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예술가들이 걱정 없이 ‘전시’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비용 없는 전시’ 기획‧실행하는 벤처 회사, ‘7Pictures’ 전희재 대표

“예술가의 60%가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생활을 합니다. 수백만원이 드는 전시는 ‘그림의 떡’이죠. 결국 작품 대신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다, 예술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카페, 문화공간의 빈 곳들을 활용해 ‘비용 없는 전시’를 기획‧실행하는 벤처 회사, ‘7Pictures(이하 세븐픽쳐스)’의 전희재 대표는 평범한 경영학도이던 대학시절, 1년 동안 좋아하던 아티스트들을 쫓아다니고 인터뷰하면서 예술가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고 한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알려지고, 이들도 본업으로 자활할 순 없을까’, 수년 간 고민 끝에 그는 지난해 세븐픽쳐스를 시작했다. 덕분에 서울 곳곳엔 예술가들이 부담 없이 재능을 펼칠 장(長)들이 생겨나고, 카페 등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들은 수준 높은 인테리어 효과를 얻고 있다. 이뿐 아니다. 시민들은 세븐픽쳐스의 이름 그대로 7일 내내 생활 속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 작은 ‘팬심’이 전 대표를 ‘사업가’이자 ‘문화전도사’로 변신시킨 것이다.

세븐픽쳐스_사진_창업_한남동 Cafe Tolix전시_20160920
지난 1월 세븐픽쳐스가 한남동 한 카페에서 기획 및 실행한 류수인, 최승윤 작가의 전시회/세븐픽쳐스 제공

하지만 처음엔 그야말로 ‘맨 땅의 헤딩’이었다. 인원은 이전 직장 동료와 지인 등을 포함해 넷 뿐. 모두가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시내 카페와 문화 공간 리스트를 뽑아 3개월을 매일같이 뛰어다니고 설득해야 했다. 예술가들을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작정 50여명의 예술가들에게 메일을 보내 전시 의향을 물었지만, ‘공짜 전시’를 쉽게 믿고 하겠다는 이는 한두 명에 그쳤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첫 전시에서 700만원어치 작품 구매가 이뤄진 것. 비결을 묻자 전 대표는 “‘공간을 하나의 갤러리로 만든다’는 콘셉트가 통한 덕분”이라고 했다. “단순히 남는 공간을 작가들에게 내드리는 게 아니에요. 기존 공간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작가를 매칭,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 거죠.” 아티스트들마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인터뷰해 매번 꼼꼼하게 작품 소개서를 만들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운 것도 한 몫 했다.

첫 성공을 발판으로 힘을 얻은 세븐픽쳐스는 비용 없는 전시를 시작한 지 4개월여 만에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지정돼 현재 50여 곳의 공간을 확보, 지금까지 100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올해 3월부터는 엔젤 투자 인큐베이션 네트워크 ‘프라이머’를 통해 투자 유치를 성공한 것은 물론, 유명 페스티벌 연계 전시나 예술 콘텐츠·아트 상품 제작, 아트 페어 참가 등 전시·예술 분야에 관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20여개를 진행해 모두 70~80%의 모금을 달성키도 했다.

세븐픽쳐스_사진_창업_최상진 작가 '또 하나의 감각' 展_20160920
지난 4월 ‘카페 꼰띠고’건대점에서 세븐픽쳐스가 기획, 실행한 최상진 작가의 ‘또 하나의 감각’展/세븐픽쳐스 제공

전 대표는 “예술 활동이 사회에서 굉장히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인 만큼, 예술가들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 없이 마음껏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대중들이 예술을 친숙하게 느끼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중요하다는 전 대표. 이 같은 생각에 세븐픽쳐스는 현재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체 매거진 ‘7Pictures’를 출간하고 있다. 그는 “예술 분야에 아직 알려지지 못한 좋은 작품들이 많다”며 “명화가 아니어도 대중들이 작품에 쉽게 다가가는 방식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화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