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성장 위해서는 선명한 미션·핵심기술 있어야

더나은미래 논단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비영리 조직 관련 콘퍼런스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거의 매번 나오는 질문이 있다. ‘작은 비영리 조직들이 처한 영세함’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책 ‘Good to Great and the Social Sectors'(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관심이 많은데, 앞의 질문은 위대한 조직을 향해 가기 전 먼저 좋은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에 해당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과 관련해, 먼저 ‘조직의 죽음’과 관련해서 조직 이론에서 정리하는 명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조직 이론에서는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조건을 갖는 경우 조직이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신생 조직이고, 둘째는 작은 조직인 경우다. 신생 조직은 안정화 시기까지 겪어 내야만 하는 것이 너무도 많은데 조직 역량이 미비하기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 역시 자원과 시스템의 미약함으로 조직의 기본 역량이 낮아 생존의 길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리와 비영리 구분 없이 같이 생기는 것으로, 자연 현상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사회적 유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조직의 생존 가능성, 특히 신생의 작은 조직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중요하다.

비영리 조직에 대한 그간의 연구와 경험, 전문 서적들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두 가지 과제가 떠오른다. 첫째는 비영리 조직이 다른 비영리 조직들과 차별되는 선명한 미션을 갖는 것이다. 둘째는 그런 미션에 다가서게 이끄는 조직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비영리 조직의 기본적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먼저 차별적이고 선명한 미션을 지닐 때, 비영리 조직은 왜 그 조직이 존재해야만 하는지 설명할 수 있고 동시에 납득될 수 있는 이유에 근거해서 사회의 인정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도 이제 수없이 많은 비영리 조직이 존재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신념과 가치 등에서 큰 차이가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대동소이한 미션을 지닐 때 왜 그 조직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지를 납득시킬 수는 없다.

다음으로 비영리 조직은 미션을 위한 실질적인 도구를 보유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가 기대하는 성과에 근접할 수 있게 된다. 아름다운 신념과 열정만이 아니라 이와 더불어 미션의 실현을 가져오는 핵심 기술을 지닐 수 있을 때 사회적 유익함을 위한 생존의 길에 좀 더 안정적으로 들어설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균형적으로 갖춰질 수 있을 때, 좋은 조직의 기본 조건인 ‘성과’가 쌓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짐 콜린스가 위대한 비영리 조직 조건의 하나로 강조하는 ‘탁월한 성과 내기’와 ‘그러한 성과의 지속됨’이란 아름다운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적 견해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대다수 비영리 조직은 짐 콜린스가 강조하는 위대함의 지점 이전 단계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위대한 조직 이전에 좀 더 필수적인 과제는 바로 새로운 조직, 그리고 작은 조직이 갖는 한계를 넘어 좋은 조직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비영리 조직이 먼저 각자의 미션이 진정 차별적 선명함을 지니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동시에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았으면 한다. 더 나아가서는 핵심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역량까지도 체화해 보았으면 한다.

그런 필수적 과제에 대한 진정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 비영리 조직들이 생존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는 위대함을 추구하기 이전에 좋은 조직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점검하고 개선해 내야만 하는 절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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