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월)

[희망 허브] “윤리적 소비가 착한 소비? 생산자와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소비죠”

[더나은미래-아름다운가게 공동기획 ‘윤리적 소비 좌담회’] – 김은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 영리와 비영리의 협력 필요”
–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
“감성에 호소하는 ‘착한 소비’라는 말, 적절하지 않아”
–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책임 구매하는 소비윤리, 교육으로 확산해야”
–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팀장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사회적가치 지수 개발할 것”

더나은미래는 지난 5월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참사 현장 르포를 시작으로,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윤리적 소비’를 주제로 한 기획 기사를 연재해왔다. 의류 공장의 하도급 실태, 글로벌 브랜드 옷의 가격 구조, 국내의 윤리적 소비 현황 등을 다뤘다. 윤리적 소비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더나은미래는 기업, 정부기관, 사회적기업, 학계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의견을 나눴다. 좌담회에는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팀장(정부), 김은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기업),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미디어·진행),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비영리 섹터),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 과 교수(학계)가 참석했다.

강윤정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판로지원팀팀장 / 신충섭아름다운가게그린사업국국장 / 천경희가톨릭대학교소비자주거학과교수 / 김은진GS샵기업문화팀과장
강윤정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판로지원팀팀장 / 신충섭아름다운가게그린사업국국장 / 천경희가톨릭대학교소비자주거학과교수 / 김은진GS샵기업문화팀과장

사회=’윤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윤리적이다’ 혹은 ‘덜 윤리적이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윤리적 소비’를 알리기 위해서는 용어에 대한 공감대부터 필요할 것 같다.

강윤정=유럽에선 ‘윤리적 소비’란 용어가 보편화돼있더라. 윤리적 소비란 원료를 재배·생산·유통하는 모든 과정이 나의 소비와 가치 사슬처럼 연결돼있음을 인식한다는 뜻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착한 소비’와 ‘윤리적 소비’를 혼용하고 있다.

김은진=기업 내부적으로 ‘착한 소비’란 용어를 사용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럼 일반적인 소비는 나쁜 소비냐?’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GS샵은 착한 소비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응원합니다’라고 쓴다.

신충섭=동감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도 2007년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 착한 소비 등과 같은 용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착하다’고 하면 그것을 구매하는 소비자만 옳고 그렇지 않은 소비자는 나쁘다는 인식을 주면서 소비자의 감성적인 면에만 호소하는 느낌이 강하다.

천경희=윤리적 소비는 어떤 제품이 만들어져서 그것을 사용하고 처분하는 모든 과정을 고려해 ‘책임 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가 나의 삶뿐만 아니라 생산자, 지구 환경, 나아가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그것을 고려하며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상품의 쓰나미 속에서 소비자들은 단돈 1000원이라도 더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길 원한다. 한국엔 ‘탐스슈즈(TOMS Shoes)’와 같이 윤리적 소비를 이끄는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강윤정=사회적 경제 섹터가 약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만들어진 게 2007년, 협동조합법은 작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척박한 땅에 이제 막 씨앗이 뿌려졌다. 확산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은진=윤리적 소비를 알리는 적극성이 부족하다. GS샵은 회사 층마다 공정무역 커피를 둔다. 그 옆엔 공정무역 커피가 무엇이고, 이를 마시면 개도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자세히 적어 붙였다. 식당에는 사회적기업이 만든 물티슈를 놓고, 어떤 물티슈인지 문구도 적어뒀다. 커피를 마시면서, 물티슈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설명을 계속 접하다 보면 인식 개선이 되기 때문이다.

천경희=소비자의 인식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영국에는 한 윤리적 소비 연구 단체가 기업의 윤리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표 기업도 평가되고 있는데 점수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소비자들은 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떤 기업의 어떤 제품이 윤리적인지를 살펴본다. 국내에도 이런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가 바뀌면 기업은 저절로 바뀌게 돼있다.

사회=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를 몰라서 못 사고, 알아도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못 사는 것 같다.

천경희=영국의 케임브리지에 살 때 한 집 건너 재활용 가게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 뒤, 이후 이를 사용하게 될 누군가를 생각하며 사용하더라. 반면, 우리나라 소비자 대다수가 ‘공정무역 초콜릿을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 가까이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은 늘고 있는데, 윤리적 소비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신충섭=최근 홈쇼핑이나 백화점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제품은 시장에서 검증받는 것이기 때문에, 홈쇼핑에 한번 나가본 사회적기업들은 ‘더이상 두려울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홈쇼핑에 나가려면 상품의 제조 과정, 법적 절차 등을 상세히 검증받는다. 그 과정에서 제품도, 사회적기업의 역량도 높아지는 것이다.

강윤정=현대백화점에서 사회적기업 물품들을 팔았는데, MD들이 최고 매출을 예상한 ‘닥종이 전통 인형’이 가장 저조하게 팔렸다. 제품 자체는 질은 높은데 선물용 포장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 과정은 착실했지만, 상품으로서 준비가 덜 돼 있던 것이다.

김은진=GS숍에서 사회적기업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다. 상품이 가진 장점을 가장 쉽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주는 홈쇼핑 호스트들의 진정성 덕분이다. 이분들이 방송을 하면서 사회적기업 상품의 가치와 사연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상품을 홍보한다. 실제로 위캔쿠키가 ‘완판’된 날, 방송 직후 호스트, 피디, 스태프, GS샵 관계자 모두 펑펑 울었다.

신충섭=홈쇼핑 판매를 앞두고 대다수 사회적기업이 걱정이 많았다. 홈쇼핑은 반품이 많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은 5~10%만 반품돼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홈쇼핑에 판매되는 사회적기업 상품들은 1년에 2~3건에 그칠 정도로 반품이 거의 없다.

사회=일반 시민들이 윤리적 소비에 쉽게 다가갈 수 있으려면 어떤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할까.

김은진=기업과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 영리와 비영리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력)이 필요하다. 윤리적 소비를 잘 알릴 수 있는 비영리 단체와 기업의 플랫폼, 여기에 유명인의 재능 기부가 합쳐진다면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 인식이 더 빨리 높아질 것이다.

신충섭=영국의 한 유명 시트콤이 옥스팜 자선 가게를 무대로 진행됐다. 옥스팜숍 안에서 물건 기증자들, 구매자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시트콤이었다. 최근 한국의 한 드라마에서도 ‘그 옷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하라’는 대사가 나왔는데, 방송 다음 날 저희 콜센터에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윤리적 소비를 더 쉽고 재미있게 다루는 방송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천경희=교육도 중요하다. 2010년부터 3년째 소비 윤리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1년에 500명 넘는 학생들이 수강하는데, 가장 먼저 수강신청이 완료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3학점짜리 강의인데, 이론 수업·영상·토론이 함께 이뤄진다. 실제로 한 학기 수업이 끝난 후에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보면 놀랍다.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인을 위한 윤리적 소비 교육도 이뤄지면 좋겠다.

강윤정= 가전제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수치로 나와있는 것처럼, 기업의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사회적 가치 지표가 나온다면 소비자들이 윤리적인 상품을 선택하기 쉬워질 것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올해 안에 개발하고자 하고 있다.

사회=박란희 편집장

정리=정유진·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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