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학교 폭력 줄였는데… 고용 폭력 노출된 학교사회복지사

학교사회복지사의 희비
아이들 웃음 찾아줬지만
전국 1900명 사회복지사 학교·교육청에서 활동 근무처 學暴 24% 줄여
복지사의 인권은 ‘눈물’
98.5%는 비정규직 우울감도 일반인 5배 교사와 동등한 전문성 제도적으로 인정받아야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KGC인 삼공사가 진행하는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같이-가치’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적어넣은 학교 폭력 예방책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KGC인 삼공사가 진행하는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같이-가치’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적어넣은 학교 폭력 예방책이다.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고 학교복지상담실 ‘위클래스(Wee-Class)’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둥그런 탁자에 모여 앉은 학생 10여 명은 빨강·노랑·파랑 등 알록달록한 색지를 오려 공간을 꾸미고 있었다. 한쪽에선 보드게임이 한창이었고, 담소를 나누거나 컴퓨터를 하는 이들도 눈에 들어왔다. 불투명 유리막으로 가려진 상담실에선 사회복지사와 학생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루 평균 200여 명이 쉬는 시간마다 이곳을 다녀간다. 윤여진(18)양은 “언제든 고민을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학교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있단 사실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예은(17)양은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상담 교육을 받은 뒤, 소외된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고민을 들어주는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은미 청량고 학교사회복지사는 “모든 상담을 거부해온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서포터즈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고 친해지면서, 이듬해 학급회장이 될 정도로 변화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폭력 등 청소년 문제…학교사회복지사로 해결한다

학교 폭력·왕따·자살 등 청소년 문제가 늘면서, 학교 내에 1차 안전망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학교사회복지사’를 꼽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란 학교 내에서 상담 및 복지서비스를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로, 기업·재단·지역사회 등 외부와 연계해 학생들의 치료나 장학금 지원, 체험 활동 등을 지원한다. 현재 약 1900명의 사회복지사가 각 학교 및 교육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교사회복지 사업의 효과성은 오래전부터 검증돼왔다. 2007~2008년 교육부와 복지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학교사회복지사업 결과, 1년 새 고교생 학업 중단율이 3.8%에서 2.7%로 감소했고, 학교사회복지사가 근무하는 곳의 학교 폭력이 24% 감소했다. 이에 교육부는 2009년 전국 2042개 학교에 전문상담실인 ‘위클래스’를 설치, 학교사회복지사를 배치했다.

하지만 정작 학교사회복지사들의 인권·복지 수준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학교사회복지사의 98.5%가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사회복지사의 비정규직 비율(13.8%)보다 무려 7배나 많은 수치다. 월평균 임금은 171만원으로 평균(196만원)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직무교육 기회 역시 3.1회(평균 4.1회)로 사회복지사 중 가장 낮았다. 학교사회복지사의 우울감(53.5%)도 일반인(10%)의 5배, 일반 사회복지사(32.6%)보다 1.6배 높게 나타났다. 최웅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사무국장은 “학교사회복지사가 배출된 지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국내엔 학교사회복지사를 인정하는 법·제도가 없다”면서 “복지부에선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교육부는 관련 제도를 만들지 않고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이 없어질 때마다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짐을 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KGC인삼공사는 3년간 꾸준한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개발팀을 구성하고,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 학부모, 학교사회복지사, 지역사회 등 각 대상별 맞춤형 매뉴얼을 보급하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 청량고에서 진행된‘같이-가치’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 폭력 상황극을 하는 모습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KGC인삼공사는 3년간 꾸준한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개발팀을 구성하고,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 학부모, 학교사회복지사, 지역사회 등 각 대상별 맞춤형 매뉴얼을 보급하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 청량고에서 진행된‘같이-가치’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 폭력 상황극을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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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학교사회복지사 제도 정비 시급

계약 만료로 6~11개월마다 학교를 떠나는 사회복지사들이 늘면서, 학생들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 J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학교사회복지사는 “1년간 상담·지원해온 한 학생이 우수 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화됐는데, 사업 종료로 내가 학교를 떠난 지 1년 만에 가출했다가 사고사를 당했단 소식을 접했다”면서 “학생들에겐 꾸준한 관심이 중요한데, 학교나 시·도교육청 재량에 따라 학교사회복지사 배치가 결정되면서 이 같은 폐해가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학교사회복지사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상황. 최 국장은 “KGC 인삼공사는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학교 폭력 예방 교육 매뉴얼을 개발하고, 이를 전국 학교사회복지사들에게 교육·보급하는 등 3년 넘게 지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외면하는 학교 현장의 사각지대를 기업 등 민간 차원의 지원과 관심으로 메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철수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20년 전부터 학교사회복지사를 법으로 인정하고, 교사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매년 발의만 했다가 폐기돼온 학교사회복지법안이 올해만큼은 꼭 통과돼, 학교 복지 현장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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