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동물과 사람을 잇다…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 가보니

전국서 구조된 동물 250마리 보호
치료부터 교육, 입양까지 종합관리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병풍처럼 두른 파평산과 비학산 아래 둥근모서리의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지난 2020년 10월 문을 연 ‘더봄센터’다. 이곳은 동물권 인식을 개선하고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건립된 동물보호소다. ‘수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 유기동물 보호소와 달리 ‘동물 복지’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대지 4022㎡(약 1216평)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센터는 동물병원부터 교육장, 놀이터, 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다. 동물 구조부터 보호, 입양, 교육까지 동물을 위한 종합복지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센터에서 개와 고양이는 25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새로운 보호자 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센터를 직접 찾은 지난달 6일, 정문을 들어서자 높고 낮은 음정으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로비에 도착하자 유리창을 너머로 중앙정원 잔디밭을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보더콜리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이름은 ‘말론이’. 세살짜리 수컷이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김현지 더봄센터장은 “선천적으로 귀가 멀었는지 후천적으로 난청이 발현됐는지 모르지만 말론이는 소리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유전적으로 매우 취약한 교배종이라 언제 시력 저하가 발생하거나 돌연사할 수 있다”고 했다.

2년 전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보더콜리 '말론이'가 경기 파주에 마련된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에서 뛰놀고 있다. /카라
2년 전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보더콜리 ‘말론이’가 경기 파주에 마련된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에서 뛰놀고 있다. /카라

말론이가 더봄센터로 온 건 2년 전이다. 경기 의정부에 있는 보더콜리 전문 훈련소에서 구조됐다. 김 센터장은 “당시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훈련소였는데, 제보에 따르면 불법 번식과 위탁 판매를 벌인 곳이었다”며 “텅 빈 밥그릇, 육안 상으로 앙상하게 마른 개들, 백골 사체가 흩어진 곳에서 말론이를 데려왔다”고 말했다. 구조 당시 말론이는 빈혈 증세와 심장 사상충 감염, 피부병을 앓고 있었지만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다.

말론이처럼 구조된 동물은 더봄센터 옆에 별도로 마련된 계류장에 머무른다. 안정기를 거쳐 센터 1층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건강검진과 진료, 중성화 수술을 진행한다. 이후 2층의 견사로 옮겨져 사회화 교육을 받으며 입양자를 기다리게 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 2층 다목적 교육장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교육을 받는 공간인 동시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동물권 교육과 각종 회의, 토론회도 열린다.

다목적 교육장 옆에는 활동가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무 공간 한쪽에는 집중 케어가 필요한 일부 동물들이 돌봄을 받고 있다. 다목적 교육장에서 나와 견사를 지나 옥상정원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2층 건물에 굳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동물들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보호자를 만날 때를 대비해 좁은 엘리베이터 공간에 대한 적응 훈련이다.

더봄센터 옥상정원에서 내려다 본 센터 전경. /카라
더봄센터 옥상정원에서 내려다 본 센터 전경. /카라

옥상정원에서 센터를 내려다보니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현지 센터장은 “지금까지 쭉 둘러본 공간들은 동물을 위기 상황에서 구출하는 것에서 나아가 새 보호자에게 입양을 보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동행한 말론이와 건물 옥상에서 경사로를 통해 중앙정원으로 걸어 내려갔다. 경사로는 안전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고민과 함께 경사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난간에 튼튼한 망을 덧댔다. 덕분에 장애견도 휠체어를 타고 옥상정원을 활용할 수 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카라가 오랫동안 내세운 슬로건이다. 입양할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센터에 머무는 동물과 결연 후원을 할 수 있다. 나이가 많거나, 완치가 어려운 질병, 장애가 있는 동물들은 입양이 쉽지 않고 센터에서 보호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아림 청년기자(청세담 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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