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커피찌꺼기의 변신… 플라스틱 대체제로 활용한다

[인터뷰] 이호철 포이엔 대표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은 매일 한 잔꼴로 커피를 마신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성인 한 사람의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이다. 하루 평균 0.9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연간 132잔)과 비교하면 2.7배 수준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 때 사용되는 원두는 15g. 이 중 99.8%가 커피박, 즉 커피 찌꺼기가 된다.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는 커피박 발생 규모는 2019년 기준 15만t에 달한다. 이를 처리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매립·소각되는 커피박을 태우면 1t당 이산화탄소가 338kg 발생하고, 매립하면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의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포이엔은 커피와 땅콩 등에서 발생하는 농업 부산물을 수거해 바이오 소재로 가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성동구 포이엔 본사에서 만난 이호철(47) 대표는 “커피박을 플라스틱 대체제나 고형연료 형태로 재활용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커피찌꺼기는 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바이오매스 자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만난 이호철 포이엔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 연구실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기반으로 시작한 사업을 벌써 13년째 이어가고 있다”라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체제를 보급해 아시아 최대의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김지효 청년기자
지난달 21일 만난 이호철 포이엔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 연구실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기반으로 시작한 사업을 벌써 13년째 이어가고 있다”라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체제를 보급해 아시아 최대의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김지효 청년기자

-커피박을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나?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있다. 그 솔루션이 바로 바이오매스 열분해로 플라스틱 대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커피박을 수거해 건조시켜 화분이나 테이블을 만들 수 있고, 고형연료나 비료로 쓸 수도 있다. 국내에서 커피를 워낙 많이 마시니까 커피박을 수급하는 건 어렵지 않고, 특히 커피박은 유기화학물이 풍부해 자원으로 쓸 여지도 많다.”

-커피 매장마다 발생하는 커피박을 수거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텐데.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의 지역균형 뉴딜사업으로 성동구, 화성시, 안성시 등 3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을 수거해 재활용한 다음 지자체에서 원하는 아이템으로 환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약 170개 매장에서 나오는 커피박을 수거하는데, 지자체의 시니어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연계된 인력을 활용한다. 시니어 직원들이 전기차를 타고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따라 효율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커피박은 어떻게 수거하나?

“매장마다 센서를 보급해 매일 발생하는 커피박의 무게 데이터를 측정한다. 규모에 따라 발생량이 다르기 때문에 수거 주기도 제각각인데, 매일 효율적으로 동선을 구성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내비게이션에 탑재했다. 시니어 직원이 2인 1조로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움직인다. 이렇게 데이터로 커피박 수거량을 예측하고, 이 예측을 통해 1년간 제품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을지 계획을 짤 수 있다.”

-시니어 일자리도 창출하는 모델인데, 전국으로 확장할 수 없나?

“수거 지역을 넓히고 싶지만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폐기물 산업 특성상 100이 들어오면 100을 다 처분을 해줘야 한다. 밸류체인 앞단에서 인풋이 확실해도 후단에서 바로 처리할 수 없으면 물량을 받을 수 없다. 커피박을 재활용한 제품들을 팔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가치소비를 하는 구매자가 있어야 하고, 지자체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식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지역균형 뉴딜사업에는 커피박 수거 비용과 재활용 제품 구매에 쓸 수 있는 사업비가 배정돼 있다.”

-제품을 일반 대중 상대로 판매해도 좋을 것 같다.

“고민하는 중이다. 재작년부터 여러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아직 B2C(소비재)에 해당하는 제품은 없다. 현재 주로 기업이나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제품들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커피박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존재 자체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비슷한 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싼 점도 소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치소비 문화가 확산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탄소배출권 사업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창업을 했던 2011년에는 국내에 배출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2015년 도입되면서 청정개발체제(CDM)에 진출하게 됐다. 온실가스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까 줄였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검증은 UN 같은 국제기구나 환경부에서 마련해놨는데, 그 프로토콜이 CDM이다. CDM이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제품을 보급하고 감축분의 일정 비율을 자국의 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CDM 사업으로 탄소배출권을 얻어 기업의 배출량과 상쇄할 수 있다. 향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서 ‘아시아 최대의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전 세계는 아니더라도 아시아에서는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김지효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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