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수)

글로벌 사회공헌, 격전지는 베트남… 교육·자립이 화두

글로벌 CSR 설문조사
기업이 글로벌 사회공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지 제고’… 87% “높은 성과에 만족”
38개社, 아시아·태평양 지원… 아프리카·중남미 그 뒤 이어
글로벌 사회공헌 범위는 CEO·CSR 전담자가 결정… 39% 기업이 5년 이상 지속

해외 진출 기업들은 글로벌 사회공헌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나은미래’ 설문조사 결과,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를 꼽은 기업이 36%에 달했다. 이는 ‘현지 주민의 어려운 실상을 보고 기업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30%)’ ‘비즈니스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28%)’ 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해외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지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글로벌 사회공헌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응답 기업 41곳 중 15곳(38%)이 ‘성과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대체로 긍정적’이란 답변도 49%에 달했다. 무려 87%에 달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사회공헌의 자체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교보생명은 “베트남 극빈 농가 1400가구를 선정해 소득증대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일반 농작물 대비 20% 이상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성과를 전했고, 다비육종은 “베트남에서 진행한 연수 프로그램을 1등으로 졸업한 학생이 현지 농장장으로 취업하고, 베트남 양돈 생산 분야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미상_그래픽_글로벌사회공헌_대륙별분포_2014

한편, 기업군(群)별로 효과성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랐다. 설문에 응답한 대기업들은 주로 ‘현지 소비자와의 친밀도’를 주요 성과로 꼽았다. 중국 지역 아동복지시설에서 케이크 만들기 교실을 진행하는 SPC는 “해당 지역의 관공서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SPC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일반적으로 자국 항공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외국 항공사 이용률이 저조한데,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 비행기를 이용하는 현지 주민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현지 공사를 반대하던 주민들도 회사에 직접 찾아와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달라진 사내 분위기도 전했다. 타 부서에서 글로벌 사회공헌 관련 정보 공유 요청과 문의가 증가하는 등 관심이 늘었다는 것.

한편, 한국중부발전, 한국관광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현지 정부의 우호 여론 형성’과 ‘공사 및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주요 성과로 꼽았다.

미상_그래픽_글로벌사회공헌_설문조사결과2_2014

◇글로벌 사회공헌 아시아 편중… 환경·에너지·사회공헌도 증가

해외 진출 기업들이 글로벌 사회공헌을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베트남(44%)에서 글로벌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이 17곳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도네시아(15곳), 중국(11곳), 몽골(8곳), 캄보디아·필리핀(6곳)이 뒤를 이었다.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정부 인허가 절차가 가장 까다로운 나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사회공헌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륙별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5대륙으로 나눴을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60%(50곳)로 가장 많았고, 아프리카(12곳), 중남미(11곳) 순이었다. 선진국에서 글로벌 사회공헌을 펼치는 기업도 있었다.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두산중공업, 현대자동차, 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북미와 유럽 대륙에서 비즈니스와 함께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41개 기업은 대부분 해외 빈곤 지역에 학교·도서관을 건립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교육’ 분야에 집중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2014년 신규 글로벌 사회공헌으로 인도네시아 교육 인프라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두산중공업은 베트남·인도·영국·체코 등에서 스포츠·과학·환경 등 다양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주민의 자립을 고민하는 기업도 늘었다. LG전자는 방글라데시 등에서 현지 주민들을 참여시킨 마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작물·가축 등 소득증대 노하우와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동남아·아프리카 청년들에게 자동차기술을 전수해 자립을 돕고, 기아차는 모잠비크에서 주민들이 직접 소액저축·대부사업(VS&L)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 외에도 동원엔지니어링은 올해 르완다 정부와 함께 대체연료 개발 사업에 역점을 두고, 한국중부발전은 인도네시아·자카르타에서 수익 창출형 소수력발전소를 건립하는 등 환경·에너지 사회공헌에 대한 시도도 눈에 띄었다.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글로벌 사회공헌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 많았다.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LG디스플레이, LG전자, 외환은행,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 등 9개 기업(23%)은 5개 국가 이상에서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글로벌 사회공헌 역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기업 64% “글로벌 사회공헌 전담자 있다”… CEO가 직접 결정하기도

대다수 기업들이 본사 사회공헌팀과 현지 법인을 연계해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현지법인과 본사 담당팀이 함께 추진한다’는 답변이 38%로 가장 높았고, ‘본사 사회공헌팀이 주도한다’가 36%, ‘현지 법인이 독자적으로 진행한다’가 10%로 나타났다. 해외 현지의 사회·문화코드에 맞추되, 본사의 사회공헌 전략과 전체적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해외 진출 기업 중 글로벌 사회공헌 전담자가 있는 곳은 64%(25곳)로 나타났다. 국내에 사회공헌 전담부서 및 담당자를 배치한 기업이 95%로 나타난 전경련 조사(2010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전담 인원수로는 평균 1명(26%)이 제일 많았고, 2명(4곳), 3명(2곳), 4명(1곳), 6명(1곳)이 담당한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해외 현지 법인별로 1~2명이 담당한다”는 기업도 있었다.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 범위를 누가 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CSR팀 또는 담당자(21곳)’과 ‘CEO(11곳)’가 결정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직접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 범위를 결정하는 기업 CEO가 약 30%에 달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글로벌 사회공헌에 대한 보고 횟수에 대해서는 ‘필요시 경우에 따라(69%)’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 달에 한 번(14%)’ ‘분기별 한 번(9%)’ ‘보고하지 않는다(6%)’ ‘1년에 한 번(3%)’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글로벌 사회공헌 평균 기간을 묻는 질문에서도 의미 있는 답변이 나왔다. 39%에 달하는 기업이 평균 ‘5년 이상’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는 것. 평균 3년 이상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도 63%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평균 ‘1년 미만’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기업도 23%에 달했다.

특별취재팀=정유진·최태욱·김경하·문상호·주선영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2024.5.21.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 [창간14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