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청년, 청년을 만나다] ② 주식에 투자했다, 사람에 투자한다

[청년, 청년을 만나다] ① 청년 투자가의 기부 이야기 에서 이어집니다. 

 

-유학을 가면 지금 운영 중인 장학기금은 그만두게 되나요?

“떠나기 전 장학기금의 시스템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다져놓고 있습니다. 사실 돈만 주고 말거였으면 전 벌써 손을 뗐겠죠. 지금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에 다 참여하는 건, 기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 뒤에는 적임자에게 하나씩 역할을 넘길 거고요. 추후에는 기금을 재단화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이 과정에 끝나야 제가 해방이 되겠죠.”

-장학기금 시스템을 직접 기획하셨는데, 기존의 장학제도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장학기금 만들 때 기존의 장학제도를 봤는데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보통 성적장학금과 가계 빈곤 장학금이 있는데, 아무래도 형편이 어려우면 학비 벌어야 하니 성적에 신경 쓰기가 어렵고, 집안 좋고 성적 좋은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주면 용돈 밖에 안돼요. 게다가 가계가 어려워서 주는 장학금은 받는 아이에게 낙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운영하는 장학기금은 3가지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인 형편을 고려한다. 그러나 단순히 어려워서는 절대 안 줍니다. 치열하게 사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 친구들을 돕습니다. 저는 자선가가 아니라 투자자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인성을 봅니다.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친구들이 성장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다시 나눠주길 바라서입니다. 열정이나 인성은 다소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름의 검증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4회 정도 장학생을 선발한 복현장학기금이 잘 운영되고 있고요. 이렇게 장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같은 마음으로 뛰어주고 있습니다. 장학기금을 운영하다 그만 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장학사업에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20년을 자기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한 번에 바뀌겠어요. 100명 중 10명만 취지에 맞게 변화해도 만족합니다. 길게 10~20년은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친구들이 변화하고 있고, 장학생이 아닌 다른 지역 친구들까지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주요 기부 대상이 청소년, 대학생인데 순수학문을 하는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를 도울 생각은 없으세요?

“재력에 한계가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제 지원의 90% 이상은 고등학생, 대학생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나 갈등의 근본적인 요인을 찾아보면 타인에 대한 이해 부족인데, 기성세대는 아예 시선이 굳어서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답을 어린 친구들에서 찾고 있는거죠. 물론 고등학생들의 시각에서도 사회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그런데 이 상태로 사회에 나가서, 더 큰 부조리를 보면 그 불신이 커질까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모든 시간과 재원을 투자해 이 친구들의 시선을 바꾸고 싶습니다.”

박창현사진작가_청세담6기_청년세상을담다_현대해상_박철상_청년혁신가특강_CH1_6490

-잠을 많이 못 자다고 했는데, 힘들진 않나요?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남이 시켜서 하는 거였으면 절대 안했을 거예요. 전 제가 잠자는 시간이 1시간이 줄면, 다른 친구들의 100시간, 200시간을 찾아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내서 만난 아이들이 선생님한테도 안하던 이야기를 해 주고, 신뢰를 보내주는데 제 마음이 변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제 신념을 지켜주고, 저를 단단히 잡아주었습니다. 그 결과 더 큰 성과를 내서 더 많은 아이들을 더 돌볼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졌고요. 사람들은 제가 아이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제게는 노력해서 번 돈의 가치를 키워주는 고마운 존재죠. 저는 기부할 때 철저히 시혜성을 배제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베푼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 순간 아까운 마음이 들 수 있기 때문이죠. 기부는 제 마음의 빚을 갚아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친구들의 몫을 맡고 있다 돌려주는 사람인 것이지요. 둘째 시혜성이 들어가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위계가 생겨 버립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기부문화가 왜곡된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기부하는 행위 자체에 너무 매몰돼있는 것 같아요. 기부 자체는 사실 의미가 없어요. 기부한 다음 책임지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돈만 던져놓고 ‘회식비로 쓴다’고 지적할 일이 아니라, 잘 쓰이는 지 관리를 해야죠. 부모님이 텔레비전 보면서 애들한테 ‘책 읽어라’ 라고 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겠습니까. 또 우리사회에 강요하는 기부문화가 있는데, 기부는 철저하게 가치 판단의 문제예요. 한다고 옳고, 안 한다고 그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론이 기부를 금액으로 조명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남을 살피는 마음에 우열을 어떻게 나누겠어요. ”

-복지는 국가의 일인데, 개인의 기부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우리나라 복지의 가장 큰 문제가 사후적이라는 겁니다. 다 무너진 다음에 지원이 들어가니까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이건 정치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무너지지 않으면 그게 문제로 보이지 않으니 상대편에서 ‘포퓰리즘’이라며 당파적으로 공격을 하죠. 눈에 안보이니 선정기준도 더 까다롭고요. 이런 부분이 국가가 가진 한계인데, 이걸 민간차원에서 보완하는 거죠. 현재 제가 운영 중인 의료기금은 기초수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고 치료를 미루는 차상위계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지원을 해서 조금이라도 (무너지는) 시기를 늦춰보자는 겁니다.”

박창현사진작가_청세담6기_청년세상을담다_현대해상_박철상_청년혁신가특강_CH1_6463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