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세상 바꾸는 ‘연쇄창업가’가 꿈…딜라이트·우주 등 대박 신화 이어져

셰어하우스 브랜드 ‘우주’ 만든 김정헌

대학생 주거난 해소 위해 만든 공유주택

6개월 동안 16개 대학교 돌며 마케팅해

목표는 돈 버는 것보다 사회 문제 해결

셰어하우스 브랜드 '우주' 만든 김정헌
셰어하우스 브랜드 ‘우주’ 만든 김정헌

쉬운 건 재미없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때, 신이 난다.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벌써 사회적기업만 두 번 창업한 김정헌(31·사진)씨 이야기다. 그가 공동창업한 ‘딜라이트’는 저가형 보청기 사업을 벌이는 소셜 벤처로 올해 매출 40억원을 바라본다. 지난해에 창업한 국내 첫 셰어하우스(sharehouse·공유주택) 브랜드 ‘우주’는 창업 1년 6개월 만에 15호점 셰어하우스까지 확대했다. 지난 8월, 김씨는 대학생 4명과 고군분투한 우주 창업기를 담은 책 ‘같이의 가치를 짓다'(유유출판)를 출간하더니, 돌연 우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무엇일까. “셰어하우스 경쟁 업체가 30~40개가 생겼어요. TV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얼마 전 종영했던 드라마 ‘괜사(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요 배경도 셰어하우스였죠. 이젠 셰어하우스가 주거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전 일종의 ‘트리거(trigger·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달부터 김씨는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의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 과정’ 전담 감독으로서,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고 나섰다. 김씨의 목표는 선발된 15개 기업을 6개월 동안 10%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다. 미상_사진_사회적기업_같이의가치를짓다_2014“경기도 광역 전세버스가 문제잖아요. 서강대 학생들이 ‘눈뜨면 도착’이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산이나 분당, 용인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끼리 ‘전세버스를 같이 빌려 통학하자’는 일종의 승용차 함께 타기 서비스입니다. 공실률이 50%가 넘는 동네 독서실 자리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고, 폐이어폰을 기증받아 팔찌를 만드는 팀도 있고요. 재밌지 않나요?” 김씨의 꿈은 ‘연쇄 창업가’다.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터로서 새 길을 걷는 과정도, 김씨에겐 다음 창업을 위한 준비 기간이다. 김씨는 “선발된 사회적 기업 중에는 재미있는 사업 모델도 있고, 역량 있는 기업가 분들도 많다”면서 “6개월 동안 밀착 창업 보육을 진행하다 보면 창업가로서 나의 역량도 증대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청년 창업가 김씨의 주요 관심사는 ‘대박 아이템’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사업을 만들어 갈 것인지다. 사실, 우주의 초창기 사업 아이템은 셰어하우스가 아니라 옥탑방이었다. 하지만 옥탑방의 98%가 불법건축물이라 불가피하게 변경된 것이다. 그는 “만약 아이템으로 뭉쳤더라면 벽에 부딪혔을 때 팀이 해체됐을 것”이라고 했다. 창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이 목적이다. 셰어하우스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도 전국 대학생 43%가 4평(14㎡)에도 못 미치는 고시원·원룸에 사는 시대(서울 YMCA, 2012년 주거 실태 조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하면서였다. 김씨는 빈집을 빌려 셰어하우스에 적합하게 리모델링하고 제3자에게 재임대하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대학생 4명과 함께 창업하면서, 소비자와도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었다. 김씨는 6개월 동안 16개 대학교에서 공개 강연을 열고, 600명의 대학생을 발로 뛰며 만났다. 그는 “절대적인 소비자들인 대학생들에게 우주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했다(현재 우주 페이스북 계정 팬 수는 2만명이 넘는다). 김씨의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대학생들은 열광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 등 15개의 가지각색 ‘콘셉트하우스(Concept house)’가 만들어졌고, 평균 입주 경쟁률은 5:1에 달했다. 셰어하우스 경쟁 업체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김씨는 오히려 이 경쟁을 반겼다. “학생들에겐 더 저렴하면서도 좋은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편익이 증대되는 것”이라 봤다. 그러고는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렸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이제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서다. “대학생 3명과 함께 우주를 만들면서, 사회적기업이나 창업에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는 점이 고무적이에요. 사업 성공도 중요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이 변화의 ‘맛’을 본다면 이들이 또 각자의 영역에서 체인지메이커로 역할을 하게 되겠죠. 전 최대한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차피 세상은 혼자 바꿀 수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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