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해외 비영리 트렌드] 비영리도 합병이 되나요?

비영리도 ‘성공적인’ 합병이 가능할까.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비영리단체 합병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성공 전략으로서의 합병(Mergers as a Strategy for Succes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진행됐던 비영리 합병 사례 25건을 심층 분석했다. 합병에 실패한 사례들도 연구했다. 어떤 조건에서 합병이 성공적이었고, 결과는 어땠는지 들여다본 것.

포크 브라더스 재단(Polk Brothers Foundation)에서 후원하고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 연구진의 주도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서는 합병 사례 관계자 100여명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합병을 결정한 이유 및 기관 선정 과정 ▲합병 절차 ▲합병 과정에서의 어려움 ▲합병 이후의 변화(내부 조직 및 단체 임팩트) 등을 들여다봤다.

◇단체를 합치다, 더 큰 임팩트 위해

“단체의 임팩트를 키우기 위해서, 미션을 잘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비영리단체가 ‘합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5곳의 성공사례 및 실패 합병 사례를 들여다 본 보고서의 결론이다. 연구에 따르면 심층 인터뷰에 응한 이들 중 88%이상이 “합병이 긍정적이었다”고 응답했으며 “미션과 임팩트를 더욱 크게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연구를 주도한 도날드 헤이더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 교수(비영리 경영센터 센터장)는 “합병을 후회하거나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이 합병 이후 임팩트나 미션을 보다 잘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 많은 단체가 임팩트를 키우기 위해 ‘합병’이라는 도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성공적인 합병의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10년간의 합병을 들여다 본 연구진은 “성공적인 합병 사례는 80% 이상이 합병 논의 전부터 대화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맺고 있었고, 합병을 진행하는 데 있어 신뢰는 가장 큰 자산이 됐다”며 “각 기관이 스스로의 목표와 미션을 명확하게 하고 미션에 기반해 합병을 접근했을 때 성공하는 확률이 높았다”고 결론지었다. 그 밖에도 ▲CEO의 역할 ▲임직원들의 참여 ▲각기 다른 조직문화의 이해 및 조정 ▲합병의 목표 및 미션을 명확히 하는 것 등이 합병의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비영리 호스피스 단체 세 곳이 하나로 합친 이유는?

저니케어(JourneyCare) 홈페이지 캡쳐사진. 2015년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던 세 단체가 합쳐 새롭게 태어났다고 소개되어 있다. (https://journeycare.org/)
저니케어(JourneyCare) 홈페이지 캡쳐사진. 2015년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던 세 단체가 합쳐 새롭게 태어났다고 소개되어 있다. (https://journeycare.org/)

2015년, 시카고 지역 내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세 곳이 한 단체로 거듭났다. 연간 운영규모 1300만불(약 150억원)의 ‘호라이즌 호스피스’와 3500만불(약 404억) 상당의 ‘미드웨스트 케어센터’가 지역 내 가장 규모가 큰 ‘저니케어(JouneyCare)’와 합병한 것. 합병을 통해 ‘저니케어’는 연간 운영규모 8100만불(약 936억) 상당, 미국 전체에서 6번째로 큰 비영리 호스피스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세 곳 모두 지역에서 운영한 지 30년이 넘은 곳들. 1978년에서 1982년 사이에 설립된 세 곳은 이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며 ‘임팩트’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2006년부터는 ‘공동 구매 협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설비나 자원을 함께 구매해 가격을 낮췄으며 정기적으로 모여 ‘좋은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역 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협력을 이어가던 세 단체가 합병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연구에 따르면 “호스피스 산업 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영리 사업자와의 경쟁 심화”로 인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헤지펀드·사모펀드에서 호스피스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면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영리 호스피스 기관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2010년 건강보험개혁법 역시 ‘합병’ 논의를 일으킨 계기가 됐다.

남남이던 이들이 한지붕 가족이 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2012년, 각 기관 대표들이 모인 것이 합병 논의의 시작이 됐다. 세 기관 관계자 12명이 참여한 ‘합병 위원회’가 꾸려졌다. 합병으로 인한 리스크는 무엇인지, 각 기관의 재정구조 상태는 어떠한지, 합병 조건이 어떠해야 할지 등이 논의됐다. 전문 컨설턴트가 고용됐고, 단계적 통합 계획이 마련됐다. 세 단체가 하나로 합병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법적 구조상 저니케어 산하로 합병되는 대신, 저니케어를 이끌 이사장은 다른 두 단체 이사진 중 선발됐다. 새로운 ‘저니케어’의 미션은 “하나의 팀, 하나의 미션, 지역 내 최고의 케어”. ‘저니케어’라는 이름 역시 300여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이사진 및 관계자들은 “아직 합병 이후 남아있는 과제를 해결해가는 중”이라면서도 “꾸준히 진료 받는 환자 수, 임직원 근속연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 비즈니스 매트릭스 등 합병 성공 여부 및 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잡고 추적해간다”고 응답했다. 현재 홈케어 서비스, 호스피스 센터 5곳, 6개 사무소 등을 통해 일리노이 근방 3000여명의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연구에서는 합병을 통해 임팩트를 키운 여러 비영리단체 사례 및 합병 전후 상세한 과정 및 변화가 소개됐다.

  • 바운드리스 리더스와 워킹인스쿨 합병사례
    학교 기반으로 문해 교육을 실시하는 바운드리스 리더스(Boundless Readers)라는 비영리단체는 워킹인스쿨(Working in Schools·WITS)라는 곳과 합병했다. 1988년 설립된 바운드리스 리더스는 연간 운영비가 50만불(약 5억7000만원) 상당인 작은 비영리기관으로, 학교 교사 등과 협력해 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연 140만불(약 16억원) 규모이면서 자원봉사 기반으로 시카고 공립 학교 내 멘토링을 제공하는 워킹인스쿨과 합병해, 그간의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게 됐다.
  • 엘리노어재단과 시카고여성재단 합병사례
    2012년, 500만불(약 57억 7000만원) 상당의 엘리노어재단은 600만불(약 69억원)규모의 시카고 여성재단(Chicago Foundation for Women)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생계를 꾸려가는 여성 가장이 중산층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함께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엘리노어재단은 “시카고 여성재단이 여성가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조건하에 시카고 여성재단으로 자산을 이전했다. 시카고 여성재단은 합병 이후 자산규모가 약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시카고 지역에서 기부자, 파트너기관, 프로젝트 등을 늘려가고 있다.

 

연구_보고서 

성공 전략으로서의 합병(Mergers as a Strategy for Success)|Donald Haider·Katherine Cooper·Reyhaneh Maktoufi|시카고 비영리 합병 연구 프로젝트(Metropolitan Chicago Nonprofit Merger Research Project)|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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