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학부모·지역사회 직접 나서 어릴 때부터 공동체 의식 길러줘야

英 ‘협동조합대학’ 린다 쇼 부학장
영국은 협동조합 교육에 교사·사회 참여
나중엔 아이들 스스로 공동체 결성한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2주년이 코앞이다. 그동안 55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자본금(출자금)이 1000만원을 넘는 곳이 10곳 중 3곳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데다, 내부 잡음과 갈등의 목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 정신에 대한 이해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협동조합이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협동조합을 위한 교육과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린다. 지난 19일, ‘2014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창립총회 및 기념포럼’을 위해 방한한 린다 쇼(62·Linda Shaw·사진) 영국 ‘협동조합대학(The Co-operative College)’ 부학장은 “어린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에 위치한 협동조합대학은 1919년에 설립돼 100년 가까이 ‘협동의 사람들’을 키워낸 곳으로, 정규 학위를 받는 일반 대학과는 달리 협동조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중·단기 교육을 제공하는 전문 교육기관이다.

“영국엔 ‘코업그룹(The Co-operative Group)’처럼 600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거대 생협도 있지만, 자생적으로 생겨난 소규모 협동조합도 많아요. 지역 공동체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자연스레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하는 거죠. 실제로 영국의 마을에선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숍(Rural coop community shop)’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린다 쇼 부학장은 “어릴 적부터 공동체 의식을 키웠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협동 정신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축구 팬들이 만든 협동조합 ‘서포터스 다이렉트(supporters-direct)’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영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데, 해외 자본이 유명 축구팀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팬들의 소외감은 심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 게 ‘서포터즈 다이렉트’다. 이들은 축구시합이 없는 날 비어 있는 구장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에프시유나이티드(FC United)’같이 하부 리그의 작은 구단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은 어떻게 공동체 의식을 키울까. 협동조합대학은 ‘협동조합 신탁학교(Co-operative Trust schools)’와 ‘학교협동조합(Co-operative Academy)’ 모델을 통해 영국의 초등·중학교(Secondary school)에 공동체를 결성하고, 협동조합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작업을 한다. 우선 전국 700개의 초등·중학교를 협동조합 신탁학교로 육성·운영한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자선재단이나 기업이 후원하고, 협동조합대학이 어린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협동조합 학습 프로그램과 공동체 교육을 제공하면 학부모, 학생, 교사, 지역사회 기관들이 직접 참여해 이를 수행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5년 전부터는 주정부의 후원을 얻어 초등·중학교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바꾸는 ‘학교협동조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이디피(CEDP·Co-operatives Europe Development Platform)’나 ‘유러피안 코업캠퍼스(European Coop Campus)’ 같은 교육기관들과 함께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협동조합으로 전환된 학교가 영국 전역에 100여 곳이나 된다. 매점 운영을 넘어 학교 전체가 학생·학부모·교사 등 조합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다. 이런 활동은 살아 있는 공동체 교육의 역할을 한다. ‘협동’에 익숙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가는 것. 린다 쇼 부학장은 “학생들이 직접 공동체를 느끼고 그 안에서 역할을 체험해 보는 게 더 의미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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