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학생들이 새로 쓰는 동화책, ‘청춘누리’ 농산어촌 진로 체험 현장

피노키오의 거짓말을 거짓말 탐지기로 밝혀냈어요.

흥부는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랩으로 형 놀부를 고발했습니다.

우리가 알고있던 기존의 동화와는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흥부는 영화 제작자가 되어 투자자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피노키오의 거짓말은 최첨단 거짓말 탐지기로 금세 밝혀지고 만다. 이는 모두 지난달 6일, 충북 진천의 이월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작가 체험 시간에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교과서 벗어난 창의 체험 교육

 

씨드콥 사회적 협동조합 ‘청춘누리’의 문장원 대표가 진행하는 농산어촌 진로 체험 버스는 진로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의 학생들을 찾아가 진로 교육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2015년에 시작해 전국의 40여개 학교를 찾아갔고, 2000여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글 쓰는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이 창의력이 필요한 작가라는 직업을 체험해보고, 릴레이 웹툰과 글쓰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씨드콥 사회적 협동조합 ‘청춘누리’의 문장원 대표가 진행하는 농산어촌 진로 체험 버스는 진로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의 학생들을 찾아가 진로 교육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청춘누리

이날 작가 체험에 참여한 학생 26명은 창의력을 발휘해 익숙한 동화책을 새롭게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동화 속 등장인물의 직업과 성격 나이를 새로 정하고, 조별로 앉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한 장씩 쓰고 옆으로 동화책을 돌려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무작정 이야기를 새로 쓰라고 하면 학생들이 어려워 할까봐, 문장원 대표는 프로그램 중간에 색다른 요소를 가미했다. 글을 쓰기 전에 그림카드를 무작위로 한 장씩 뽑고, 자신이 뽑은 그림카드를 책에 붙인다. 그림카드에는 풍경, 동물, 마이크, 영화필름 등을 비롯한 여러 사물이 그려져 있고, 학생들은 그림을 바탕으로 다음 이야기를 적어 나간다.

제목부터 결말까지 학생들의 손으로 재탄생된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있던 동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줄거리가 뒤바뀌었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됐기 때문일까. 친구들이 새로 쓴 이야기를 읽어보며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독특한 구성에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문장원 대표는 “청소년 시절, 꿈을 좇으라는 말만 할 뿐 결국엔 ‘성적’으로 대학과 전공, 나아가서는 인생까지 정하는 것이 싫어서,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며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껴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직접 만든 동화책. ⓒ유예림 청년기자

저는 글쓰기가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어요. 전에는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부터 작가로 꿈을 정해서 열심히 글을 쓸 거예요.

지난 9월 작가 체험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 여학생이 문 대표에게 전한 특별한 소감이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한 아이에겐 인생의 방향을 정해준 것 같아 문 대표는 보람과 더불어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차별없는 교육 통해 장점과 목표 찾길…

 

문장원 대표는 ‘장점을 찾는 교육’을 꿈꾼다. 많은 학생들이 여러 활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찬양하고 감탄하는 직업만 고려하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이에 청춘누리의 다양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장점을 찾고 극대화해, 모든 분야에서 학생들이 전문가가 되는 것이 청춘누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2018년부터 초·중·고 정규과목으로 코딩이 편성될 예정이다. 많은 기관들이 코딩 교육을 하고 있지만,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은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문 대표는 컴퓨터 없이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코딩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기반 시설이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차별없이 소프트웨어나 정보 통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장원 청춘누리 대표. ⓒ유예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작가 체험 시간의 마지막, 문 대표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토끼는 경쟁자를 의식했지만 거북이는 목표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리고 둘의 결과는 현저히 달랐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뚜렷한 목표를 찾으며 거북이처럼 달리는 것. 바로 문장원 대표의 바람이다.

유예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