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수)

이야기가 있는 모금… “다음 글이 기다려져요” 팬이 된 후원자

크라우드펀딩 뛰어드는 NPO

매력적인 대중 홍보 창구
포털 사이트에 스토리펀딩 콘텐츠 노출
더 많은 사람들에 전달… 이슈화도 쉬워
전문 작가와 협업해 제작 진행하기도

代價 있는 기부? 보상시스템 우려
에코백·텀블러 등 후원자에 기념품 제공

“펀딩 성과 바로 보여 신경 안 쓸 수 없어… 리워드 위한 후원 따로 받아야 할지 고민”
비영리단체들이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4월 14일, 비영리단체로는 최초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카카오의 ‘스토리펀딩(前 뉴스 펀딩·storyfunding.daum.net)’의 포문을 연 데 이어 세이브더칠드런(6월 9일), 월드비전(6월 18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8월 4일), 밀알복지재단(8월 6일)도 스토리펀딩에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들이 기존 온라인 모금이 아닌 ‘크라우드펀딩’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리펀딩’을 중심으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비영리단체들의 이야기를 심층 취재해봤다.

미상_그래픽_모금_크라우드펀딩_2015

◇크라우드펀딩, 모금보다는 ‘애드보커시(Advocacy)’ 창구

국경없는의사회가 ‘스토리펀딩’의 첫 주자로 나선 데는 단체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1년 나이지리아 내전으로 인한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이 함께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사실 스토리펀딩을 먼저 제안한 곳은 카카오다. 국경없는의사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최정혜 과장은 “단체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의견 표명 활동(speaking out)’으로 명시돼있다”면서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개발국의 모성 보호 문제’를 심층적으로 알리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목숨을 건 엄마들’이란 제목으로 저개발국의 산모 사망률 문제를 10회차로 연재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네티즌 416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총 726만7000원이 모였다.

크라우드펀딩은 매력적인 대중 홍보 창구로 활용됐다. 비영리단체는 모두 “스토리펀딩의 콘텐츠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점”을 참여 이유로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미디어팀 고우현 대리는 “연재물 방식으로 ‘아이들의 놀 권리’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어 이슈화에 적합한 플랫폼이었다”고 평가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팀 이서영 팀장은 “모금보다도 콘텐츠를 실을 또 하나의 ‘채널’이 생겼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인재양성사업을 지원받는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스토리로 풀어내며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어냈다. 모금 종료일을 10일 남겨둔 시점에서 벌써 목표액 500만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 모일 정도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크라우드펀딩의 비결은?

1946만8000원. 월드비전이 ‘572스쿨 프로젝트’이라는 스토리를 5회차로 연재하며, 500만원이었던 목표 금액을 3배 이상 훌쩍 넘긴 모금액이다. 53일 동안 1154명이 후원에 참여했다. 방송인 샘 오취리가 1인칭 시점으로 직접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월드비전 홍보팀 김수희 과장은 “월드비전 자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오렌지 액트(orangeact.worldvision.or.kr)’에서 선보였던 샘 오취리씨의 진솔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면서 참여 이유를 밝혔다(월드비전의 ‘오렌지 액트’는 후원자가 직접 사업을 제안하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알리고, 지인이 모금에 함께 참여하는 ‘후원자 주도형 플랫폼’이다).

밀알복지재단의 콘텐츠 제작은 전문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됐다. ‘천재와 장애 사이,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캠페인에는 578명이 참여했고, 총 1118만원2000원이 모였다. 밀알복지재단 홍보팀 김미란 대리는 “미술에 재능이 있는 자폐장애 아동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장애 인식 개선’에 방점을 두고 시작한 프로젝트”라면서 “재료비가 비싸 사업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네티즌의 관심과 참여로 모금도 성공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 김귀현 총괄은 “밀알복지재단은 매주 ‘서번트 증후군’ 인터뷰 대상자를 바꿨고, 국경없는의사회는 매회마다 다른 나라 이야기를 전달하며 콘텐츠에 재미를 더했다”면서 “연재를 할 때, 주제를 달리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팁을 전했다. 스토리펀딩은 중복 펀딩 비율이 30% 이상으로, 연재가 진행되면서 후원자가 콘텐츠 생산자의 ‘팬’이 되는 양상을 보인다.

◇크라우드펀딩이 비영리단체에 딱 맞는 옷인지는 ‘글쎄’

“후원은 ‘선의(善意)’라는 내부 동기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펀딩에 대한 리워드를 기부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게 될까봐 조심스럽다.”(A 비영리단체 종사자)

“기부는 목적성이 없는 행동이다. 비영리단체에서 드릴 수 있는 것은 ‘후원 증서’ 정도다.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에서 초기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으로는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비영리단체에 과연 ‘맞는 옷’일까.”(C 비영리단체 모금 담당자)

한편, 평균 2배가 넘는 모금 성공에도 비영리단체 내부적으로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리워드(보상)’ 시스템이다. 한 비영리단체 종사자는 “콘텐츠 펀딩 성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리워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리워드를 위한 후원을 따로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리워드의 대부분은 에코백, 텀블러, 우산, 엽서 등 해당 비영리단체의 기념품으로 제공됐다.

기존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다음 희망해와 네이버 해피빈과 달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는 ‘기부금 영수증’ 발행도 어렵다.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을 비롯해 와디즈, 텀블벅 등 크라우드펀딩 전문 사이트가 이에 해당한다. 카카오 ‘스토리펀딩’ 김귀현 총괄은 “단순 모금의 경우 희망해나 해피빈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면서 “스토리펀딩은 후원자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과정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강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김경하 기자

권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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