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공을 위한 길인가, 사적인 욕심인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선거운동 참여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은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이라,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VS. “협회장의 정치 활동은 곧 협회 전체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외부에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류시문(66)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이 지난달 10일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선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된 이후 불거진 논란이다. 류 회장은 지난 3월 28일 제19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류 회장은 지난 2월 후보 유세 당시 ‘임기 내 15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사 회관 건립’ ‘사회복지사와 가족의 복리 증진을 위한 지원재단 설립’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그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사회복지사협회를 정치세력화하되, 자신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류 회장은 사회복지사협회 창립 47년 만에 최초로 실시된 직선제 투표에서 총 4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런데 지난달 10일, 류 회장이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협회 홈페이지 ‘현장의 소리’ 게시판에는 “류 회장이 공약을 파기했다” “협회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한 사회복지사는 “지방 협회와 긴밀히 협조해 다양한 복지 의제를 개발해도 모자랄 판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회장의 역할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상도 지역의 사회복지기관 원장 A씨는 “정치적 활동을 결정할 경우 내부 의견 수렴 등의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그 점을 무시한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사태 발생 1주일 뒤 대구와 서울,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가 류 회장의 즉각적인 사과와 선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 회장은 “협회 전체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사회복지사들이 다함께 선거운동에 참여할 때는 내부 의견수렴 절차가 있지만, 이번 일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나에겐)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명함뿐 아니라 한맥도시개발 회장이자 사회적기업진흥원 초대 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1억 이상 기부한 고액기부자 모임) 회원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민실천 공동대표 등 다양한 경력이 있어 이런 점이 감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어 “정치권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협회를 발전시키고 싶을 뿐, 국회의원을 한다든가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은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경선은 일단락됐지만, 이같은 상황은 향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문제다. 현재 사회복지사협회에는 회장이 개인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둘러싼 내규가 없다.

장애를 딛고 일어나 사업에 성공한 후 지난 20년간 30억원을 넘게 기부해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모델로 꼽혀온 류시문 회장. 그는 인터뷰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나중에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반듯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과연 그 약속이 지켜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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