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복지에 100조원 드는 시대…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 투자 필요해”

한국사회투자 이종수 대표

사회투자기금의 대상은… 조직이나 기업 프로젝트
금융을 복지에 결합시켜… 빈곤 만드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초점 맞춰

“마이크로크레딧이 주로 개인에 관한 것이라면, 사회투자기금(Social Finance)은 조직이나 기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정착에 공헌했던 이종수 전 사회연대은행 대표<사진>는 최근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표는 뉴욕 체이스맨해튼은행, 호주 웨스트팩은행을 비롯해 홍콩, 자카르타, 프놈펜 등지에서 은행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금융인이었다. 외환 위기가 극심했던 1999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대안금융을 공부했고, 2003년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했다. 지난 12월 설립된 한국사회투자는 사회연대은행이 10억원을 출연해서 만든 곳으로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 1000억원을 위탁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미상_사진_사회투자기금_이종수대표_2013―한국사회투자의 설립 목적은.

“사회연대은행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빈곤과 일자리였다. 빈곤을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빈곤을 만드는 문제들이 곪지 않게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복지 문제다. 복지를 위해 100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시대다. 재원 마련 문제도 중요하다. 단순히 주기만 하는 복지를 넘어, 돈이 투자·융자돼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법도 필요하다고 봤다. ‘사회 투자’가 바로 그 방법이다. 3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해오다가 작년 12월에 설립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 기업, NGO프로젝트 등을 지원한다. 상환된다는 걸 전제로 투자하는 개념이다. 복지에 금융을 결합하는 활동이다. 채권을 발행해서 노숙자를 돕는 프로젝트,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집을 건설 노동자들로 구성된 사회적기업이 짓는 프로젝트 등이 해당한다. 세계적인 트렌드 역시 이런 ‘투자적 복지’로 가고 있다.”

―’투자적 복지’ 개념을 쉬운 예로 설명하자면.

“김한승 대한성공회 신부는 지난 15년간 노숙자들에게 급식을 나눠줬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후원자를 구하지 못하게 됐다. 식당을 만들어 그 수익으로 급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음식칼럼니스트 김순경씨, ‘평안도찹살순대’의 창립자 김현준 회장이 메뉴 개발에 참여했고, 신영복 교수는 식당의 로고를 만들어줬다. 온라인 소셜펀딩을 통해 7000만원 정도의 자금도 모았다. 모자라는 금액은 사회연대은행에서 마련했다. 작년 4월 정동에 사회적기업 ‘정동국밥’이 오픈했다. 작년 10월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고 수익을 내고 있다. 그 수익으로 취약계층에 안정된 급식을 한다. 이게 바로 투자적 복지 개념이다. 한국사회투자는 향후’정동국밥’ 2호점, 3호점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사회 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정부, 기업, 민간의 역할 분담이 잘돼야 한다. 정부는 법적·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이나 사회연대은행의 대출금을 잘 갚았다고 해도 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는다. 제도권 금융의 범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크레딧을 잘 갚고 졸업하면 기존 금융기관에서도 대출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연결고리가 너무 부족하다. 제도가 분절화됐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기업을 직접 하지 말고, 그들이 잘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기업의 역량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취약계층을 다루는 일은 취약한 부분을 잘 아는 단체들이 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을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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