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비영리 조직에 ‘임팩트 측정’이 중요한 이유

제1회 율촌·온율 공익법제 컨퍼런스
임팩트 측정 통해 사업 효과성 검증·전략 방향 점검

“비영리에서 정의하는 임팩트는 측정 결과라는 수치적·문자적인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존재 이유이자 일의 본질입니다. 임팩트는 결국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과 미션을 통해서 얼마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그 변화의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목적과 비전, 변화상이 명확한 비영리의 특성상, 임팩트 측정이 가장 중요한 키(key)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법무법인 율촌과 사단법인 온율이 개최한 ‘제1회 율촌·온율 공익법제 컨퍼런스’에서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임수진 임팩트사업팀장이 말했다. SK사회적가치연구원과 온율이 공동주최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비영리 조직의 임팩트 측정 학습과 사례’, ‘일본과 미국 등 해외 공익법인 관련 법제’, ‘2023년 공익법인 관련 주요 판결’ 등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더나은미래는 비영리 조직의 임팩트 측정 관련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지난 2일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제1회 율촌 온율 공익법제 컨퍼런스’에서 박소희 SK사회적가치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단법인 온율

‘임팩트 측정’의 중요도는 커지지만, 비영리에서는 임팩트 측정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아대책 임수진 팀장은 비영리가 임팩트 측정을 어렵게 여기는 이유로 ▲임팩트 이해 부족 ▲분석 데이터 부족 ▲정성적 성과 정량화 어려움 ▲조직 내 이해도 상이 ▲다수의 이해관계자 ▲사업 진행 중 검토 한계 등을 꼽았다.

임 팀장은 “이러한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도 측정 과정에 참여해보니 비영리도 충분히 임팩트를 측정해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보호 대상 아동 및 위기 가정 지원 등 주요 사업의 임팩트 측정 사례를 소개했다. 기아대책은 사전 사후 행동 평가 척도 데이터, 심리정서 치료 전문가와 심층 인터뷰, 양육시설 선생님을 비롯한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임팩트를 측정한 결과,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업을 통해 조금씩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아대책 보호 대상 아동 지원 사업 ‘잇다’의 경우, 아동 행동 평가척도(Child Behavior Checklist, CBCL)를 기반으로 불안·위축 등의 문제행동을 규정하고 사전 사후 검사를 통해 임팩트를 측정했다. 그 결과, 심리정서지원을 받은 이후 문제행동 임상 범위 내에 있던 보호 대상 아동이 70.9%에서 45.2%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팩트 측정으로 사업 효과성을 검증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임팩트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사업 방향을 조정하기도 했다. 기아대책은 임팩트를 측정한 이후, 심리정서 지원의 골든타임을 네 단계로 구축해 사업을 재정렬했다고 전했다. 임 팀장은 “사업을 고도화하고 현장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데 임팩트 측정이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비영리 기관이 임팩트 측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명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필 월드비전 ESG사회공헌본부 국내임팩트프로젝트팀 책임매니저는 “월드비전의 ‘UndersWings 엘리트 축구단’ 지원 사업의 임팩트 측정 시작 당시 가장 큰 고민은 ‘엘리트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엘리트 선수’는 국가대표로 진출해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낸 선수만을 의미했다는 것. 그러나 성과 측정을 위해서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했다. 월드비전은 이해관계자별로 ‘엘리트 선수’에 대한 인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 뒤, ‘엘리트 선수’는 ‘기술적 역량·신체적 능력·사회성을 갖춘 선수’라는 정의를 도출했다.

임팩트 측정 과정에서 기관의 목적과 전략 방향도 점검할 수 있었다. 한 책임매니저는 “해당 사업의 목표는 아이들이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 아닌, 아동의 안전한 성장 및 꿈 실현”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이 인성을 갖추고 축구 실력을 쌓는 것이지만,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은 회복탄력성도 길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제1회 율촌 온율 공익법제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온율

연사들은 비영리 조직에 ‘임팩트 측정’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박소희 SK사회적가치연구원은 ‘비영리조직의 임팩트 측정 학습과 연습’을 주제로 발표하며 “최근 영리와 비영리 조직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넘어 비영리 조직의 사회적 성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하는 ‘임팩트 측정’이라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비영리 조직은 임팩트 측정 시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할까. 김기룡 한국사회가치평가 대표이사는 임팩트 측정의 핵심 이슈로 ▲기존 평가와의 구분 ▲전략적인 데이터 관리 전략 ▲명확한 임팩트 측정 동기 세 가지를 꼽았다. 임팩트 측정은 사업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만들어낸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임팩트 측정은 사실에 기반해서 설명하고 설득력 있게 소통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측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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