의 동물과 2종의 식물을 포함해 1100종의 야생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해 2월21일 경기 성남에 있는 탄천 백현보를 해체하는 현장 모습. 파타고니아는 성남환경운동연합과 협업해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된 보를 철거하는 사회운동을 벌였다. /파타고니아
지난해 2월21일 경기 성남에 있는 탄천 백현보를 해체하는 현장 모습. 파타고니아는 성남환경운동연합과 협업해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된 보를 철거하는 사회운동을 벌였다. /파타고니아

알바니아 정부는 1만2727헥타르 규모의 국립공원을 조성했고, 덕분에 수세기 동안 해당 지역에 거주했던 6만명 이상의 주민들의 거주지도 보호됐다.

국내에는 하천 상류에 물을 저장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전국에 3만3914개의 보가 설치돼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파손된 채 방치된 보는 약 5800개에 이른다. 방치된 보는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썩게하고, 이는 곧 수많은 어종의 이동을 막는 등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보 철거로 강의 흐름을 복원하면 장기적으로 홍수 발생 확률을 줄이고 수질과 경관 개선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성남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경기 성남의 탄천에 방치된 백궁보, 백현보 철거를 시작으로 전국에 10개의 보를 철거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경남 통영 일대 바다에 서식하는 ‘잘피’와 제주 앞바다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보존을 위한 해양보호구역 지정 활동을 추진 중이다. 최우혁 파타고니아코리아 지사장은 “바다는 대기보다 50배, 육지의 식물과 토양을 합친 것보다 20배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탄소흡수원”이라며 “해양보호 문제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캠페인을 통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아림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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