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공정무역 잘 되려면, 소비자가 사고 싶은 제품부터 만들어야”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
공익 상품 월매출 3년 만에 약 15배 늘어
제품 유통 마진 줄이고 디자인 개선 도와줬더니 홈쇼핑 2차 방송할 만큼 소비자 반응 좋아져

“2002년 공정무역을 처음 시작할 당시 동남아 8개국 수공예품을 판매하려고 했는데, 수억원의 적자만 봤어요. 당시엔 무조건 ‘저개발국 생산자를 위해 사달라’는 접근 위주였거든요. 공정무역 제품도 결국 소비자의 수요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신충섭(42·사진)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의 말이다. 그는 “작년 아름다운가게, 아이쿱, 두레생협, 카페 티모르 등 규모가 큰 곳들의 매출을 합치면 연 100억원 가까이 된다”며 “지난 10년간 우리의 공정무역 규모가 굉장히 성장했다”고 말했다.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 /아름다운가게 제공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 /아름다운가게 제공

―최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장의 변화가 있나.

“공정무역 사업을 10년 넘게 해오다보니 사회적기업, 공정무역, 친환경 공동체 등이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부터 전국의 아름다운가게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우수한 공익 상품을 발굴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메이저 유통사들도 움직이고 있다. GS샵 등 대형 홈쇼핑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꾸준히 방송하고,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에서도 사회적기업 제품 기획전을 열었다. 이것이 지속되면 일반 시민이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접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공정무역이나 공익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가.

“현재 아름다운가게에는 50여개 단체의 400여개 공익 상품이 입점해 있다. 2010년 시작 당시에는 월매출이 100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월 1억5000만원 정도로 늘었다. 올해 공익 상품 매출이 13억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성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름다운가게에는 생산자를 위한 유통 마진을 어떻게 결정하나. 일반적인 유통 채널과 어떻게 다른가.

“백화점의 유통 마진이 대개 30% 내외라고 하지만, 물류비나 판매상여금 등을 포함하면 50% 가까이 된다. 아름다운가게는 평균 23%의 유통마진을 적용하고 반품을 하지 않는 등 대안 유통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또 생산자를 위한 제품 개발과 디자인 개선도 지원한다. 한 예로 충북 청원군에 있는 ‘이룸의터’에서 중증 장애인들이 만든 물티슈를 판매하게 됐다. 그런데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않았고 부직포로 만들어진 물티슈가 친환경적이지 않았다. 재능 기부를 받아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했고, GS샵에서 제품 생산비를 지원받아 9개월 만에 친환경적인 순면 물티슈를 개발했다. 작년 9월 홈쇼핑을 통해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는 6월 28일에 2차 방송을 나가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다는 뜻이다. 이게 ‘작은 혁명’이라고 본다.”

―대안 유통 채널 마련 외에 윤리적 소비와 관련해 아름다운가게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통해 기증 물품 중 판매가 어려운 소재를 재활용해 새로운 디자인 상품을 생산한다. ‘에코파티메아리’라는 단독 브랜드로 발전시켰고, 2009년 초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상품들이 전시·판매되기도 했다.”

―윤리적 소비가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S사가 공정무역 커피를 들여온 것은 한국 고객들이 ‘미국에선 있는데 왜 한국에는 없느냐’고 계속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들여온 공개한 데이터를 살펴보니 한 달에 한 매장당 한 봉지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윤리적 생태계 구축에 가장 파워를 가진 집단은 소비자다.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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