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동물을 제대로 알면 어울려 살아갈 방법이 보입니다”

[인터뷰]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동물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펴내면서요.”

동물 전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유통까지 혼자 도맡는 1인 출판사 운영자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인 2006년에 출판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동물 관련 책을 70여 권 출간했다. 반려인을 위한 실용서부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뜻하는 ‘펫 로스’(Pet loss), 유기동물, 동물실험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최근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장애가 있는 개를 주제로 한 책을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는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과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 관련 도서를 전문으로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민지 청년기자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 관련 도서를 전문으로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민지 청년기자

-동물 전문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출판사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국내에서 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던 시기다. 그런데 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즈음 함께 살던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다. 정보가 없으니까 “도대체 이게 뭐지?” 싶더라. 가족처럼 지내던 동물의 노화나 죽음을 처음 겪다 보니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당장 내게 필요한 내용을 찾기 위해 외서를 많이 읽었다. 그러다 ‘나에게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떤 책들을 냈나.

“반려동물 실용서를 많이 냈다. 대표적으로 ‘펫 로스’에 관한 책이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다가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더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이별을 슬프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동물과 함께하는 여러 과정을 헤쳐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또 동물 건강 지식, 동물의 노화에 대처하는 방법, 훈련과 교육 방법을 주제로 한 실용서도 있다. 동물이 아프거나 늙었을 때, 문제 행동이 있을 때 많이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유기되는 동물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었다.”

-무거운 주제의 책도 많던데.

“실용서 외에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해 동물이 처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담은 책도 냈다. 2009년에 나온 책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보호소에서 죽어가는 유기동물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집이다. 10년 만에 컬러 사진과 저자의 글을 보태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이외에 실험동물, 전시동물, 전쟁에 이용되는 동물 등을 주제로 한 책도 여러 권 냈다.”

-작가를 섭외하는 일이 관건이겠다.

“원고가 꽤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대부분 기획을 통해 책을 출간하고 있다. 기획된 주제에 적합한 저자를 찾아 청탁서를 보내고 섭외한다. 출판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입지를 다진 뒤에는 저자 섭외가 더 수월해졌다.”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출판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은 마케팅이다. 1인 출판사다 보니 마케터 역할까지 하는데, 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책공장더불어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글을 올리면 꾸준히 찾아주는 독자들이 있다. 온라인상에서 책에 대해 수다를 떨기도 하고 동물 관련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기도 한다.”

-출판사 설립 초기부터 재생지를 고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출판에서 재생지를 거의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재생지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특히 단행본용 재생지가 없어 고생을 많이 했다. 게다가 하얀 고급지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재생지를 낯설어했다. 하지만 종이를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파괴하면 그곳에 살던 동물은 어디로 가겠나. 동물이나 환경 문제에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재생지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을 설명하니 독자들도 이해했다.”

-첫 책이 나온 후 17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기분이 어떤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항상 그 일에 충실하자고 생각해 왔다. 지금도 삶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출판사를 시작하고 나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예전의 나는 그저 강아지 한 마리와 살던 사람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동물 문제를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것을 혼자만 알지 않고 여러 사람과 나누고 있다. 우리 출판사의 책을 읽고 삶이 바뀌었다거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또 내가 집회를 열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지난해에는 서울대공원 침팬지 반출 반대 집회를 4개월간 진행했다.”

-그간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강아지나 고양이를 집에서 기른다는 인식이 없어 마당에 두고 키우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이후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등장했고, 이제는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도둑고양이’는 길고양이가 됐다. 길고양이 대신 동네고양이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충돌과 논의를 통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간다. 동물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나 사회가 좋은 쪽으로만 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리한 품종 개량과 불법 번식 같은 산업이 더욱 거대해진 면도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동물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무지가 편견을 만들고, 편견이 혐오를 낳는다. 예를 들어 길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접하면 고양이를 안 좋게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책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동물의 이야기가 많다. 동물 도서가 아직 더 필요한 이유다.”

김민지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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