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더나미 책꽂이] ‘예술가의 해법’ ‘스타트업을 키우는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예술가의 해법

프랑스 낭만파 화가 제리코의 대표 작품인 ‘메두사호의 뗏목’(1819)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1816년 7월 2일,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세네갈에 정착할 이주민 400여명을 태운 프랑스 군함 메두사호가 난파했다. 하필이면 경험 부족한 중년 관료가 배의 선장이었다. 그는 구명보트에 250명의 선원과 상류층 승객들만 태우고 도망쳤다. 남은 150명은 급조된 뗏목을 타고 표류하게 된다. 그러나 12일에 걸친 표류 끝에 살아남은 이들은 15명. 이들이 구조선에 구조됐을 당시 뗏목 위에는 먹다 남긴 사람의 살점이 널려 있고, 생존자들의 호주머니에는 먹다 만 고기 조각이 잔뜩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얘기를 전해 들은 화가 제리코는 메두사호의 생존자들 얘기를 ‘메두사호의 뗏목’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보편적 고통을 보여주고, 프랑스의 노예제와 제국의 우매함을 지적한다고 해석된다. 이처럼 예술 작품은 숨겨진 문제와 시대상을 드러내곤 한다. 작품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미술학자인 책의 저자는 작품을 통해 가려진 문제를 들춰내고 해결책을 발견하는 방법을 세세히 알려준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청림출판, 2만2000원, 380쪽

스타트업을 키우는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농림축산식품산업과 그 투자시장을 다룬 연구서. 미국 농식품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Agfunder)에 따르면, 글로벌 농식품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020년 278억달러(약 35조5000억원)에서 2021년 517억달러(66조200억원)로 85%가량 급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 코로나 팬데믹에도 애그·푸드테크 투자시장은 위축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책의 저자인 정성봉 농학정책보험연구원 투자지원센터장은 한국밴처캐피탈의 농식품기업 투자 동향을 분석하고, 농식품모태펀드의 영향력을 연구했다. 국내에서 이러한 연구가 시도된 건 처음이다. 저자는 “농식품펀드에 대한 정부의 출자재원 확대, 전체 펀드의 출자 규모 확대 등이 농식품기업에 대한 투자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는 정부출자금을 통해 소외당하는 농산업 전반의 다양한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산업을 규모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성봉 지음, 북킴스, 1만8000원, 232쪽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한국 면적의 절반을 태운 산불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간은 재해를 막을 수 있는지, 기후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가졌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과거에 있었던 각종 재난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스템이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 대응과 위기관리 분야의 일급 전문가 줄리엣 카이엠은 캘리포니아 산불, 아이티 지진, 딥워터 허라이즌 기름 유출 등 과거 위기 사례를 분석해 끊임없는 재난에 대비하는 8가지 실용적 교훈을 도출한다. ‘재난 발생을 가정하라. 예방은 실패할 수 있다’ ‘과거의 관습을 답습하지 마라. 근본적인 위험은 항상 변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하라’ 등이 카이엠이 제시하는 재난 대응 기본 원칙들이다. 현장에서 재난 대응 활동을 펼치는 구호전문가뿐 아니라 재난으로 인한 회복력을 키우고자 하는 평범한 시민 모두를 위한 필독서다.

줄리엣 카이엠 지음, 김효석·이승배 외 1명 옮김, 민음사, 1만8000원, 308쪽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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