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특집 인터뷰] “투명해야 신뢰 얻어… 민간 기부 시장 계속 증가할 것”

美 모금단체 1위… 유나이티드 웨이 회장 브라이언 갤러거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는 127년 된 미국 최대의 모금단체다. 연간 모금 규모가 52억달러(약5조33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5667억원)의 10배 규모다. 2010년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미국의 50대 브랜드 중 비영리단체로는 유일하게 포함(26위)된 곳이기도 하다. 브라이언 갤러거(Brian A. Gallagher·56·사진) 회장은 2002년 이후 12년째 유나이티드 웨이를 이끌고 온 수장이다. 지난달 21일, 전경련 초청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나 국내 기부·모금시장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유나이티드 웨이 월드와이드 제공
유나이티드 웨이 월드와이드 제공

―유나이티드 웨이가 보는 세계의 기부·모금 시장 전망은 어떤가.

“41개 회원국이 있는데, 직접 가보면 모두 정부의 한계를 얘기한다. 민간의 기부시장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견인하듯, 비영리 분야의 인센티브를 굉장히 강화하고 있다. 정부나 NGO의 역할이 어디까지일지 아직도 논쟁이 있지만,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 비영리 분야의 성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기업이 하는 혁신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공동모금회는 기업기부 비중이 60%에 이르지만, 유나이티드 웨이는 대부분 개인기부금이다. 개인기부를 늘리는 비결은 무엇인가.

“85% 정도가 개인기부인데, 대부분 ‘직장인 캠페인’으로부터 나온다. 직장인들이 급여의 일부를 내는 모델이다. 우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통’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부나 봉사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하고, 이를 친구들과 공유하는 걸 즐긴다. 미국 전역에 있는 1000만명의 기부자와 200만명의 자원봉사자는 모두 그런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우리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조직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한다. 매주 금요일 바(Bar)에서 만나 봉사활동하는 ‘해피아워(Happy Hour)’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70개 대학에는 ‘유나이티드 웨이 동아리’가 생겼다.

같은 맥락에서 고액 기부자들의 교류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도 굉장히 성공적인 시도다. 부자들은 사회문제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만 방법은 잘 모른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도와 해결책을 설명하고, 동참을 유도한다. 지역·국가 차원의 캠페인도 있고, 세계의 고액기부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행사도 있다. ‘밀리언달러 라운드테이블’이 그것이다. 작년 프랑스 파리에 이어 올해 런던에서 진행되는데, 2015년에 10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대회가 예정돼있다.”

―향후 비영리단체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모금 방식은 무엇인가.

“미국은 베이비부머가 생을 마감하는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유산을 기부하는 계획기부가 가장 각광받고 있다. 계획기부는 큰 돈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전략적인 사고도 있어야 한다. 온라인 기부는 이제 시작 단계라 아직 주요 동력은 아니지만, 잠재력은 큰 분야다. 재난모금은 문자기부가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으며, SNS를 통한 모금도 성장하고 있다.

이제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문제보다 ‘모바일이냐, 모바일이 아니냐’의 구도가 더 중요하다. 모바일 뱅킹이 은행 입출금 방식의 주류가 됐고, 이는 기부에도 적용된다.”

―한국에서는 내년부터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들이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유나이티드 웨이를 비롯한 미국 비영리단체는 어떻게 신뢰를 구축해오고 있나.

“유나이티드 웨이는 1992년 2월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회장이었던 윌리엄 아라모니(William Aramony) 회장의 고액 연봉과 호사스러운 씀씀이 등이 불거진, 일명 ‘아라모니 스캔들’ 때문이다. 그 사건 이후 10년이 지난 뒤 부임했지만, 여전히 신뢰회복은 우선 과제였다. ‘투명성’이 중요하다. 임금보상체계, 모금·배분 결정과정 및 결과, 사업의 성과와 실적 등 우리의 모든 정보를 웹사이트(online.unitedway.org)에 올렸다. 웹사이트에는 각 지역의 유나이티드 웨이 배분 단체 리스트가 다 올라와있다. 대중은 자기가 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볼 수 있어야 믿음을 갖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자꾸 유나이티드 웨이 일에 연계시켜야 한다. 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해 직접 경험하게 하면, 그 토대가 튼튼해져서 신뢰도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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