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공익을 모바일과 만나게 한 남자

[네이버 해피빈재단 최인혁 대표]

공익단체·이웃 이야기 전하는 주제판 ‘함께N’ 오픈 후 2개월만에 설정자 140만명 넘어
네이버 페이 통한 펀딩 결제 등 모바일 서비스에 콘텐츠 결합

국내 최초의 온라인 공익 플랫폼 ‘해피빈’의 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최인혁(45) 네이버 해피빈재단 대표다.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부터 NHN에 몸담아온 그는 현재 네이버 크레이티브 비즈니스 조직장과 해피빈 재단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최 대표의 등장 이후 지난 4월 말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다양한 공익단체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제판 ‘함께N’을 오픈했고, 2개월 만에 설정자 140만명을 넘겼다. 공익 콘텐츠와 크라우드 펀딩을 다양화하는 시도, 네이버 모바일의 다른 ‘장터(서비스)’ 곳곳에 공익 콘텐츠를 전략 배치하는 등 변화가 빠르고 과감하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한 적 없는 최 대표를 ‘함께N 설정자 140만 돌파’를 기념해 경기 성남 분당의 네이버 본사(그린팩토리)에서 만났다.

조선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_사진_네이버 해피빈 최인혁 대표_160628
2015년 1월, 해피빈재단의 새 수장이 된 최인혁 대표는 “해피빈이 나눔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트리거(방아쇠)를 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조선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지난달 유엔 NGO 콘퍼런스의 워크숍에서 발표를 했는데, 사실상 해피빈 대표로서 데뷔 무대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해피빈은 세계 시민교육의 실습실’이라고 했어요. 제가 IT 개발자 출신인데, 1년 동안 책을 통해 코딩을 공부할 때보다 프로그램 실습 한 달 동안 더 많이 배워요. ‘저는 실행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실행이 잘되면, 그걸로 이론도 정립할 수 있어요. 나눔교육도 중요하지만 해피빈 통해 직접 기부해보면 그 의미를 깨닫게 되죠.”
 
―네이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데, 왜 해피빈 대표를 맡았습니까. 직접 자원했다고 들었는데. 
“2005년 해피빈 플랫폼 개발할 때 저도 도왔어요. 당시 해피빈에 관심이 많아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권혁일 이사장님이 너무 열심히 하셔서 갈 자리가 없었어요(웃음).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어서, 2015년부터 해피빈을 본격적으로 맡게 됐죠. 해피빈에 가자마자 처음 한 일이 ‘모바일 퍼스트’예요. 사람들은 PC(온라인)보다 모바일을 더 많이 씁니다. 퇴근 후·주말에는 PC 트래픽은 많이 줄지만, 모바일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모바일 모금함’은 주제와 시간대만 맞으면 파워풀합니다. 해피빈을 모바일화하는 데 주력했고 ‘함께N’도 그 과정 중 하나입니다.”

―네이버 공익나눔 주제판인 ‘함께N’이 벌써 설정자 140만을 넘었습니다. ‘더나은미래’ 또한 화, 토요일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게재할 때면 블로그 방문자 수가 확 늘어납니다. 모바일과 공익의 결합, 성공할까요.

“‘함께N’ 주제판까지 만들 여력이 없었는데, 네이버 서비스를 총괄하는 한성숙 서비스 총괄 이사님이 ‘공익콘텐츠를 네이버 첫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밀어주셨어요. ‘이것도 타이밍인데, 밀어줄 때 해야지’ 싶어서 직원들을 막 푸시했습니다(웃음). 이렇게 빨리 100만을 넘길 줄을 몰랐어요. 공익 콘텐츠는 쇼핑과 다르잖아요. 쇼핑은 매일 들어가서 살 것 없는지 보니까 내버려둬도 트래픽이 발생하는데, 사람들이 기부하려고 매일 방문하진 않아요. ‘시골 가서 백화점 열면 뭘 하나, 강남 사거리에 상점 하나 여는 게 낫지’라고 생각했어요. 전 국민이 보는 네이버 뉴스판, 기부를 많이 하는 3040 여성이 많은 육아판 등에 공익 콘텐츠를 끼워넣는, 일명 레버리지 효과 덕을 좀 봤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공익 콘텐츠를 넣어놓고 선택할 기회를 주면, 필요한 사람은 찾아옵니다.”

―네이버 페이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 결제를 하게 되는 등, 네이버의 서비스와 해피빈의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시너지가 많이 나는 듯합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기부 방식이 너무 무거워서, 재미있고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등장시키는 ‘소셜 펀딩’ 방식을 앞세웠어요. 이번 ‘공감 펀딩’ 중 하나에 네이버 포스트 작가님이 있는데,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재능 기부로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줘요. 원래 자신이 하던 재능 기부를 해피빈 펀딩 플랫폼에 얹어서 780만원 넘게 받았어요. 그걸 보육원에 기부하는 거죠. 보육원에서 직접 ‘우리 아이들에게 기부해주세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재미있게 나눔에 참여할 계기를 마련해주죠. 기존과 다른 관점이잖아요. 좋은 선순환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죠.”

 
네이버 모바일 공익 주제판 '함께N'
네이버 모바일 공익 주제판 ‘함께N’

―카카오의 ‘같이가치’와 해피빈의 ‘함께N’ 등 모바일 펀딩 기회가 많아져, 공익단체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입니다. 두 서비스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해피빈을 이제 이해했는데 카카오를 어떻게 알겠습니까(웃음). 우리는 공익단체가 받는 기부금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단체들은 큰 틀에서 원소스 멀티유즈를 해서, 각각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아웃컴을 극대화하면 좋을 듯해요. 해피빈은 모금함을 열 수 있는 단체 수가 6000개가 넘어요. 단체들의 모금액을 늘리려면, 결국 개인과 기업의 시간과 돈, 관심을 ‘함께N’으로 흘러넘치게 해야 해요. 카카오도 함께 잘해서, 수혜처에 기부금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해피빈이 기업 모금을 강화하는 마케팅을 하면서, 수익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는데요.

“네이버는 해피빈 재단을 운영하는 자금, 후원단체들에 뿌리는 ‘기부콩’까지 모두 지원해줍니다. 해피빈은 돈을 남길 필요가 없는 재단이에요. 예전에는 기업 캠페인을 다 공짜로 해줬어요. 하지만 캠페인 만드는 데 저희 직원들의 리소스가 들어가잖아요. 기업 캠페인 때문에 그 직원 월급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기업 기부금을 받아서 해피빈은 기부콩을 더 뿌리고, 비영리단체들 결제 수수료 대주고, 정기 저금 하는 분들 이자 10%를 대주는 데 써요.”

―해피빈의 모든 콘텐츠를 아주 꼼꼼하게 모니터링한다는데, 서비스를 기획해본 입장에서 기부를 끌어오는 콘텐츠는 어떤 동력이 있나요. 성공한 기부 서비스가 있다면 뭔가요.

“쉽고 깔끔해야 합니다. 첫 10초 안에 사람들의 느낌을 잡지 못하면, 안 읽습니다.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이 오면, 그 느낌대로 통계 수치가 나옵니다. 저도 1000원, 1만원, 10만원 등 직접 기부해보면서 기부자들의 느낌을 체험해봅니다. 해피빈 정기 저금을 론칭하면서, ‘이거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기부해놓고 모금함이 없어지면 사라지거든요. ‘기부를 위해서 적금을 들자’는 콘셉트였는데, 그게 먹혔습니다. 우리가 이자까지 10% 줍니다. 돈을 모아놓으면 기부할 때 부담도 없고, 어디에 기부할지 관심도 갖게 되죠.”

 

―영리와 비영리, 둘 사이를 오가면서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혹시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반 회사와 다르지 않아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해서 일이 다 잘되는 건 아니잖아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직장스럽게 다니면 되는구나’ 싶어요. ‘아! 이거 네이버 서비스랑 똑같네’ 싶을 때도 있어요. 좋은 기능을 제공하고, 콘텐츠를 가진 분들이 잘 쓰게 해주고, 사용자들에게 마케팅하고 알려주는 것 등등요. 다만 해피빈은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빨리 해결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더라고요. 호흡이 좀 길어요. 만약 100% 해피빈만 들여다봤다면, 조급했을 것 같아요. 벤처도 사람들 반응보다 너무 빠르면 망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아요.”

―해피빈 대표를 하시면서 달라진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피빈에 기부하는 분들은 공익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원래 조금씩 있는 분들이에요. 그 마음에 해피빈이 트리거(trigger·방아쇠)를 걸어준 거죠. 1000개가 넘는 함께N 댓글을 다 읽어봐요. 세상에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네이버 뉴스 댓글과 많이 달라요. 해피빈이 그 마음을 준 건 아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게 도와준 거죠. 저도 해피빈 대표를 하면서, 그런 과정 중에 있어요.”

인터뷰=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정리=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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