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미소금융,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 창업자 의견 반영 잘 안돼 아쉬워”

前 미소금융 봉사단원의 이야기

틀에 박힌 금융기관식 관리
창업자들 마음 열기 어려워
현장 문제 정확히 파악해야

“시장에는 덩치 큰 기업이 잔뜩 있는데, 미소금융을 통해 돈을 빌린 사람들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저소득 계층이다. 기술과 능력을 갖춰도 큰 기업들과 싸워 간신히 버티는 수준인데, 아무것도 없이 시장에 나가니 상대가 될 리 없다. 마치 6·25전쟁 때 군사 교육 없이 전장으로 이끌려 간 ‘학도병’을 보는 것 같았다.”

지난 2년 동안 미소금융중앙재단 희망봉사단원으로 활동한 A씨의 말이다. A씨는 창업자들의 창업 과정과 사후 컨설팅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다. A씨는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들은 한 달 넘게 청소해주고, 서빙해주고, 전단지를 돌려줘도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소위 ‘높으신 분’들이 현장에 방문해서 사진 찍고, ‘쇼’하는 것에 넌더리가 났던지 다짜고짜 멱살을 잡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만큼 미소금융중앙재단과 밑바닥 현장의 괴리가 심하다는 것이다.

A씨는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지역 밀착형 기관이 현장과의 섬세한 접촉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현재 미소금융의 시스템은 금융위원회 산하 전통 금융기관들이 하던 관리방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A씨는 또 자원봉사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A씨는 “힘들게 현장을 돌며 수집한 그들의 목소리가 위쪽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미소금융에서 서울시의 전통시장에 이미 1000억원 이상의 돈을 빌려줬는데, 실제로 전통시장들을 다녀보면 무너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지역 특성별로 어려운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한다.

A씨는 “중앙에서 고집스레 만들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재벌기업들을 참여시키고, 지역 곳곳에도 지부를 만들어 양적으로만 풀어나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밀고 나가다보면 결국 연체가 쌓이고, 빚만 남게 되지 않을 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