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출산한 여성을 위한 ‘특별한 운동법’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

“출산을 하고 나면 여성의 몸은 크게 변해요. 갈비뼈, 골반, 엉덩이…. 출산은 여성의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출산 후 여성의 신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습니다. 심지어 여성 스스로도요. 출산 흔적은 여성의 몸에 평생 남는데도요. 더패밀리랩에서는 출산한 여성을 위한 특화된 운동법을 개발해 제공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패밀리랩은 출산한 여성이 겪는 문제를 다룬다. ‘헤이마마’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출산 후 체형 회복에 도움이 되는 전문 운동 프로그램과 더불어 호르몬 변화를 고려한 셀프 케어 루틴을 제공한다. 지난달 12일 서울 성수동 헤이마마 사무실에서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를 만났다. 하 대표는 “출산한 모든 여성이 겪지만, 정보가 부족해 해결방법을 알 수 없었던 문제들을 풀어가고 싶다”고 했다.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는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 인한 건강 문제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불편함을 감내해왔다"며 "출산이라는 행위로 인한 여성의 건강 저하는 '사회적' 이슈"라고 말했다. /이주희 청년기자(청세담 14기)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는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 후 발생하는 건강 문제가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이슈라고 생각하고 불편함을 감내해왔다”며 “출산이라는 행위로 인한 여성의 건강 저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주희 청년기자(청세담14기)

여성이 건강해야 온 가족이 건강

-여성의 출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크게 아팠어요. 몸무게 3kg밖에 나가지 않는 아이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망가졌거든요. 몸이 아프니 자신감도 사라지더라고요. 육아라는 노동을 하기에 제가 무능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어떻게든 건강을 되찾으려고 운동을 시작했더니 몸과 마음의 문제가 다 걷혔어요. 덕분에 일도 다시 할 수 있게 됐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HG 이니셔티브(HG Initiative)에서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사내벤처를 꾸리게 됐어요. 지금은 분사에서 독립적으로 더패밀리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몸’을 조명한다는 게 새로운데요.

“아기를 위한 상품은 수도 없이 많지만 출산 후 여성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해요. ‘육아는 힘들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데는 육아 당사자가 건강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끼친다고 봤어요. 출산 후 여성이 건강해야 육아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고, 나아가 온 가족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시작해 여성의 생애주기 전반에 대한 문제를 다루려 했죠. 그중 평생 여성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출산’에 대한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게 됐습니다.”

-평생 영향을 미친다고요?

“우선 신체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띄죠. 배가 나오고, 몸통이 커지고, 골반이 틀어지고….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도 매우 약해집니다. 이런 상태가 다양한 통증을 유발해요. 불편함이 해결되지 않으면 요실금 같은 문제도 생겨요. 호르몬 변화 때문에 산후 우울증을 겪고서도 또 우울감이 올 수도 있고요. 헤이마마는 이런 상황에 각각 특화된 운동을 알려줍니다.”

-유튜브만 봐도 이미 여성을 위한 운동법은 많습니다. 다른 여성용 헬스케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기존 콘텐츠는 대부분 ‘몸매 관리’를 목표로 합니다. 헤이 마마는 신체가 변화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둬요. 고려대 구로병원과 여성 복부 근육을 강화하는 임상 연구를 하는 등 기존 운동 프로그램과는 다른 전문성을 확보하려고 했어요. 실제 임상연구에서 출산한 여성들이 이 운동을 했더니 신체와 관련된 모든 지표가 개선됐습니다. 헤이마마는 여성에 특화된 셀프케어 루틴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출산 후에 체중이 늘어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데, 출산 전과 같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건 문제를 잘못 진단한 거죠. 헤이마마에서는 출산 후에 식욕을 억제하기 어려워진 고객이 있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진단합니다. ‘수면 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잠을 잘 자게 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줘야겠죠. 이런 식으로 여성이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인터뷰 중인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 더패밀리랩의 목표는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솔루션을 '헤이마마'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총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주희 청년기자(청세담 14기)
인터뷰 중인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 더패밀리랩의 목표는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솔루션을 ‘헤이마마’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주희 청년기자(청세담14기)

‘요실금’은 부끄러운 걸까요?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여성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출산 후 여성은 신생아 육아를 하느라 병원에 방문할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요. 게다가 산후 체형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고가여서 비용 부담도 크죠. 많은 엄마가 아기가 성장해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문제를 방치하고 삽니다. 헤이마마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운동 서비스를 낮은 가격대에,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게 했어요. 여성이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인지하면 스스로 서비스를 선택해 해결할 수 있죠.”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연구원으로 일하는 고객이 출산 후에 몸이 너무 부어서 남성용 장갑을 끼고 실험을 했대요. 헤이마마를 통해 운동을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여성용 장갑이 헐렁해진 사진을 보내줬어요. 부기가 빠지고, 몸이 가벼워지니 너무 편하다면서요. 스스로 실천해서 변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이런 분도 있었어요. 아기 띠를 매고 산책이라도 한번 하고 나면 속옷을 세탁해야 할 정도로 요실금이 심했죠. 8주간 운동을 했더니 증상이 사라졌어요. 요실금은 배에 압력 조절이 안 돼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운동을 했더니 코어에 힘이 생겨 해결된 거죠. 헤이마마의 서비스가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하니 감동적이었어요.”

-출산한 여성의 몸에 대한 이슈가 더 보편적으로 다뤄지면 좋을 텐데요.

“맞습니다. 출산 후 여성이 겪는 문제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기를 낳고 나면 여성의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죠. 다른 나라에서는 출산한 여성에게 국가 차원에서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해요. 프랑스에서는 출산 후 영향을 받는 골반저근(케겔) 근육 물리치료가 의료 보험으로 처리됩니다. 독일은 국가에서 산후 운동 클래스를 제공하고요.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건강문제가 40·50대에 만성 질환으로 나타나면 국가 헬스케어 시스템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예방을 하는 거죠. 우리나라에는 이런 국가적인 인프라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여성이 임신·출산을 했을 때 고민을 말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오히려 숨겨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기도 해요. 여성의 문제가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사회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다뤄지면 좋겠어요. 호주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요실금과 관련한 캠페인을 열었어요. 유명인사들이 캠페인에 참여해서 공개적으로 요실금을 겪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죠. 요실금 같은 증상을 감추고 민망해하면서 병원에 가는 것을 피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변화가 빠르게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김은미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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