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과학은 오랫동안 연구 대상을 거리 두고 정복해야 할 객체로 다뤄왔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을 거부한 식물학자가 있다. 책의 저자이자 식물학자인 다이애나는 나무의 ‘동반자’를 자처한다. 처음 나무와 친구가 된 건 열두 살 때. 이른 나이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숲이 우거진 곳에 사는 이모할머니네 얹혀살면서부터다. 나무와 50년 가까이 지내며 부모의 부재로 인한 결핍을 극복한 저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나무와 숲이 파괴되어가는 오늘날 ‘기후 위기’라는 지구적 문제에 집중한다. 저자는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주고, 산소를 내뿜어 인간을 항상 돕고 있다”고 말한다. 나무와 숲이 우리를 지켜줬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이들을 지켜줘야 할 때이다.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지음, 장상미 번역, 갈라파고스, 1만5750원, 316쪽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최근 한 가정주부의 의사 도전기를 다룬 드라마에서 동료 의사이자 서브 남자주인공은 입양아로 묘사된다. 하루하루 실제 부모와 만날 날을 꿈꾸던 동료 의사는 우여곡절 끝에 원 가정을 만났지만, 첫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친누나는 “아버지가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다. 골수 이식이 필요하다”며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 그간 미디어는 입양인을 양부모의 학대 등으로 불행하게 자라거나 좋은 환경에서 ‘성공한 입양인’으로 성장하는 양극단으로 묘사한다. 백인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계 소녀인 저자는 낡은 입양인 클리셰를 비판한다. 실제 입양인의 삶은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자신의 양부모와 원 가족 사이에서의 갈등, 자라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등 입양인은 더욱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한다. 책은 상처를 딛고 나아가는 저자의 성장 이야기가 담겼다.
니콜 정(정수정) 지음, 정혜윤 번역, 원더박스, 1만5120원, 360쪽
물이라는 세계
몇 년 사이 기록적인 불볕더위와 홍수를 경험하면서 ‘기후위기’를 몸소 경험했다. 세계의 정상들이 함께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논하고,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친환경적인 경영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개인은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나와 가장 가까운 것부터 바꿔 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평생을 물이라는 세계에서 환경을 지켜온 물 활동가다. 환경운동연합, 국가물관리위원회 등에서 생태, 댐, 가뭄, 홍수, 수질 등 물과 관련된 이슈를 다뤘다. 30년 동안 저자가 쌓은 물과 관련된 경험과 지식이 책에 담겼다. 30년의 노하우를 따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물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실천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염형철 지음, 리마인드, 1만2600원, 144쪽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