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 공익 분야 나침반은?

최주연디자이너_캐리커처_그래픽_박란희_편집장사진_2016
“왜 공익 분야는 매번 사람이 없다고 하지? 공익 분야에도 ‘파워 100인’같은 기획특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를 이끄는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 분석을 시작한 건 좀 단순한 이유였다. 공익 분야를 이끄는 인물지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공익 생태계를 키우는 나침반 역할을 해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들은 몇몇 장애물을 만났다. 우선 한국가이드스타로부터 100대 공익법인들의 이사회 자료를 받아보니, 국세청 공시자료에는 이사진 명단만 공개돼있었다. 100곳에 모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공익법인마다 정보공개의 수준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과 약력, 임기까지 모두 공개해놓고, 이사회 회의록까지 업데이트돼있으며, 이사회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된 공익법인은 가히 투명성에서 A+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 정도만 나와 있는 곳, 홈페이지엔 명단이 없었으나 ‘더나은미래’ 취재에 응해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 곳도 있었다. 반면, 일부 공익법인에서는 “이사진의 개인정보라 밝히기 어렵다” “이사진들이 모두 조용히 봉사를 원하신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공익법인의 이사진은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다. 적게는 수십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하는 공익법인의 역할에 따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익법인은 고유목적사업의 경우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몇 년 전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사진 명단을 보여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홈페이지에는 이사진 명단과 약력은 물론,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도 공익법인의 이사진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2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공익법인제도 개선방향’ 공청회에선 다양한 공익법인 제도개선에 대한 내용이 논의됐다. 공익법인에 기업 주식을 기부할 경우 5%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받는 제도(일명 5%룰)와 관련, 선의에 의한 주식기부를 차단한다는 부작용으로 인해 최상목 기재부1차관은 “내년에 세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지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발표 자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다. 하나는 공익법인의 세제 혜택이요, 또 하나는 ‘의무지출’ 부분이다. 윤 교수는 “미국 세법은 민간재단에 대해 ‘의무지출’이라는 제도를 둬, 매년 보유하고 있는 재산 일정 부분을 반드시 공익활동에 지출하도록 강제한다”며 “공익법인이 세제 혜택에 상응하는 만큼 공익을 위한 실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이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서 더 존경받고 박수 받을 수 있을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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