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화)

“장애인도 편하게 누리는 ‘모두를 위한 미용실’을 만듭니다”

[인터뷰]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

“장애인을 위한 미용 서비스는 굉장히 적어요. 복지관이나 지자체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할 때 바로 자를 수 없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해서 해당 지역이 아닌 장애인은 이용할 수가 없어요. 장애인도 똑같이 머리를 예쁘게 꾸미고 싶은 건 같은데 환경이 그렇지 못한 거죠.”

조형범(40) 모두의미용 대표는 올해 1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인 ‘모두의 미용실’을 열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배리어프리 인테리어를 도입했고 저소음 미용기구를 사용한다. 지난 29일 경기 성남 중원구 모두의 미용실에서 만난 조형범 대표는 “장애인이 조건 없이 편안한 미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놀이터 같은 미용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성남시 중원구에서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를 만났다. /성남=서동훈 청년기자
지난 29일 성남시 중원구에서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를 만났다. /성남=서동훈 청년기자

-장애인 친화 미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장애인이 일반 미용실을 찾아가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임대료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일 층이 아닌 곳에 미용실이 많기도 하고, 설령 있더라도 문턱이 있어 휠체어 장애인의 이용이 어렵다. 또 의자가 움직이지 않거나 샴푸 시설로 가는 통로에 계단이 있는 등 시설 문제가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나 시끄러운 소리 등 낯선 환경에서 이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미용하기가 어렵다. 미용에 대한 욕구는 있는데 환경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친화 미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미용실이 없었는지?

“민간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최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있지만, 지역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고 짧게 단기간만 운영하거나 수요가 적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민간 주도로 운영되지 않았던 이유는 장애인이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라는 생각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모두의미용이 잘 자리 잡는다면 다른 분들도 장애인 미용실을 하나 둘 열고, 장애인 분들의 선택지도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 미용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모두의 미용실은 미용 의자를 고정해두지 않는다. 휠체어에서 이발하는 경우나 편한 의자에서 미용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입구 역시 턱이 없는 구조라 이동이 쉽고 샴푸시설로 가는 복도 역시 계단이 없어 바로 향할 수 있다. 미용 서비스는 눕거나 일어난 상태에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기존 15분 정도의 커트 시간보다 1시간 정도로 넉넉하게 서비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중간에 휴식하거나 잠깐 미용을 멈춰도 괜찮다. 미용사 역시 긴 미용봉사 경력을 갖고 있어 다양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주로 어떤 사람이 이용하는가?

“주로 발달장애 아동이 많이 찾아온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낯선 환경을 잘 견디지 못하지만, 부모의 도움으로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모두의 미용실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미용실이고 준비도 돼 있다. 미용실에 자주 오시던 발달장애인 부모께서 일반 미용실을 갈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결국 모두의 미용실은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 아동을 대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이 있는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이동이 불편한 경우에는 부딪칠 만한 트레이나 의자를 미리 잘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은 가위나 이발기 등 미용 기구를 쓸 때 갑자기 움직이거나 머리에 손을 대려고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부모에게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부탁한다. 상황에 따라서 미용을 멈추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인형 의자에서 놀기도 한다. 무리하게 계속 자르려고만 하면 미용실이라는 장소를 무서운 곳으로 생각해서 다시 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는 “지난해 1월 미용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6월부터 장애인 친화 미용사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훈 청년기자
조형범 모두의미용 대표는 “지난해 1월 미용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6월부터 장애인 친화 미용사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서동훈 청년기자

-수익 창출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궁금하다.

“미용실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파마나 염색을 하지 못해 수익이 큰 편은 아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동과 함께 미용 서비스를 받는 시스템을 생각했다. 장애 아동이 머리를 자르는 동안 부모도 함께 미용을 받을 수 있다. 모두가 이용 가능한 미용실이라는 슬로건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미용서비스 외에도 장애인이 불편해 하지 않는 커트 포 등 새로운 미용 교구를 개발해 판매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자 한다.”

-장애인 친화 미용사 육성도 진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많아지려면 결국 장애인을 위한 미용사가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용과 달리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미용 인력이 많이 없다. 현재 장애인 친화 미용사 육성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해당 매뉴얼로 올해 6월 첫 교육도 진행했다. 당시 미용 자격증은 있지만, 일을 쉬거나 해서 재취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다.”

-이외에 다른 계획이 있는가?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인 ‘모미넷’을 제작하고 있다. 모미넷에선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사이트를 이용해 전국에 있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장애 유형, 소리나 공간 등 변화에 민감한 정도 등 조건을 입력하면 이에 맞는 미용실을 추천하고 미용사까지 선택할 수 있다. 쉽게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예약하고 걱정 없이 미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올해 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성남=서동훈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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