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⑧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 선율에 내 마음이 더 뿌듯해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8)
홍현악기 홍의현 대표·담양애꽃 박영아 대표

지난 2일 저녁, 전남 목포 용호초등학교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합주 연습 현장. 아이들은 자기 키보다 더 큰 악기를 등에 메고도 환하게 웃으며 강당에 들어섰다. 지휘석을 중심으로 160여명의 아이가 부채꼴 모양으로 앉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앞을 응시하던 아이들은 지휘자가 힘차게 손을 뻗어 지휘를 시작하자, 빠른 템포의 곡인 아바(ABBA)의 ‘맘마미아(Mamma Mia)’를 과감하게 연주했다. 바이올린부터 첼로, 바순, 드럼까지 15개의 악기는 하나의 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단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가 5년 전부터 지역의 다문화, 한 부모 가정이나 지역 아동시설에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사업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연주도 하고 배려와 협동을 배우며 자신감도 얻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자신감 없던 아이들도 악기만 들면 어깨가 당당히 펴지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악기는 훈장과도 같죠. 그래서 무거울 법도 한데 악기를 꼭 들고 다녀요(웃음).” 자원봉사자인 홍의현(44·왼쪽 사진) 홍현악기 대표가 쉬는 시간, 바이올린을 조율하며 말했다.

아이들의 모든 현악기는 홍 대표의 작품들. 29년 경력의 현악기 제작 장인(匠人)이자 전라도에 하나뿐인 현악기 공장을 운영하는 그는 5년째 오케스트라단에 악기를 만들어 기증하고 있다. 1998년 악기점을 개업하면서부터 17년간 지역 아동시설에 악기를 기부하며 느낀 보람이 커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창립에도 합류했다. 낮에는 짬을 내 아이들에게 선물할 악기를 만들고 오케스트라 연습 날이면 늦은 밤 학교를 찾아 아이들의 악기를 손수 관리해준다. 홍 대표는 절대 고되지 않다고 한다. “차갑고 싸늘하던 눈빛의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면서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변하는 걸 보면 내 재주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학생 한 명당 월 10만원가량 드는 오케스트라단 운영에 매달 100만원씩 후원금을 보내오는 박영아(40·오른쪽 사진) 담양애꽃 대표도 아이들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고 있다. 박 대표는 2011년부터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의 매출액 절반(약 250여만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해피데이’도 거른 적이 없다. 매출이 적을 땐 아이들 후원이 줄까봐 사비로 보태고, 장사가 잘된 달은 후원금을 늘리면서 4년간 총기부액은 1억원이 넘는다. 한때는 돈 버는 생각밖에 없던 적도 있었지만 큰 사고로 죽을 고비를 겪고 나선, ‘무엇 때문에 살았나’ 허무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이제 기부는 ‘삶의 의미’ 가 되고 있다.

“매년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갈 때마다 아이들이 성장한 것이 보여요. ‘잘 자라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구나’ 생각하면 보람 있죠. 특히 연주회를 가면 ‘심벌즈 맨’부터 찾습니다(웃음).”

그는 찬민(가명·14)이의 열혈 팬이다. 오케스트라 맨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밝게 웃으며 연주하는 찬민이에게 유독 애착이 간다고 한다. 한때 찬민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분노를 참지 못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오케스트라를 하며 몰라보게 달라졌다. 악기 특성상 분량이 적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데다, 연주 타이밍이 특히 중요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심벌즈 역할을 하면서다. 꿈을 찾지 못했던 찬민이는 이제 지휘자나 마술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무대에 올라가면 하나도 떨리지 않아요.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봐주고 잘했다고 박수 쳐줄 때 제일 행복해요.”

하지만 후원자들의 노력과 아이들의 변화에도, 내년 2월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단은 해체될 위기에 있다. 연습실 없이 더부살이를 해온 것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오케스트라단은 지금까지 농공단지, 폐교 등 냉난방 시설은커녕 화장실도 없는 곳들을 떠돌다 2년 전부터 지금의 학교 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가 주거지역 한가운데 있어 연습 때마다 주민들 민원이 거세 더 이상 이용이 불가능하게 된 것. 지자체에 유휴 공간들을 요청도 해봤지만 모두 ‘불가’ 혹은 ‘무기한 연기’ 통보만 받았다. 김은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마케터는 “아이들이 장소를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돼 후원자들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써오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의현 대표는 “아이들에게는 집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마음 편한 곳에서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며,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올바르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장소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념일 혹은 특별한 날 기부하는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참여 문의(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표번호 1588-1940)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후원 문의(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061-274-0041~2)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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