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기부 그 후] ‘길 위의 슬픈 죽음’을 막아주세요

동물들이 길 위에서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 끔찍한 광경에 고개가 절로 돌아가지만, 심각성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로드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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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당한 토끼의 모습/녹색연합

도로 위에서 마주하는 죽음, ‘로드킬’

짓이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토끼, 배가 터진 채 길 한 가운데 방치된 고라니…. 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도로 위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의 죽음을 마주합니다. 처참하게 죽은 동물들의 끔찍한 광경에 고개가 절로 돌아가지만, 로드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차에 치이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로드킬 관련 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아니예요. 환경, 생태 사업을 하다보니 자연히 현장 조사나 출장이 잦아요. 그러다보니 많은 도로들을 거쳐 지나게 되는데, 동물들이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은 ‘로드킬’을 접한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현장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시급해 보였습니다. 지난해 3월, 녹색연합은 전라남도 광양시에서 발생한 두꺼비 로드킬을 모니터링했습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매년 경칩 무렵, 두꺼비들은 산란을 위해 이동을 시작합니다. 이때 도로 위에서 수십, 수백마리의 두꺼비가 목숨을 잃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꺼비가 차에 치이면서 나는 소리, 도로 위에서 썩은 두꺼비 시체 악취는 지역 주민들을 괴롭혔습니다.

광양시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2014년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야생동물 교통사고 현황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2000여 건의 로드킬이 발생했습니다. 녹색연합에서 ‘로드킬 제로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이유입니다. ‘로드킬 제로 캠페인’은 수도권 도로부터 로드킬을 줄여나가자는 캠페인입니다.

“‘로드킬’은 치인 동물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도 ‘사고’를 당한 셈이예요. 동물을 치고 지나간 운전자를 단순히 비판할 게 아니라, 한 도로씩 정해 다니는 사람에게 로드킬을 알리고 실제로 줄여나갈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녹색연합 윤소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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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당한 생물의 사체

남한산성부터 시작하는 로드킬 ‘0’의 꿈

‘특정 도로에서 시작해, ‘로드킬 제로’ 지역을 넓혀나가자’, 녹색연합에서 ‘로드킬 제로’ 캠페인을 기획한 이유입니다. 남한산성(342 지방도)에서 검단산·팔당호를 가로지르는 45번 국도가 시작점이 됐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찾아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면서도, 많은 로드킬이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캠페인 진행을 위해 현장 조사가 필요했습니다. 어떤 생명체가 이 주변에 서식하는지, 주로 로드킬 당하는 생물은 누구인지, 얼마나 많은 개체가 죽는지 심각성을 알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교통비, 주유비 등의 연구조사 비용에 해피빈 후원자들의 모금이 힘이 됐습니다. 지난해 9월 4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가장 슬픈 길 위의 죽음, 로드킬’이라는 제목으로 모금이 진행됐습니다. 총 500여 만 원이 모였습니다. 3823명의 네티즌들이 십시일반 보태준 돈이었습니다. 

도로에 로드킬 모니터링을 가면, 하루에도 적게는 1~2개체, 많이 보면 4~5개체까지 죽어있는 현장을 봐요. 청설모, 뱀, 고라니 같이 종류도 다양하고요
모금이 완료된 후 12회의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조사 결과, 로드킬은 주로 커브길이나 급하게 속도를 줄이기 어려운 내리막길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도로에는 야생동물 주의 표지판도 없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러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야생동물과 운전자, 두 가지 관점에서 로드킬을 바라보려 합니다. 윤소영 팀장은 “로드킬 사고를 낸 운전자도 트라우마가 남는다”며 “야생동물 입장에서 운전자를 다독이는 형태의 캠페인을 고려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황일수 활동가는 “통계상으로 지난 5년간 로드킬로 인해 2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인간도 역시 로드킬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남한산성 근처에서 ‘로드킬 제로 캠페인’도 열렸습니다. ‘로드킬’에 대한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섭니다. 남한산성면사무소와 함께, 작가, 디자인, 연극,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여섯명과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로드 인 피스(Road in Peace)’ 내용이 적힌 차량에 부착하는 스티커도 나눠줬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더해 도로에 세울 야생동물 표지판 제작도 준비중입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그날까지

야생동물의 생활 반경이 1.5~3km정도 된다고 해요. 그런데 이 구역을 벗어나는 도로가 우리나라에는 하나도 없어요. 기존에 도로가 있는 데도, 자꾸만 ‘더 빠르고 더 짧은’ 도로를 새롭게 만들다보니 야생동물들이 이동할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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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에서 진행한 두꺼비 로드킬 방지 캠페인 . 두꺼비가 지나갈 생태 통로를 만들어 ‘로드킬’을 예방한다./녹색연합

녹색연합의 최종 목표는 모든 도로에 생태 통로를 만들어 야생동물들이 차도로 들어오지 않게 하려 하는 겁니다. 필요없는 도로를 재자연화하는 것도 로드킬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야생동물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로드킬 제로 캠페인’은 이를 위한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만큼 후원자들의 힘이 더 필요합니다. 윤 팀장은 “캠페인 준비를 할 수 있게 원동력이 되어준 후원자들께 감사하다”며 “인간 이외 다른 동물도 이동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로드킬 제로 켐페인을 통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캠페인을 1회 하는 것만으로 로드킬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이것을 통해 지구상에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종들도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 패러다임에 맞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시민단체입니다. 백두대간 복원 사업, 생태탐방로 조성 활동,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서식지 조사·연구 활동, 탈핵을 위한 절전소 운동, 생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녹색교육 시행 등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 금창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사진·자료/ 녹색연합 http://www.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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