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해피빈재단 최인혁 대표]
공익단체·이웃 이야기 전하는 주제판 ‘함께N’ 오픈 후 2개월만에 설정자 140만명 넘어
네이버 페이 통한 펀딩 결제 등 모바일 서비스에 콘텐츠 결합
―네이버 공익나눔 주제판인 ‘함께N’이 벌써 설정자 140만을 넘었습니다. ‘더나은미래’ 또한 화, 토요일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게재할 때면 블로그 방문자 수가 확 늘어납니다. 모바일과 공익의 결합, 성공할까요.
“‘함께N’ 주제판까지 만들 여력이 없었는데, 네이버 서비스를 총괄하는 한성숙 서비스 총괄 이사님이 ‘공익콘텐츠를 네이버 첫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밀어주셨어요. ‘이것도 타이밍인데, 밀어줄 때 해야지’ 싶어서 직원들을 막 푸시했습니다(웃음). 이렇게 빨리 100만을 넘길 줄을 몰랐어요. 공익 콘텐츠는 쇼핑과 다르잖아요. 쇼핑은 매일 들어가서 살 것 없는지 보니까 내버려둬도 트래픽이 발생하는데, 사람들이 기부하려고 매일 방문하진 않아요. ‘시골 가서 백화점 열면 뭘 하나, 강남 사거리에 상점 하나 여는 게 낫지’라고 생각했어요. 전 국민이 보는 네이버 뉴스판, 기부를 많이 하는 3040 여성이 많은 육아판 등에 공익 콘텐츠를 끼워넣는, 일명 레버리지 효과 덕을 좀 봤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공익 콘텐츠를 넣어놓고 선택할 기회를 주면, 필요한 사람은 찾아옵니다.”
―네이버 페이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 결제를 하게 되는 등, 네이버의 서비스와 해피빈의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시너지가 많이 나는 듯합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기부 방식이 너무 무거워서, 재미있고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등장시키는 ‘소셜 펀딩’ 방식을 앞세웠어요. 이번 ‘공감 펀딩’ 중 하나에 네이버 포스트 작가님이 있는데,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재능 기부로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줘요. 원래 자신이 하던 재능 기부를 해피빈 펀딩 플랫폼에 얹어서 780만원 넘게 받았어요. 그걸 보육원에 기부하는 거죠. 보육원에서 직접 ‘우리 아이들에게 기부해주세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재미있게 나눔에 참여할 계기를 마련해주죠. 기존과 다른 관점이잖아요. 좋은 선순환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죠.”
―카카오의 ‘같이가치’와 해피빈의 ‘함께N’ 등 모바일 펀딩 기회가 많아져, 공익단체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입니다. 두 서비스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해피빈을 이제 이해했는데 카카오를 어떻게 알겠습니까(웃음). 우리는 공익단체가 받는 기부금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단체들은 큰 틀에서 원소스 멀티유즈를 해서, 각각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아웃컴을 극대화하면 좋을 듯해요. 해피빈은 모금함을 열 수 있는 단체 수가 6000개가 넘어요. 단체들의 모금액을 늘리려면, 결국 개인과 기업의 시간과 돈, 관심을 ‘함께N’으로 흘러넘치게 해야 해요. 카카오도 함께 잘해서, 수혜처에 기부금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해피빈이 기업 모금을 강화하는 마케팅을 하면서, 수익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는데요.
“네이버는 해피빈 재단을 운영하는 자금, 후원단체들에 뿌리는 ‘기부콩’까지 모두 지원해줍니다. 해피빈은 돈을 남길 필요가 없는 재단이에요. 예전에는 기업 캠페인을 다 공짜로 해줬어요. 하지만 캠페인 만드는 데 저희 직원들의 리소스가 들어가잖아요. 기업 캠페인 때문에 그 직원 월급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기업 기부금을 받아서 해피빈은 기부콩을 더 뿌리고, 비영리단체들 결제 수수료 대주고, 정기 저금 하는 분들 이자 10%를 대주는 데 써요.”
―해피빈의 모든 콘텐츠를 아주 꼼꼼하게 모니터링한다는데, 서비스를 기획해본 입장에서 기부를 끌어오는 콘텐츠는 어떤 동력이 있나요. 성공한 기부 서비스가 있다면 뭔가요.
“쉽고 깔끔해야 합니다. 첫 10초 안에 사람들의 느낌을 잡지 못하면, 안 읽습니다.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이 오면, 그 느낌대로 통계 수치가 나옵니다. 저도 1000원, 1만원, 10만원 등 직접 기부해보면서 기부자들의 느낌을 체험해봅니다. 해피빈 정기 저금을 론칭하면서, ‘이거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기부해놓고 모금함이 없어지면 사라지거든요. ‘기부를 위해서 적금을 들자’는 콘셉트였는데, 그게 먹혔습니다. 우리가 이자까지 10% 줍니다. 돈을 모아놓으면 기부할 때 부담도 없고, 어디에 기부할지 관심도 갖게 되죠.”
―영리와 비영리, 둘 사이를 오가면서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혹시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반 회사와 다르지 않아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해서 일이 다 잘되는 건 아니잖아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직장스럽게 다니면 되는구나’ 싶어요. ‘아! 이거 네이버 서비스랑 똑같네’ 싶을 때도 있어요. 좋은 기능을 제공하고, 콘텐츠를 가진 분들이 잘 쓰게 해주고, 사용자들에게 마케팅하고 알려주는 것 등등요. 다만 해피빈은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빨리 해결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더라고요. 호흡이 좀 길어요. 만약 100% 해피빈만 들여다봤다면, 조급했을 것 같아요. 벤처도 사람들 반응보다 너무 빠르면 망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아요.”
―해피빈 대표를 하시면서 달라진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피빈에 기부하는 분들은 공익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원래 조금씩 있는 분들이에요. 그 마음에 해피빈이 트리거(trigger·방아쇠)를 걸어준 거죠. 1000개가 넘는 함께N 댓글을 다 읽어봐요. 세상에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네이버 뉴스 댓글과 많이 달라요. 해피빈이 그 마음을 준 건 아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게 도와준 거죠. 저도 해피빈 대표를 하면서, 그런 과정 중에 있어요.”
인터뷰=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정리=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