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다라 오루크 美 UC 버클리대 교수]”윤리적 소비하는 3~5%에 기업은 움직이기 시작하죠”

소비자에 제품 원료 구입부터 생산 과정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해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모바일 앱 ‘굿가이드’ 제작
“소비자가 착한 소비해야 윤리적 생산 늘어 어느 기업이 윤리적인지 정보 공유도 필요”

다라 오루크 美 UC 버클리대 교수
다라 오루크 美 UC 버클리대 교수

2008년 시작된 미국의 ‘굿가이드(www.good guide.com)’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모든 생애주기(life cycle)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자 모바일앱이다. 원료 구입 과정부터 제품의 생산 과정, 환경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한다. 현재 5000여 기업의 19만개가 넘는 제품이 소개돼 있다. 이 앱을 이용해 제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환경·건강·사회 총 3분야의 점수가 뜨고 왜 그런 점수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는 다라 오루크(Dara O’Rourke·사진) UC 버클리(Berkeley)대 환경정책경영대학 교수로 국제 생산망 내의 노동·환경 문제를 20년 이상 연구해온 인물이다. 월드뱅크와 유엔개발프로그램(UNDP),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윤리적 소비’의 글로벌 트렌드를 듣기 위해 지난 20일 다라 오루크 교수와 전화 인터뷰했다.

―굿가이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뭔가.

“한번은 딸이 바르는 선크림을 무심코 보다가 아이에게 해로운 성분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샴푸나 장난감 등 딸아이가 쓰는 모든 제품의 재료를 찾아보니 해로운 성분이 많았다. 나중에는 모든 집 안 제품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100만명이 굿가이드앱을 쓰고, 200만~300만명 정도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

―현재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 인식은 어떠한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카’다. 지난 5년 동안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은 ‘건강’ 정보엔 매우 민감한 반면 ‘환경’이나 ‘사회’ 측면은 관심이 덜하다. 화장품이든 목욕용품이든 ‘동물 실험’을 하면 구매를 잘 하지 않는데, 근로자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반응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윤리적인 소비’가 과연 기업의 ‘윤리적인 생산’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회의적 시각도 있다.

“각종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전체 소비자의 3~5%만 움직여도 기업이 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한다고 한다. 소수의 소비자들이 웅웅거리는 소리에 반응해서 스타벅스, 맥스웰 등 거대 브랜드들도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커피 제품을 갖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트위터나 정보 활용력이 뛰어나서 이런 변화의 주체가 되고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소비 의식은 높아도 실제 행동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맞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5%의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환경적·사회적·건강 요소를 고려한다고 응답한다. 그러나 이런 소비를 지속적으로 하고, 돈을 더 많이 낼 의향까지도 있는 소비자는 전체의 2~3%, 많아야 5%가 채 안 된다. 이런 갭을 줄이기 위해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어떤 기업이 잘하고 못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소비자 개개인이 물건을 사는 것이 기업을 움직이는 데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득해야 한다. 끝으로 사회 전반의 인식 문제다. 유명인사나 주변 사람들이 ‘윤리적 제품’을 사용하고, 이것이 사회 내에서 좋은 반응(feedback)으로 이어진다면 윤리적 소비가 훨씬 더 증가할 것이다.”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이용률이 가장 높고, 인터넷 속도도 가장 빠르다. 한국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한다면 큰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한 명의 소비가 변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윤리적인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LG 등과 같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은 언제든지 전 세계 소비자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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