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모금 실적이 0원인 프로젝트도 있다.”

황인범 와디즈 홍보매니저의 말이다. 반면 ‘누워서 읽는 법학 출판 프로젝트’(누적 모금액 1위, 4877만원)처럼 대박이 나기도 한다. 모금 성공률이 70%에 이르지만 엄연히 성패가 갈린다는 것.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크라우드 펀딩의 5가지 성공 포인트를 정리했다.

1. 기부 아닌 투자… 리워드(Reward·보상)가 매력적이어야

지난 1월 말부터 40일간 진행됐던 ‘동구밭의 옥상텃밭 만들기’ 프로젝트.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도시 텃밭을 만드는 이 모금에 참여하면, 텃밭에서 수확하는 채소 세트와 부모·아동이 함께 도시 텃밭에 참여해 볼 수 있는 체험 상품이 제공됐다. 장애·비장애의 ‘어울림’이라는 미션이 잘 담겨 있는 데다, 학부모의 교육 니즈까지 만족시킨 덕분에 개설 열흘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지난 2013년 6월부터 두 달간 진행됐던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와 함께하는 힐링 콘서트’ 프로젝트. 이 펀딩의 모금 보상품은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이희아씨가 공연 도중 대신 읽어주는 이벤트 참여권이었다. 이 프로젝트 역시 이른 시간에 목표 금액에 도달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공연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 대부분 티켓을 파는데, 이는 온라인 티켓 판매처와 다를 게 없다”며 “프로젝트 취지와 맞고, 특별함을 더하는 리워드가 모금 성과를 좌우한다”고 조언했다.

2. 스토리의 힘… 공감과 신뢰를 만든다

“10년 가까이 서너 시간만 자며 악착스럽게 세워왔던 회사가 한순간 송두리째 재로 변했습니다. 회사 바로 옆 한강 둔치에서 며칠을 보냈죠. 이때 진정한 소주 맛을 알았습니다. 병나발의 맛을….”

지난해 7월 진행됐던 ‘양심 있는 식품이 일상이 되는 식문화, 정준호참기름’ 프로젝트. 500만원 목표를 훌쩍 넘겨 한 달 새 730만원을 모금한 힘은 단연 스토리다. 참기름 공장을 몽땅 태워 먹고 7억원의 빚을 진 채 알코올중독자로 살아온 이야기. ‘모든 것을 바쳤다’는 참기름의 탄생 비결 등 재기를 꿈꾸는 그의 다양한 스토리에 사람들은 반응했다. 이 회사의 참기름은 지난해 7월 유명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희귀질환자 이찬규, 인생의 제2막을 열다’ 프로젝트 역시 스토리의 힘으로 목표 금액을 모은 사례다. 평범한 회사원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섬유근통증후군에 걸리며 겪었던 절망. ‘희귀질환을 딛고 공부방 선생님이 되겠다’는 휴먼스토리에 대중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3. 소통 즐기는 기업가… 대중 참여도 높인다

소형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A사와 고양이 모양의 파리채를 만드는 ㈜야옹친구. 소형 제품 제조기업에다 생긴지 얼마 안 된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회사가 나란히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는데, A사는 처참한 실패를, 야옹친구는 모금액 126% 달성이라는 성과를 냈다. 두 곳의 차이는 대중과의 소통. ‘대중의 의문점을 그때그때 해소하고, 진행되고 있는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조언에도 A사는 문을 걸어 잠갔다. 반면 야옹친구는 고객들로부터 제기되는 의문점을 즉시 사진으로 구현해 업데이트했고, 온라인과 SNS를 통해서도 재밌는 방식으로 제품의 기능을 알렸다.

4. 펀딩은 금융… 투명성을 강화하라

올해 초부터 3개월간 진행된 ‘소녀를 기억하는 방법, 위안부 소녀상 세우기 캠페인’ 프로젝트 페이지에는 사진으로 찍은 일자별 통장 내역, 후원금 사용에 대한 세부적인 내역, 향후 계획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소녀상을 어떤 모양으로 제작할지에 대해서도 실제 모델을 동원해 다양한 각도로 공개해 놓았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과 주고받은 댓글이 500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정보가 오갔다. 와디즈의 누적 모금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누워서 읽는 법학 출판 프로젝트’ 펀딩 페이지에서는 책 내용 전체가 담긴 PDF를 확인할 수 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투명성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생태계가 불안해져서 시장의 성장을 막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5. 밀고 당기고… 단계별 호흡이 필요

통상 한 달 이상 지속되는 펀딩에는 단계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나-친구-친구의 친구-대중’으로 확산되는 경로가 기본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희망해줌 프로젝트'(소외된 이웃을 위한 태양광 설치 프로젝트)는 총 863만원을 모금했는데, 이 중 절반은 팀원 5명의 친구와 가족, 학교에서 모아줬다. 이후 에너지 관련 언론사에 소개되며,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대중이 움직였으며, ‘해비타트’ 같은 외부 NGO도 참여했다. 꾸준함도 필요하다. 펀딩 기간 동안 집중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TV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 청년 벤처팀이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펀딩을 진행했다. 목표 금액을 1000만원으로 잡았지만, 열흘 동안 모인 돈은 50만원에 그쳤다. 펀딩 실적이 저조하자, 이 팀은 사실상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 황 매니저는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 확산의 계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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