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화)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 선 청년 예술가를 돕습니다”

[인터뷰] 이현호 그루북 협동조합 대표 

 “예술가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 시기를 버티려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죠. 쉽지 않은 문제예요. 그루북은 청년 예술가들이 맘껏 예술 활동을 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부산 북구 청년아트스테이션에서 만난 이현호(39) 그루북협동조합 대표는 “수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적은 수익과 작업 환경 탓에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다”라며 “부산 지역만이라도 청년들이 즐겁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 그루북 대표는 “청년들이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로 북구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송수경 청년기자
이현호 그루북 대표는 “청년들이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로 북구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송수경 청년기자

그루북은 부산 북구의 청년 예술가가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지원한다. 전시회를 개최해 예술 활동을 경력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하고, 예술 분야 창업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한다. 같은 고민을 가진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이 교류할 기회를 마련해 예술 활동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그루북을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부산 해운대에서 30년 넘게 살다가 결혼하고서 북구에 정착했어요. 북구에 산 지 6년 정도 됐죠. 처음엔 로컬 콘텐츠 커뮤니티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주민, 북구청과 협업해 북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자연스럽게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구에서 청년 예술가가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이들을 돕고, 지속적으로 연대하기 위해 그루북을 만들었어요. 지난 2021년 임의단체로 출발한 그루북은 2022년 협동조합으로 도약하면서 미술 음악 무용 디자인 4개로 파트를 나눠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인가요?

“북구는 부산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구지만 잠만 자는 지역으로 여겨져요. 베드타운이죠. 그래서 그런지 예술가가 되고 싶은 청년을 위한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북구청에 문화예술 관련 예산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 예술가들은 북구가 아닌 부산진구 전포, 해운대 등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청년들이 북구에서 활동하면서 북구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청년에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청년 예술가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도 많은데요. 그루북의 활동은 다른가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은 예술로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청년 예술가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청년 예술가가 국가 지원사업을 신청하려고 해도 조건이 있어요. 사업자등록증, 예술활동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가 많은데, 이런 게 준비되지 않아서 지원금을 못 받는 경우도 많아요. 그루북에서는 이런 ‘경력’을 쌓는 과정을 도와줍니다. 견적서, 계약서,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을 알려주면서 청년 예술가가 현실 속에서 예술 활동을 하면서 한 발짝씩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청년 예술가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걸 알려주는 거죠.”

부산 북구 청년아트스테이션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 북구 청년아트스테이션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루북협동조합

 -공간도 제공한다고요.

“북구에는 청년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베드타운이라서 주민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다 보니, 문화예술과 관련된 기반 시설이 부족합니다. 인구가 많으니 임대료는 비싸고요. 청년들이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부터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해 지난해부터 청년아트스테이션을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1층에는 청년 예술가들이 전시를 열 수 있는 새물갤러리가 있고요. 1.5층과 2층에는 이들이 창작 활동을 하고, 커뮤니티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청년들이 한 공간에 계속 모이면서 소통하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새로운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반응은 어떤가요.

“올해 들어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전시회를 열고 예술활동을 증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예아카데미’ 입학 경쟁률은 3대 1에 달했어요. 저도 깜짝 놀랐죠. 작년에는 북구 밖에서 온 청년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북구 청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청년 예술가가 있나요?

“새몰갤러리에서 전시를 한 한홍비 작가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예술 활동을 거의 포기했다가 오랜만에 작업을 한 작가님이었어요. 예전에 썼던 미술 도구들을 하나씩 닦아가며 작품을 완성하셨대요. 종이봉투에 갇혀 있던 흰 새가 봉투 밖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었어요. 흰 새는 작가님 자신을, 종이봉투는 작가님의 두려움을 상징하는 거였어요. 예예아카데미를 계기로 작가님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역에서 청년 예술가가 계속 활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지역에서 작가들이 계속 활동하려면 예술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리면 돈을 지불하고 전시를 보러 올 사람도, 작품을 구매할 사람도 있어야 하죠. 지역에 문화예술이 꽃피면 예술가들도 굳이 수도권으로 갈 필요가 없어요. 지역에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게 그루북이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그루북의 목표는요?

“문화예술을 통해 베드타운에서 로컬을 성공시킨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퇴근하고 즐길 거리가 많은 동네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북구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청년에게도 북구가 빨리 떠나고 싶은 동네가 아니라 계속 살고 싶은, 재밌는 동네가 되길 바랍니다.”

 부산=송수경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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