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자녀를 학대한 부모들은 항상 훈육했다고 우기더라”

김정미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장

김정미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장
김정미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장

15년 동안 아동 학대 관련 전문 상담가로 활동한 김정미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아동 학대는 부모가 적절한 자녀 양육 방법을 잘 모르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부모의 생각, 생활 습관부터 차근차근 바꿔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동 학대’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가 궁금하다.

“2000년을 기점으로 아동 학대에 관한 인식 전환이 일어났다. 아동복지법에 ‘아동 학대’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심각한 신체 손상만을 아동 학대로 인정하던 분위기에서 아동을 방치하거나 정서적으로 상처를 주는 것도 학대로 인식하게 됐다. 실제로 2000년까지는 신체 학대 신고율이 가장 높았지만 2001년부터는 방임(35.2%)이, 2009년부터는 정서 학대(36.2%)가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동 학대의 유형이 변화했다기보다는, 국민이 아동 학대를 인식하는 범주가 신체 학대에서 정서 학대까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정서 학대의 유형이 궁금하다. 정서 학대는 자녀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좁은 공간에 자녀를 혼자 가두어 두거나,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잠을 재우지 않거나, 아동의 나이에 적절치 않은 과도한 일을 시키는 것도 정서 학대다. 실제로 어릴 적부터 부모의 싸움을 보면서 자란 초등학생이 심각한 원형 탈모와 학교생활 부적응을 호소한 예가 많다. 지속적인 정서 학대는 우울증, 낮은 학업 성취, 도벽, 거짓말, 타인에 대한 공격성 등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해친다. 특히 세 살 이전에 경험한 정서 학대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낳는다.”

―’훈육’과 ‘학대’를 혼동하는 부모가 많다. 자녀를 올바르게 훈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하다 보면 부모는 ‘아이가 도통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고, 자녀는 ‘부모와 대화가 안 된다’고 한다. 대화하는 시간에 자녀를 훈육하거나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면 안 된다. 자녀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부모의 이야기는 줄이고자 노력해보라. 대화할 때 부드러운 눈빛과 어투는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아동이 욕설과 폭행을 부모로부터 배운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자녀의 인생을 바꾼다. 먼저 모범을 보여라. 자녀 양육 문제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다양한 상담, 교육, 치료를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동 학대가 아이의 인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가 자신의 학대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관의 아동 학대 예방 교육, 상담, 치료도 거부한다. 학대 행위자가 올바른 교육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아동 학대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학대 부모가 예방 교육과 치료에 참여하도록 강제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 학대는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