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벅스, 올해 초 포용성 다룬 ‘신규 접근성 지침’ 발표
2030년까지 온오프라인 접근성 개선할 것…
韓 스타벅스는 1883곳 점포 중 장애인 친화 매장 단 1곳
올해 초, 미국 스타벅스는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고려한 ‘포용성’을 다룬 구체적인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 스타벅스는 향후 오픈하는 모든 현지 매장에 이 정책을 적용한다. 회사가 공개한 새로운 지침은 장애인들이 매장을 이용하기 쉽도록 앞으로 모든 현지 매장에 배리어프리 공간을 구현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첫 적용 매장은 같은 달 워싱턴 DC 유니언 마켓에서 오픈한 신규 매장이다.
새롭게 오픈한 워싱턴 D.C 유니언 마켓점에는 청각장애인 고객을 위해 수어를 쓸 수 있는 직원이 근무하며, 자동문과 주문현황판이 설치됐다. 휠체어를 탄 고객과 직원을 위해 배리어프리 공간을 구현했고,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카운터를 비치했다.
직원들은 조정 가능한 포스기(POS·Point of sale)를 이용해 고객 주문을 받을 수 있다. 포스기는 시각장애인이나 시력 저하자를 위한 음성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스기의 글자나 사진은 돋보기처럼 확대해 크게 볼 수 있다. 커피 제조기의 경우 버튼을 크게 만드는 등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
앞서 미국 스타벅스는 지난 2021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아이라(Aira)’를 통해 음성지원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비스는 스타벅스 매장 근처에서 앱에 접속하면 24시간 대기 중인 전화 상담사와 연결되고, 상담사는 이용자 휴대폰 카메라 화면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매장 안까지 안전하게 안내한다.
미국 스타벅스는 올해 1만6000여 곳의 현지 매장들에 더해 전체 매장 수를 약 600곳 늘릴 계획이다. 케이티 영(Katie Young) 스타벅스 매장운영 상무는 보도자료를 통해 “포용적인 매장을 만들고 확대하는 것은 우리 사명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이 장애인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5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매장에서 오는 2030년까지 오프라인과 디지털 환경의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장애인 고객과 임직원을 배려한 매장을 오픈한 것은 미국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현재 북미 지역 모든 스타벅스 매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메뉴판을 갖췄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2년 해당 메뉴를 보스턴 소재 출판사 내셔널 브레일 프레스(National Braille Press)와 개발해 첫선을 보였다.
국가별로 보면 이번에 새롭게 오픈한 워싱턴 D.C 유니언 마켓점을 비롯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일본, 영국, 인도네시아 등이 청각장애인 직원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스타벅스 ‘수어 매장(Signing store)’을 운영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 최초 수어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2019년 중국 광저우(Guangzhou), 2020년 일본 도쿄(Tokyo) 등에 수어 매장을 열었다. 가장 최근 수어 매장은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8월 보르네오섬 쿠칭(Kuching)에 오픈한 곳이다. 현재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20여 곳의 수어 매장을 운영 중이다.
韓 스타벅스, 1883곳 점포 중 장애인 친화 매장 단 1곳… 최초지만 유일해
반면, 한국의 경우 수어 매장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 주주가 됐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거버넌스는 달라졌지만, 전반적인 운영 차원에서는 글로벌 본사 기준를 따른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애친화적 매장 및 직원 채용 등 장애인 복지에 대한 방향은 같지만 각 나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020년 12월 전 세계 최초로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매장 서울대치과병원점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은 장애인 고용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스타벅스코리아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및 서울대학교치과병원과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매장이다. 이 매장의 절반 이상은 점장을 비롯해 장애인이다.
특별히 수어 매장은 아니지만 점자 메뉴판을 배치했고, 매장 내 시설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점자와 입체로 만든 지도인 ‘촉지도’를 출입구에 마련했다는 것이 스타벅스코리아측의 설명이다. 주문하는 곳과 음료 받는 곳 등 매장 곳곳에 점자 안내 문구를 설치했으며, 휠체어와 이동보조기기, 유아차 등과 함께 하는 모든 사람의 출입이 쉽도록 문턱을 없앴다. 장애인 고객, 임직원 모두를 배려해 고객이 ‘필담’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필담노트도 갖췄다.
하지만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 수는 1883곳(2023년 12월 기준). 이중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장애인 친화 매장’은 서울대치과병원점 1곳(0.05%)에 불과하다. 점자 메뉴판 또한 북미 지역과 달리 서울대치과병원점 단 1곳에만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필담노트의 경우 전국 드라이브스루(DT·차량 이동 주문) 매장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 매장의 경우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스타벅스코리아에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이용 시 청각·언어 장애인들을 위한 화상수어 서비스나 키오스크 등 편의를 제공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사단법인 장애인차별철폐추진연대 등은 지난 2021년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에서는 음성으로만 주문할 수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 수어 매장을 도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내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이 말이나 구화(입모양) 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매장은 오픈할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한편,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022년 오픈한 ‘대구 종로고택점’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이용을 할 수가 없어 차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출입구 2곳 중 주요 입구에는 돌계단 4 중턱이 버티고 있고, 옆쪽 입구에는 5cm 넘는 나무 문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우회해 종로고택점 마당까지 들어간다 해도 주문을 하려면 매장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곳에도 돌계단 4 중턱이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았다.
당시 “경사로를 설치해 달라”는 장애인 고객의 요청을 한 직원이 “매장 콘셉트가 한옥이어서 어쩔 수 없다, 다른 매장을 이용해 달라”고 대답하면서 장애인들의 공분을 샀다. 지역사회 비난이 짙어지면서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결국 같은 해 12월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에 걸쳐 대구 종로고택점에 장애인 경사로 휠체어를 설치했다.
김강석 더나은미래 기자 kim_ks0227@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