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더나은미래 논단] 끊어진 연결고리

[더나은미래 논단]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미국가이드스타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부자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기관에 관한 다양하고 세분화된 정보를 원한다. 특히 많은 기부자가 비영리 기관의 재무 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기부자들은 비영리 기관 정보 중 재무 정보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 국세청(IRS)은 물론 170개가 넘는 비영리 공시 및 평가 기관들이 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공시 및 평가 기관이 전무해 비영리 기관의 재무 정보를 찾아 헤매는 한국의 기부자들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도 기부자들이 재무 보고서의 단순 금액만으로 비영리 기관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많은 기부자가 재무 보고서를 볼 때 운영비 비율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 운영비는 직원 급여, 모금 비용, 기부자 관리, 사무실 운영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보통 개인 기부자들은 운영비 비율이 자신의 기부금이 사업비에 많이 사용되는지, 아니면 운영비와 모금 비용으로 과도하게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대표적인 정보라고 생각한다. 운영비 비율이 효율성 평가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불가피한 면도 있다. 하지만 기부자들은 운영비 비율에 관한 복잡하지만 중요한 세부 사항들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이러한 세부 사항이 비영리 정보와 기부자 사이의 ‘끊어진 연결고리’로 기부자들이 비영리 정보를 왜곡하게 만든다.

지난 2013년 미국 비영리를 대표하는 메이저 기관 미국가이드스타(GuideStar USA), 비비비(BBB Wise Giving Alliance), 그리고 채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 3곳에서 비영리 기관과 기부자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연결하기 위한 캠페인 ‘운영비에 관해 오해하지 말자(The Overhead Myth )’를 시작했다. 세 기관은 기부자들은 물론 타비영리 기관, 언론인 그리고 정부기관이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설득하였으며, 서명운동도 함께 했다.’기부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는 글이 세 단체의 홈페이지에 포스팅되었다. 이 편지에는 ‘단순 운영비 비율과 모금 비용 비율로 비영리 기관의 효율성과 책무성을 측정하는 평가 방법은 좋지 못한 평가 방법이다’고 적혀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사업비 비율, 모금비 비율, 서비스 수혜자 수에 따라 공익법인들의 업무 효율성과 사업 성과 측정 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량 분석을 시도해 보니 규모와 활동 영역이 가지각색인 비영리 법인의 측정 지표와 기준을 세우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또한 재무 정보를 법에서 정한 원칙대로 정확히 공시하는 것은 투명성의 기본임을 간과하는 비영리 기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몇몇 기관이 관리 운영비에 포함되어야 할 인건비 및 기타 비용을 사업비에 포함해 사업비 비율이 98% 이상으로 나왔다. 정확하게 기입한 비영리 법인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 가이드스타는 양적, 질적으로 더 향상된 비영리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자 ‘공익 법인 공시 DB 분석 솔루션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데이터 분석은 인간의 주관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편견을 배제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의 최종 목적이 우리 사회의 선(Good)을 위해 이루어지도록 이끄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비영리 데이터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비영리 데이터와 기부자 간의 끊어진 고리를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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