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타인의 덕으로 사는 우리… 나눔은 꼭 갚아야 할 의무”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동물들은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축적도 하지 않죠. 그때그때 먹고 배부르면 버립니다. 그럼 다른 동물들이 먹죠. 그런데 인간은 화폐라는 걸 만들어내면서 축적을 하게 되었어요. 무한히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인간에게 나눔이란 이런 소유에 대한 반작용이나 대안 혹은 보충으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눈다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고, 높은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 나눔도 자기 수양이나 교육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죠.”

지난 18일 만난 나눔국민운동본부의 손봉호 대표는 목소리에 힘을 주지 않았다. 때때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철학, 윤리학, 종교를 공부하고 한국 철학회 회장, 동덕여대 총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서울문화포럼 대표 등의 이력을 지나온 사람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다. 마치 그가 타고 다니는 차량인 프라이드를 닮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원로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순간에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최근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해체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었다.

“모든 종교가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가 돈, 명예, 권력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에 있다는 겁니다. 이걸 잃어버리면 종교가 아닙니다.”

손 대표에게 나눔이란 이런 신앙정신의 연장선에 있다.

“신앙인으로서 내 이상은 사랑의 실천이고 가장 좋은 사랑은 가장 고통받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과거엔 사람들의 고통과 행복이 자연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현대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고통과 행복을 만들어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아프게 하니까 덜 아프게 해야 하는 것도 사람이지요. 이것을 윤리의 문제로 볼 수도 있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복지가 되는 것이겠죠.”

윤리와 복지의 사이에 있는 나눔의 매력은 무엇일까. 손 대표는 그것이 ‘인간적’이라고 표현했다.

“세금을 걷어서 해야 할 국가의 일을 국가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민간의 영역에 기부함으로써 세금보다 더 많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대신 국가는 기부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죠. 비용이 덜 들고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에게 나누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적입니다. 물론 세제 혜택을 노리고 기부를 하는 것은 고상한 일이 아니지요.”

미상_그래픽_나눔국민운동본부_조리_2011요즘 손 대표는 나눔을 확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 리더들을 포함해 나눌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나눔에 동참하는 윤리 운동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저는 나눔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귀족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하죠. 우리가 사는 것을 보면 다 다른 사람의 덕입니다. 사회가 있으니 배울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은혜를 입으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 혜택을 적게 받은 사람에게 나누는 것은 마땅한 의무일 것입니다. 특히 사치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죄라고 생각합니다. 검소하게 살며 나누자는 것이죠.”

한국의 ‘상류층’에게도 나눔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전반적으로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부자들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기부를 더 많이 합니다. 과거에 국채보상운동도 그랬다고 하더군요. 요즘 큰 기부에 나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분들이 더 많이 나누는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워런버핏은 자기도 복지단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빌 게이츠의 재단에 빌 게이츠보다 돈을 더 많이 기부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거기가 효과적으로 일을 잘 해서’라는 겁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나눔다운 나눔’이란 무엇일까. 손 대표는 세 가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전한 기부를 늘리고, 기부에 쓰이는 돈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투명성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나눔을 실천하면서 생기는 명예라면 우리 사회도 인정해줘야 할 겁니다.”

손 대표에게 효과적인 기부란 ‘자립 지원’과 같은 것이다.

“무조건 돕는 것은 장차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본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스스로 일어서게 유도를 해야 합니다.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나누는 사람과 나눔을 받는 사람 모두를 인간적으로 성숙시키는 나눔은 사치를 줄이고 행복을 높이고 소비를 통해 유발되는 환경파괴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것은 다 다른 사람의 덕입니다. 사회가 있으니 내가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합니다. 우린 다 다른 사람의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나눔은 우리가 마땅히 갚아야 할 의무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 혜택을 적게 받은 사람에게 나누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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