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수)

美·中·日… 한류 열풍 타고 팬 기부 문화도 확산

페이팔로 모금하고 기부절차 실시간 공유
윤호 해외 팬 카페, 쌓인 금액 870만원 달해
나라마다 한국어 능통한 팬으로 기부 주도

지난 1월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모금팀으로 국제전화가 수차례 걸려왔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본명 정윤호·29)의 2월 6일 생일을 맞아 팬들이 모은 돈을 기부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였다. 일본·미국·중국 등 연락을 취해온 나라도 다양했다. 전 세계 유노윤호 팬카페로부터 기부 전화를 받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남부지역본부 최유진 모금 담당자는 “사전에 기부할 단체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구체적인 기부 절차나 방법을 묻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면서 “지난 2월 6일 일본·미국·중국·한국 등 4개국 유노윤호 팬카페로부터 기부받은 금액만 87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JYJ의 멤버 박유천의 일본 팬들은 스타 애장품을 모아 자선경매를 열고, 수익금 666만7240원을 한국 저소득 가정에 기부했다. /월드비전 제공
JYJ의 멤버 박유천의 일본 팬들은 스타 애장품을 모아 자선경매를 열고, 수익금 666만7240원을 한국 저소득 가정에 기부했다. /월드비전 제공

한류(韓流) 열풍이 해외 팬들의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동방신기·빅뱅·2PM 등 한류스타의 전 세계 팬클럽들이 국내외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류스타의 팬이 수만명에 달하다 보니 기부 규모도 남다르다. 지난해 말 2PM 준호(본명 이준호·25)의 태국·일본·한국 팬들은 2800만원을 모아 에티오피아 식수 펌프를 후원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2PM 준호가 에티오피아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귀가 계기가 됐다. ‘후원 아동이 사는 지역의 식수 펌프를 지원하고 싶다’는 글을 본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한 것. 기부 캠페인을 해외 팬클럽이 직접 기획, 진행하기도 한다. 2013년 JYJ의 멤버 박유천의 일본 팬들은 스타의 사진, 일러스트 등 애장품을 모아 일본에서 자선 경매를 열었고, 이날 모인 666만7240원으로 월드비전을 통해 한국 저소득 가정에 도시락 2222개를 기부했다. 김샤론 월드비전 미디어기업팀 과장은 “스타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했다가 나눔에 관심이 생겨 아동 정기 후원을 신청하는 팬들도 많다”고 전했다.

전자결제시스템 ‘페이팔(paypal)’이 전 세계 해외 팬들의 모금 창구가 된다. 각국의 팬들은 팬카페에 후원 계좌를 공지하고, 총무는 기부금이 이체될 때마다 페이팔에 기록된 모든 과정을 캡처해 실시간 공유한다. 환율이 바뀌기 전후 금액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의 팬카페 ‘정윤호팬즈(fans)’ 운영진인 김지은(가명·20)씨는 “나라마다 팬카페와 비영리단체를 연결하는 한국어에 능통한 팬 1~2명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다리가 돼서 기부 절차를 비영리단체에 직접 문의하고, 팬카페에서 해당 내용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타국 팬에게 기부금을 맡기는데 걱정은 없을까. 김씨는 “팬카페들이 스타의 아시아 투어 공연이 있을 때마다 만나서 얼굴을 익히고, 친해진 상태라 신뢰가 깊다”고 덧붙였다.

한번 시작된 나눔은 지속적인 기부로 이어진다. 송일국이 출연한 모금방송 ‘희망로드 대장정’을 접한 해외 팬클럽은 2012년부터 매년 해외아동지원기금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를 해왔다. 3년간 모인 금액만 5948만503원에 달한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미디어팀장은 “고(故) 박용하씨의 일본 팬클럽은 지금까지도 매년 1000여 명이 추모 모임을 통해 기부금을 모아, 굿네이버스로 몇 백만원씩 보내주신다”고 설명했다. 자국의 복지기관에 매년 기부를 이어가는 해외 팬클럽도 많다. 유노윤호의 중국 팬들은 매년 기부금을 모아 자국 오지에 있는 초등학교에 ‘윤호 도서관’을 짓고 있는데, 지난해 3호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태국 팬들은 자국 장애인복지단체에 휠체어 기부를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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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호 202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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