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민원인 칼부림에도… 경찰은 출동 꺼리고 정부는 나몰라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좌담회

수당 4만원 올리는 등
실효성 없는 대책보다
일 줄여줄 체계 고민해야

“당신들 좋아서 하는 일
낮은 대우는 당연해”
외부 인식도 스트레스

자살 공무원 현장 조사를 진행한 사회복지인적자원연구소 김제선 선임연구원은 “예전보다 14배 이상 일이 많아졌으며, 평일 일과뿐 아니라 토·일요일에 나와서 일을 해야 마무리되는 양으로 늘었다”며 “모든 국민이 사회복지사의 민원인이 된 상황이고, 신변안전까지 위협받는 데 따른 중압감이 매우 크다”고 했다. 현재 13개 부처 292개 복지 업무가 인력 수급이나 전문서 진단 없이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실에는 ‘사회복지 직능단체 실무책임자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를 주최한 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사회복지사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당신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을 대접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6·25전쟁 당시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공무원에 이어 민간 사회복지사들까지 자살 대열에 합류한다면 국가 전체의 사회복지체계가 흔들리는 엄청난 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실에서 ‘사회복지 직능단체 실무책임자 긴급 대책회의’에 참여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들.
지난 15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실에서 ‘사회복지 직능단체 실무책임자 긴급 대책회의’에 참여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선수경 회장은 “지금까지 수당을 4만원 올리는 식으로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일회적인 처우개선 논의만 됐는데, 일이 많아지면 사람을 뽑는 방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2만명이 아니라 20만명을 뽑아도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수시로 서버가 다운되는 전산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일을 줄일 수 있는 체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 회장은 또 “예전과 달리 지금은 사회복지 공무원이 80% 이상 사이버 강의를 통해 사회복지 자격증을 따서 오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실습,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박용오 사무총장은 “예전 사회복지사들은 과로사했는데, 왜 최근에 자살을 선택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전 국민은 복지를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 이후 지금은 복지가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수혜자들의 요구가 매우 다양해지고 강해졌다. 사회복지직은 동사무소에서 인감이나 건축대장 떼주는 일과 차원이 다르다. 민원인들로부터 욕먹는 것은 다반사고, 공포 섞인 저주로 위협받고, 심하면 신체적으로 상해도 입는다. 정부가 사회복지직에 대한 업무 분석을 철저히 해서, 정원배치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

실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조사 결과, 사회복지 공무원의 95%, 민간 사회복지사 65.2%가 민원인의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임은경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사무처장은 “노숙인 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사들이 칼부림 때문에 숨진 분들도 있다”고 했다. 윤선희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는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신변 위협을 받는데, 사회복지사가 준사법권이 없어서 경찰 인력을 부르면 일단 꺼리고 현장에 가자고 해도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등 ‘관(官)’과의 공조 체계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배영미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우리 덕분에 당신들이 먹고사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거나, 조금만 언성이 높아져도 휴대폰 들고 신고하겠다고 한다”며 “1년 내내 사회복지사를 구하기도 힘들고, 양질의 사회복지사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원일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대외협력분과 위원(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특수학교의 경우 워낙 진정이나 신고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보니 교사가 굉장히 움츠러들어, 비인권적이지만 불필요하게 펜스를 많이 친다”며 “복지기관을 믿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한 사람이 하는 게 복지’라는 생각이 맞물려 있어 복지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란희 편집장

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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