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기부?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 재미에 아이디어 갖추고 나눔 앞장서는 ‘1인 펀드레이저’들

자전거 기부 우근철씨_’여행으로 희망 주고파 ‘거리 공연 모금해 선물
마라톤 기부 이동윤씨_아이 아프면 가족 위태… 치료비 지원해 행복 도와
자선 파티 여는 최미영씨_’즐기면서 좋은 일 하자 ‘파티로 모금해 학교 건립
설문·기부 연결한 김정관씨_질문 응답하면 100원씩… 기부의 첫 보람 느끼도록

개인이나 단체의 기부활동을 독려하는 모금 전문가 ‘펀드레이저(Fundraiser)’. 통상 조직적으로 이뤄지던 이 활동이 최근 개인적인 차원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부터다. 더나은미래에서는 각 분야에서 ‘1인 펀드레이저’로 활동 중인 4인을 만나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는지 물었다.

우근철 씨
우근철 씨

◇자전거 전국 일주와 거리 공연으로 아이들에게 희망 전하는 우근철씨

우근철(28·사랑밭 새벽편지 간사)씨는 1년에 한 번씩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돈다. 여행 도중에는 광대로 변해 거리 공연을 펼친다. 대학 때 익혔던 ‘마임’이 밑천이 된다. 사람들은 지갑을 열어 답례한다. 동전을 넣는 아이도, 5만원짜리 지폐를 선뜻 꺼내는 노신사도 있다. 그렇게 모인 돈으로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선물한다. 올해로 세 번째 여정을 마친 ‘제법 따뜻한 여행(이하 ‘제따여’)’ 이야기다.

대학 졸업 후 무작정 찾은 스페인 성지 순례길이 ‘제따여’를 만든 계기다. 여비가 없어 고생하던 그에게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베풂’은 큰 힘이 됐다. 말 없이 먹을 것을 나눠준 할아버지, 자신의 모금통을 통째로 건넨 거리의 악사, 여행용품을 나누고 떠난 순례자…. 우씨는 “너무 많은 것을 받기만 해서 자연스럽게 나도 베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스페인 여행이 베푸는 마음을 갖게 했다면, 이후 이어진 인도 여행은 ‘줄 수 있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마더 하우스’라는 아동 시설 아이들과 한 달여를 보내는 동안, 광대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마음을 굳혔다. 2010년 9월의 첫 번째’제따여’. 10일간의 거리 공연과 지인들의 계좌 후원을 통해 모은 50만원으로 6대의 자전거를 아동 시설에 기부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전거 선물 이후 한 꼬마의 짤막한 편지를 받았다. 우씨는 본격적인 기부를 결심하고 아예 NGO 단체 ‘사랑밭 새벽편지’에 들어갔다. 200만 회원에게 좋은 글을 전하는 ‘사랑밭 새벽편지’는 더 많은 사람에게 여행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덕분에 ‘제따여’만의 정기 후원자도 생기고 자발적으로 ‘후원의 밤’을 준비하는 지역도 나타났다. 지난 9월 말에 마친 3회 여행에서는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손수 전단을 만드는 등 후원의 밤을 준비하기도 했다. 우씨가 25일 동안 전국을 돌며 모금한 금액은 약 180만원. 작년에는 모 방송국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해 받은 상금 700만원을 더해 55대의 자전거를 선물했다. 우씨는 “처음에는 모금액에 집착했지만 나를 만나는 사람이 늘수록 나눔이 확산한다는 생각에 더 멀리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달리면서 기부하는 의사 선생님 이동윤씨

이동윤 씨
이동윤 씨

지난 5월 6일 열린 ‘제9회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 동호인들이 모여 10㎞ 단축 마라톤을 뛰는 행사다. 참가비와 현장 기부로 모인 기부금은 서울 삼성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소아암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이날 참가한 5000여명이 모은 액수는 약 4500만원 정도. 10년 전, 달리는 취미로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한 의사의 발상이 만들어낸 결과다. IMF 한파가 몰아쳤던 2000년 당시, 이동윤(59·이동윤 외과 원장)씨는 아픈 아이 때문에 가정이 깨지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 달리기를 즐기던 그는 고민 끝에 ‘기부 마라톤 대회’를 열기로 했다. 시작은 단출했다. 지인 몇 명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이씨는 “당시는 기부를 큰 기업이나 복지가만 하는 것으로 여겼는데, 달리기로 하자고 하니 어색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실질적인 운영도 문제였다. 참가비를 기부하다 보니, 운영비가 없었다. 이씨는 “대회 운영비는 제약 회사, 기업체 등의 협찬을 통해 충당했는데, 다 어려울 때라 진행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듬해 대회는 진행조차 못했다. 이씨는 3회 때부터 더 적극적인 방식을 택했다. 참가비를 두 배로 올리고, 그 일부를 운영비로 돌렸다. 친목 모임에 불과하던 ‘달리는 의사들’을 사단법인화하고, 마라톤 관련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4회째부터 일반인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규모도 커졌다. 첫해 500만원에 불과하던 기부금은 최근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동윤씨는 “단순히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개념보다, 젊은 부부들에게 삶의 동기를 주자는 취지”라며 “이를 통해 가정이 유지되고, 기부가 선순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미영 씨
최미영 씨

◇즐거움과 따뜻함을 함께, 자선 파티 기획한 최미영씨.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했어요.”

지난 여름, 선박 중개 업체인 메리엘 파트너스 최미영(42) 대표는 아프리카 말라위 땅을 밟았다. 굿네이버스의 정기 후원자가 해외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벼르던 방문을 통해, 최씨는 궁금증을 해소했다.

“모든 것이 부족함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에게 감명받았어요.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마음먹었어요. 기회가 모든 아이의 꿈을 이뤄주진 않지만, 희망을 갖게 할 수는 있으니까요.”

말라위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돌아본 최씨는 현지 학교 설립을 위한 기부 목표를 세웠다. 그 수단은 ‘자선 파티’다. 오는 12일 서울 서초동 부티끄 모나코에서 진행될 ‘5회 메리엘 파트너스 파티’는 말라위의 차세타 지역 초등학교 건립을 위한 모금 파티다. 사실 최씨에게 파티는 생소하지 않다. 업무상 10년이 넘는 세월을 뉴욕에서 지내면서 파티 문화에 익숙했던 것. 최씨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니 그런 게 별로 없더라”고 했다.

최씨는 2009년 말, 직원과 친구들을 모아 처음으로 연말 파티를 가졌다. 매년 진행되던 파티는 3회째부터 자선 파티 형식을 취했다. “그냥 먹고 즐기기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모아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였다. ‘조금씩’ 모으자고 시작했지만, 그 규모는 학교를 세울 만큼 커졌다. 이번 5회 파티를 통한 기부 목표액은 4000만원. 모금만으로 부족한 금액은 메리엘 파트너스가 모두 채운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최미영씨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 모임은 즐거움이 먼저입니다. 자선 자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얼마를 기부했든, 아이들의 꿈을 위해 다 함께 모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이 나요.”

◇’설문만 해도 기부가 돼요’, 도네이션 서베이 만든 김정관씨

김정관 씨
김정관 씨

“기부의 ‘첫 경험’을 주고 싶었다.”

설문을 하면 100원이 기부되는 ‘도네이션 서베이’를 만든 김정관(29·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개발팀 매니저)씨는 대학 시절부터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모교(세종대)에 사이프(SIFE·사회 공헌 비즈니스 동아리)를 만든 주인공이며, 아이티 지진 피해 당시에는 캠페인 티셔츠를 파는 1인 기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가 기부의 장벽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사람들이 왜 기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기부의 처음을 경험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연구했고, 그 결과 ‘도네이션 서베이(donationsurvey.com)’가 탄생했다. 현재까지 설문에 응답한 사람은 110여명이다. 김씨는 사비를 털어 다음 ‘희망해’를 통해 100원씩 기부했다. 김씨는 “100원이 소액이긴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사람 입장에서는 클릭 몇 번으로 얻어진 결과기 때문에 적지 않다고 느낀다”며 “혼자 퍼뜨리는 범위는 작으나, 나 같은 사람이 100명이 되어도 1만명이 기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창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현재는 리뉴얼 관계로 서비스 중단 중), 퇴근 후 설문 결과를 정리하는 작업으로 잠을 거의 못 잤다는 김씨. “재미있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그는 이어 “소소하지만 ‘나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고, NGO나 큰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최태욱 기자

김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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