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수익금 30% 기부… 남 도우니 기업도 성공

소망화장품 강석창 대표

소망화장품이 이윤의 30%를 기부하는 사회공헌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소망화장품 본사에 있는 강석창(51) 대표의 방은 한쪽 벽면이 화장품 진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망화장품은 ‘꽃을든남자’, 한방화장품 ‘다나한’ 등을 선보인 국산 화장품 브랜드다.

소망화장품 강석창 대표는“좋은 일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업했기 때문에 직원들도 수익의 30% 기부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망화장품 강석창 대표는“좋은 일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업했기 때문에 직원들도 수익의 30% 기부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망화장품은 2010년부터 매해 이윤의 30%를 국제구호개발 NGO 기아대책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 왜 이윤의 30%나 기부하게 됐냐고 묻자, 강 대표는 “소망화장품을 설립할 때부터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려면 항상 이익을 내는 초우량 회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부가 오히려 기업활동을 열심히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라며 웃음 띤 얼굴로 답했다.

이 회사가 처음 기부를 시작한 것은 1995년. 당시에는 매출액의 1%를 기부했었다. 매년 꾸준히 이어지던 기부는 사업 확장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잠깐 그 흐름이 끊길 뻔했다. 2004년 저가 화장품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소망화장품은 ‘뷰티크레딧’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이 나빠지면서 5년 정도 기부를 쉬었던 것이다. ‘다나한’이 성공을 거둔 2009년, 강 대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5년치 기부를 한 번에 몰아서 했다. 23억7000만원이었다. 밀린 기부를 한 번에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약속한 것을 지켰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소망화장품이 기부한 기부금은 국내외와 북한에서 빈곤 퇴치사업을 하는 데 쓰였다. 기아대책의 김성식 ‘생명지기’ 사무총장은 “내년부터는 소망화장품 기부금을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수술해주는 ‘생명지기’ 사업에 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때 먼지가 뽀얗게 앉은 오래된 과자를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했다. 가벼운 식중독은 ‘만성담마진’이라는 병으로 번졌고, 추운 날이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오랫동안 약을 먹어 체질도 약해졌다. 나쁜 경험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얻은 것도 있다. 건강 때문에 군대에서 조기 전역했고, 그 덕분에 첫 직장인 화장품 회사가 성장을 시작하던 적기에 일에 뛰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확장을 거듭하던 1992년, 강 대표는 ‘소망화장품’으로 독립했다.

또 다른 전환도 위기상황에서 비롯됐다. 창업 초기 소망화장품은 파마약 등 미용재료를 다뤘는데 이를 고급화하는 전략으로 승승장구했지만, 1997년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것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 부가가치세에 특별소비세를 더 내야 하는 미용재료 상품은 당시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소망화장품은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추징당했고, 같이 조사를 받은 두 회사는 문을 닫았다. 강 대표는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세금을 100% 신고하고, 정직하게 회사를 운용해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했다”라고 말했다. 세금을 모두 신고하려면 제품가격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소망화장품은 미용실뿐만 아니라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초화장품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꽃을 든 남자’라는 인기 브랜드가 생겨났다. 강 대표는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듯 돈도 우리가 잠시 맡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 큰 금액도 기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소망화장품의 매출액은 자회사 로제화장품까지 포함해 총 1400억원에 달한다. 강 대표는 소망화장품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기부’라고 믿는다.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 사업도 잘된다는 것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잘 되는 것도 기부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이익은 결국 소비자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 일부를 사회에,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외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았다. 기아대책과 인연이 닿은 것도 23년 전 우연히 읽은 신문 기사 때문이었다. 당시로는 생소했던 아프리카 어린이 지원사업에 대한 내용을 읽고 기아대책에 개인적으로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돕는 것은 선이 아니라 이기적인 것입니다. 나보다는 가족, 가족보다는 친척, 친척보다는 나와 더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더 선에 가깝지요. 그래서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다가 말라리아로 죽은 슈바이처 박사 같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받는 것 아니겠어요?”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강 대표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확신이 묻어났다.

씀씀이는 알뜰하면서 나눔에는 관대한 강 대표에게 가족들의 불만은 없었을까.

“좋은 차, 비싼 옷을 사지 않고 기부를 하는 데 대한 불만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알뜰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장 돈이 있어도 잘 쓰지 못할 겁니다.” 멋쩍은 듯 웃었다. 그는 “풍요롭게 있으면 자기가 누리고 있는 걸 잘 모르고 겸손해지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강 대표가 ‘소망’을 회사 이름으로 택한 것은 소망이라는 단어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기업활동을 열심히 해서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고,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내서 나누는 것이 우리 회사와 개인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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