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오승훈의 공익마케팅-⑨] 교주가 아닌 리더를 위한 리더십

뜬금없이 친구가 물었다. “내일 부산 갈까?” 당신은 뭐라고 할까? ‘뭐 타고 갈 거야?’일까, ‘부산은 왜 가는데’일까? 가는 방법을 되묻는다면, 당신은 그 친구에 대한 절대 믿음이 있다. 흔히들 맹목적인 믿음이라고 한다. 보통은 ‘왜’를 묻는다. 이 ‘왜’가 목적이고, 조직의 경영에서 미션이다.

구성원들이 리더에 대해 어느 정도의 믿음을 가졌는지에 대해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리더가 하는 일에 ‘그거 왜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없다면, 그 리더는 교주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리더가 모든 일을 결정하고 주관할 수 있으며, 성공했을 때의 권리와 실패했을 때의 책임을 모두 갖게 된다. 그야말로 ‘완벽한’ 리더십이다.

완벽한 리더십을 가질 수 없다면, 미션에 의한 리더십을 고려해 보라. 어떤 일을 하든 ‘우리에게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성원들과 충분한 토론을 해라. 구성원과 리더가 미션과 목적에 공감대를 이룬 후에 시작하라. 일하는 방법은 그 후에 필요하다. 목표와 방법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일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부산으로 가보자. 왜 부산으로 가야 하는지 모른 체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에 가서 뭘 해야 할까? 부산에 도착했다고 뿌듯할까? 심지어 부산에 간 것은 잘한 일일까?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부산에 가는 이유가 신선한 회를 먹고 싶어서였다고 하자. 부산이 아니라 강릉이나 제부도를 가도 되지 않았을까? 부산에서든 제부도에서든 신선한 회를 먹었다면, 우리는 그곳에 다녀온 것을 잘했다며 뿌듯해 할 수 있다.

오승훈_공익마케팅_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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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가려는 방향은 미션에 기인한다. 왜 출발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어떤 배가 갈 곳을 모른 체 출항하겠는가. 구성원들이 리더를 따르는 것은 리더라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그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니 함께 가는 거다. 리더가 제안하는 방향이 늘 옳았다면, 그때 리더라는 사람을 신뢰한다. 구성원에게 아직 이런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 구성원을 탓하지 말고 자신을 탓하라. 자신의 방향이 항상 옳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고, 구성원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이다. 당신이 리더라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지금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라. 조직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이유 즉, 미션에 부합한다면 그 일은 올바른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조직에 올바른 일이 아니다. 구성원은 결정된 올바른 일을 올바르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수행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미션과 사회적 미션.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미션에는 고객과 고객의 문제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서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면, 매출이나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미션에는 ‘사회와 사회의 문제가 담겨 있어야 한다.’ 우리 조직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사회적가치를 제공하면, 우리의 지속가능성은 저절로 따라오는 법이다.

미션은 브랜드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그 브랜드가 무엇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주변 사람들 혹은 고객에게 물어보자. ‘우리 회사는 뭘 하는 곳일까요?’ 하는 일의 범위가 넓을수록, 다시 말해 하지 않는 것이 없을수록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은 모호해진다.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한 이유는 그만큼 미션이 광범위하거나, 미션에 벗어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나열해보자. 그 옆에는 그 일을 왜 하는지 적는다. 리더를 포함한 구성원 모두 각자의 생각을 비교해보자. 올바른 일이 아니라면 과감히 제거하고, 올바른 일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사업은 장애물 달리기와 같다. 출발선에서는 목적지를 바라본다. 달리기가 시작되고 장애물을 만나면 눈앞의 장애물에 집중한다. 하나를 뛰어넘으면 또 다른 장애물이 다가온다. 그렇게 몇 개를 넘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목적지는 사라졌다.

리더는 수시로 고개를 들어 목적지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미션에서 벗어나지 않았는가? 사회에 필요한 가치보다, 수익이나 지속가능성을 먼저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지향했던 사회적 가치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올바른 일을 하는 리더인가?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마케팅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이 있다. 경쟁사에서 구매하던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우리 브랜드에서 구매하게 하고, 한 가지만 구매하는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두 개, 세 개 구매하도록 변화시킨다. 똑같은 원리로 손을 씻지 않는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감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도 있다. ‘오승훈의 공익마케팅’은 마케팅이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으로 우리는 어떻게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마케터.
세 글자로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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