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英 “개도국 19조원 지원 약속 철회 검토 중”… 비판 여론 확대

영국 정부가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을 위해 2026년까지 116억파운드(약 19조3000억원)를 원조하기로 한 약속을 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022년 10월 취임한 리시 수낵 제79대 영국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 10월 취임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외무국제개발부(FCDO)는 원조 철회 계획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했지만, 가디언이 5일(현지 시각) 자체 확보한 정부 브리핑 문건에는 개도국 원조금 삭감, 우크라이나 구호활동 등을 위한 새로운 자금 지원 계획 등이 담겨 있었다. 이 문서에는 영국이 원조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담겼다. 가디언에 따르면, 문서에는 “기후변화 기금을 116억파운드로 늘리겠다는 약속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 원조 비율이 0.7%에 그쳤을 때 이뤄진 것”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원도 원조 예산에 신규 포함되면서 2026년까지 약속 금액을 마련하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는 우려도 기술됐다.

정부 관리들은 116억파운드를 원조금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외무부 공적개발원조 예산의 83%를 기후변화 기금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 경우 인도주의 지원이나 여성 지원 기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관리들은 개도국 원조금 비중을 예산의 50%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원조금 지원 일자를 미루거나, 재무부로부터 일회성 재정 지원을 받는 선택지도 제시했다. 생물다양성 프로그램 연구·개발 비용에서 원조금을 떼오자는 의견도 나왔다.

영국은 2021년 기준 지난 5년간 개도국 원조금으로 58억파운드(약 9조6700억원)를 지출했고, 2021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기존 지원금의 2배에 달하는 116억파운드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 중 30억 파운드(약 5조원)는 지난해 12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약속한 자연보호·복원 비용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부의 원조 축소 계획에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리시 수낵 총리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이유로 사임한 잭 골드스미스 전 에너지·기후·환경부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해외 원조 철회 움직임은 영국의 국제적 명성을 깎아내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골드스미스 장관은 “영국 내 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원을 ‘원조’로 정의한 것은 사실상 116억파운드 약속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다음 정부를 꾸리는 사람은 116억파운드 규모의 원조금을 조달하기 위해 인도주의, 교육, 건강 자금 등을 무자비하게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조금을 받을 개도국도 자금 삭감 가능성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프리카 가봉의 리 화이트 환경부 장관은 “국토 면적의 88%가 열대 우림인 가봉은 50년 동안 삼림 벌채를 0.1% 미만으로 유지해 왔고 연간 10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며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이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소박한 재정적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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