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화)

[기부 그 후] 우리의 옛집, 우리 손으로 지켜냈어요

회벽은 부서지고 갈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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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전 도래마을 옛집의 모습/내셔널트러스트 제공

1년 내 한옥을 덮어주던 초가지붕, 이엉은 여름철 장대비와 차가운 가을비에 썩어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해냈습니다. 도래마을 옛집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선 매년 이엉을 새로 얹고, 비어있는 회벽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깨진 기와는 없는지, 서까래가 썩진 않았는지 늘 살펴야 합니다.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유산기금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도래마을 옛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의 한옥 특징이 잘 반영된 도래마을옛집은 전라남도 나주시에 있는 근대 한옥입니다. 전통 마을의 모습과 1930년대의 지역,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요. 우리 곁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내셔널트러스트 재단에서는 기금을 모아 도래마을 옛집을 매입,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보수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도래마을옛집은 시민문화유산 2호로 지정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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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마을에서 열리는 옛집 체험 행사/내서널트러스트 제공

해피빈 모금도 도래마을옛집 개소와 동시에 열렸습니다. 시민의 손으로 직접 우리 한옥을 지켜간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도래마을옛집의 수리와 보수는 해피빈 모금함에 모이는 시민의 관심으로 이뤄져 지금까지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의 도래마을 옛집은 갈라진 회벽에 마감을 다시 하고, 새 이엉을 얹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해피빈의 모금함이 다시 한 번 열렸습니다. 목표 금액은 350만 원. 1년에 걸쳐 2159명의 기부로 모금된 액수는 215만 원. 목표금액이 채워지지 않았어도 당초 계획했던 수리는 모두 끝냈습니다. 한옥의 특성상 망가진 곳을 방치해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문화 유산을 지키는데 힘을 보태주신 시민분들. 후원금액은 물론, 댓글도 정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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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엉얹기가 진행되는 모습 /내서널트러스트 제공

드디어 새 지붕을 올리는 일, 이엉얹기가 진행됐습니다. 먼저 헌 초가지붕을 내렸습니다. 요즘은 한옥이 없어 구하기도 힘들어진 짚을 사다가 엮는 일이 두 번째입니다. 마람을 엮는다고 말하지요. 마람을 지붕 위에 올리고 아랫부터 윗쪽으로 이엉을 얹습니다. 맨 꼭대기 부분엔 용마름을 덮습니다. 용마름은 이엉이 날아가지 않게 용모양으로 꼬아놓은 뚜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센 바람에도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새끼줄로 사방을 묶은 다음, 처마 밑으로 삐죽삐죽 나온 짚을 다듬고 나면 이엉얹기는 끝이 납니다.

회벽은 간단합니다. 소석회가루와 황토를 적절히 섞어 반죽을 만들어 바르면 됩니다. 벽에도 바르고, 부서진 아궁이 주변도 단단하게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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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단장된 도래마을 옛집/내서널트러스트 제공

새단장을 마친 도래마을 옛집은 다시 우리 곁의 문화유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넓은 마당은 아이이 뛰어놀고, 어르신들은 마루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 가십니다. 여름이면 모기를 쫓기 위해 말린 쑥 태우는 냄새가 가득하고, 겨울엔 아궁이에서 익어가는 고구마 굽는 냄새로 고향집의 향수가 물씬 느껴집니다. 강아지, 오리, 토끼, 길고양이까지 동네 동물들도 쉬었다 갑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도래마을 옛집을 그저 보존되는 문화재가 아니라 함께 숨쉴 수 있는 ‘집’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래마을 옛집에 다녀갔던 관람객 수는 약 1만 9000명에 달합니다. 잠시 앉았다 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전통놀이, 민화 부채 만들기, 짚 엮기, 천연 염색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또 도래마을 옛집에서 숙박 예약도 받으며 한옥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도래마을 옛집에서 숙박하기 http://www.nt-heritage.org)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딱딱한 느낌보다 우리 옆에 있는 것들을 지킨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열려있는 공간인 만큼 어떤 재단이 보존한다기보다 우리가 다 같이 가꿔나가는 거죠. 정자나무 아래 모이는 것처럼 한 번쯤 오셔서 자기 공간으로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송지영 학예사) 

보수를 마친 도래마을 옛집에 서 문화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내셔널트러스트 제공

한옥은 쉽게 망가질 수 있기에 꾸준히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합니다. 나무와 흙이라는 자연물로 지은 집이기에 기온과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장마철에는 나무로 만든 창문이 습기를 머금어 빡빡하게 열립니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나무가 수축해 창틀로 바람이 새어 들어옵니다. 마루가 내려앉거나 흙이 쓸려나가는 일도 다반사이지요. 병충해에도 취약합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오는 11월 도래마을 옛집에 새옷을 입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엔 10년에 한 번 진행되는 꽤 큰 공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본채의 기와를 열어 손을 봐야 합니다. 초가 수리와는 다르게 암키와 수키와를 하나하나 맞춰 올려야 하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합니다. 기와만 문제 아니라 열어보면 서까래서 썩어있는 부분, 흙이 쓸려 내려가서 부족한 부분 등 공사비용이 더 늘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옛집이 계속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자연 환경과 문화 유산을 시민들의 힘으로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활동을 하는 재단법인입니다. 故 혜곡 최순우 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고택을 2002년, 시민 성금으로 매입한 것이 내셔널트러스트의 제1호 활동이었습니다. 현재는 최순우 옛집과 도래마을 옛집을 비롯해 권진규 아틀리에, 동강제장마을, 내성천 범람원,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등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글/ 김지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사진‧자료/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http://happylog.naver.com/ntchfund.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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