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더나은미래 기고] ‘사회 투자式 복지’가 바로 창조경제다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대표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대표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어 놓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냉장고 하나도 못 만들던 우리가 가전은 물론이고 자동차, 건설, 조선, 반도체,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산업을 이끌고 있다. 지구촌 인구 3분의 1이 한국이 만든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동전의 양면이다. 그 고속 성장은 자살률, 고령화, 청년 실업, 사회적 갈등, 다문화, 환경오염 등 많은 사회문제를 우리 사회에 남겨 놓았다. 압축 성장이 가져다준 그늘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금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376조원. 그중 30.7%인 115.5조원이 고용과 복지 관련 예산이다. 환경·교육·문화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합하면 총예산의 50%가 사회 관련 예산이다. 고용과 복지 예산은 다른 예산보다 많은 매년 8% 이상 오르고 있다. 그만큼 사회문제 해결이 중요한 과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원은 항상 부족하다.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느라 세금을 올리자니 납세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연말정산 파동이 그 방증이다. 세제를 바꾸어 슬그머니 세금을 더 걷다가 들통이 나니 정부가 그 대책을 마련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돈을 쏟아 붓는 복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원이 선순환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마련하듯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사회 투자적인 접근 방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문제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이제는 전통적인 복지 접근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문제가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복잡하듯이 해결 방식도 금융·경영 등 시장적인 방법론들을 융합하여 해결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영국에서는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의 재범률을 줄이기 위하여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민간 재원을 동원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고, 그 프로젝트의 성공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정부가 투자 원금과 인센티브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민자 유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사회문제 해결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사회 투자의 첨단 상품이다. 그 성공 사례가 검증되면서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재정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사회문제 해결 신상품이다.

이와 같이 사회 투자는 투·융자를 통하여 돈이 선순환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의 방법론이 활용된다. 사회문제를 단기적 일회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투자한다. 미래에 심각해질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예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기존 복지 체계와 사회문제 해결 방식에 적용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주는 복지 방식을 사회 투자 방식으로 전환하고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강점은 단연 집중력이다. 이 집중력으로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이제는 이 집중력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쏟아낼 때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재원이 사용되는 방법을 바꾸고 효율성을 높인다면 증세 없이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재원을 탓하지 말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꼼수를 두지 말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자. 이것이 창조경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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