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폐기물 재활용률 1위 롯데칠성, 매출액 대비 기부금 1위 오뚜기 [데이터로 읽는 ESG]

<2>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 9곳 ESG 데이터 분석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식재료 등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의 올해 1분기(1~3월)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25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전체 평균 상승률은 6.1%, 오른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9.1%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필수 식재료 가격 상승 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식용유(100mL)가 작년 1분기 평균 643.3원에서 올해 1분기 967.3원으로 49.8%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설탕(27.7% 증가), 된장(17.4% 증가) 등도 오름세가 가팔랐다. 카레(16.3% 증가), 우유(13.2% 증가), 맛살(12.3% 증가), 커피믹스(11.6%), 고추장(7.8%), 햄(7.6%), 시리얼(6.7%) 등도 상승률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식품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일제히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식품 물가는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서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식품업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등 전반적인 ESG 경영 데이터를 분석했다. 구체적인 대상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시가총액 상위 200대 식음료 기업 9곳(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칠성, 삼양사, 대상, 빙그레, 롯데웰푸드, CJ프레시웨이)이다. 200대 기업 중 오리온, 동서, 삼양식품, 매일유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었다. 동원F&B는 모회사인 동원산업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동원F&B 자체 차원의 보고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양사, 온실가스 배출량 가장 많이 감소

더나은미래가 식음료 기업 9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2020~2022년) 삼양사(11.3% 감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삼양사는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선정해 이행해오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그룹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매월 모니터링을 실시해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관련 활동은 ESG팀에서 각 사업장의 성과를 취합해 대표이사에게 보고하는 체계다.

CJ제일제당·롯데칠성(1.21% 감소)과 오뚜기(0.66% 감소), 빙그레(0.42% 감소) 등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미하지만 감소한 추세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 업체는 롯데웰푸드(76.78% 증가)와 CJ프레시웨이(20.62% 증가), 농심(4.98% 증가), 대상(4.52% 증가)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사업장이 확대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매출 대비 집약도로 보면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페트 제품 출시, 연료 활용… 식품업계의 폐기물 재활용 전략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의 약 30%가 식음료 업계에서 배출되는 만큼, 폐기물 재활용 이슈는 업계의 개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 상위 5개 기업은 롯데칠성음료(5만4381톤), 코카콜라(4만3868톤), CJ제일제당(3만4803톤), 농심(2만3988톤)으로 모두 식품업계에 해당했다.

2022년 폐기물 재활용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롯데칠성(98.6%)이었으며, CJ제일제당(95.2%), 삼양사(95%), 빙그레(93.2%) 순으로 나타났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포장재, 의류, 연료 등의 새로운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주요 전략으로 분석됐다. 2022년 롯데칠성은 국내 음료업계 최초로 아이시스 8.0 ECO 1.5L 제품에 r-PET 원료를 사용해 재활용 페트 제품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식품 폐수처리 이후 발생하는 오염 침전물을 퇴비로, 비닐이나 플라스틱류는 연료로 재사용하거나 합성수지(펠렛)로 활용한다. 한편, 폐기물 재활용률을 미공시한 CJ프레시웨이를 제외한 8곳의 평균 재활용률은 89.4% 수준이었다.

2022년 기부금 1위 CJ제일제당, 매출액 대비 기부금 1위 오뚜기

2022년 기준 기부액이 가장 높은 곳은 CJ제일제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212억9676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1999년 식품업계 최초로 사회공헌 전담부서를 신설한 CJ제일제당은 건강과 안전, 지속가능한 환경 두 가지 전략 체계를 기반으로 사회공헌을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부터 서울시 1인 가구 청년들에게 식품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찾아가 요리 정보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정보를 연계하는 ‘나눔 도시락’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CJ제일제당에 이어 기부금이 높았던 기업은 오뚜기(98억6063만원), 롯데웰푸드(83억3700만원), 대상(51억8800만원), 롯데칠성(50억3000만원), CJ프레시웨이(39억5844만원), 농심(23억5251만원), 빙그레(7억2900만원), 삼양사(2억3700만원) 순이다.

한편, 2022년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오뚜기(0.31%)였으며, 롯데웰푸드(0.26%), 롯데칠성(0.18%), CJ프레시웨이(0.14%), 대상(0.13%) 순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삼양사(0.01%)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1992년부터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을 위해 한국심장재단에 기부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는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에 장애인 재활지원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지난 31년간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사업’을 통해 6013명(2023년 9월 기준)에 달하는 어린이들의 완치를 지원했다.

롯데칠성, CJ프레시웨이, 롯데웰푸드… 장애인 고용률 3% 상회 기업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시한 2022년 장애인 고용률에 따르면, ▲롯데칠성(3.57%) ▲CJ프레시웨이(3.41%) ▲롯데웰푸드(3.20%) ▲빙그레(1.54%) ▲오뚜기(1.50%) ▲CJ제일제당(1.27%) ▲농심(1.00%) ▲대상(0.94%) ▲삼양사(0.70%) 순이었다.

기업들은 제조업 특성상 아직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빙그레 관계자는 “제조업 회사로 안전사고 리스크를 고려할 때 장애인 채용에 한계가 있지만 2022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 등 내용을 포함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차별 없는 사내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증장애인 4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33명의 장애인이 오뚜기와 오뚜기프렌즈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고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인 오뚜기프렌즈는 2021년 12월 20명의 장애인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오뚜기프렌즈는 오뚜기 생산 제품 중 별도 기획제품 포장을 하는 회사다. 2022년 11월부터는 오뚜기 임직원 명함 제작을 맡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장애인 채용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적합한 직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단속 반복 업무보다는 직무 만족도가 높고 장기 근속할 수 있는 직무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려움이 많다”라고 전했다. 농심은 2023년 5월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신나는 심포니’를 창단, 단원 모두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여성 사외이사, ESG 관련 업무 담당하기도

식품업계 기업들도 대부분 2021년~2022년을 기점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처음 선임했다. 오뚜기는 지난 2022년 선경아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2021년 선임된 김지연 농심 사외이사는 2003~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사, 2009~2012년 이화여자대학교 연구교수로 활동한 인물이다. 롯데칠성도 같은 해 판사 출신 조현욱 변호사를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ESG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들도 있었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선임된 황덕남 사외이사가 ESG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황 사외이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롯데웰푸드 사외이사 다섯명 중 유일한 판사 출신 법조계 인사다. CJ프레시웨이도 같은 해 전은숙 전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ESG 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한편, 여성 사내이사가 있는 기업은 9곳 중 3곳(CJ제일제당, 대상, 롯데칠성)이었다. CJ제일제당의 김소영 AN사업본부장(부사장 대우)은 2004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커리어 대부분을 바이오연구소에서 쌓아왔다. 2013년 상무로, 2018년 부사장 대우로 승진, 2020년 말에는 바이오사업부문 AN(Animal nutrition) 사업본부장에 선임됐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사내이사는 2009년 대상그룹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해 부장, 상무, 전무를 거쳐 2023년 3월 부사장에 선임됐다. 롯데칠성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송효진 사내이사는 한영회계법인·선진회계법인을 거쳐 2014년 2월 롯데칠성음료에 합류한 인물이다.

김강석 더나은미래 기자 kim_ks0227@chosun.com

※빙그레,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사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장애인 고용률을 공시하지 않아, 장애인 임직원 수를 총 임직원 수에 나눠서 장애인 고용률을 집계함, CJ프레시웨이는 장애인 고용률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장애인 고용 비율을 직접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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